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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21228 - 여행 15일차(산티아고 순례길 8일차, 포르투 - 빌라 두 콘데)

다시 시작된 산티아고 순례길

오늘부터 다시 순례길이 시작된다. 그동안 푹 쉬어서 충전도 하고 이제는 정말 산티아고까지 열심히 걸어야겠다. 보통 포르투갈길은 포르투에서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많기때문에 이곳부터는 봄베이로스가 아니라 알베르게도 잘 갖추어져있고 길도 이전보다는 잘 정비되어 있을꺼고 사람도 많지 않을까? 이제는 같이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도 있을것 같아서 은근 기대를 가지고 출발을 했다. 가방이 끊어진다음 수선하고 처음 메는데 가방도 안정적이고 괜찮은것같다. 포르투에서 출발하는 정식루트는 그냥 포르투 시내를 가는길이라 재미가 없을것 같아서 일단 메트로를타고 해변으로 향하기로했다. 포르투갈길에만 있는 해변길! 해변을 끼고 걷는게 좋을것 같아서 해변길로 가기로했다. 리셉션에 키를 반납하고 보증금을 받으며 또다시 응원을 받았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드디어 만난 대서양

호스텔을나와서 메트로를타고 거의 끝에있는 메르카도역까지 편하게 앉아서갔다. 한 1시간 남짓 걸렸으려나? 역에 도착하니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드디어 지중해 바다를 눈앞에서 보는구나.. 사실 리스본 앞에 바다인줄 알았던건 바다가 아니라 강이었고 버스타고 잠시나마 호까곶을 지나가면서 바다를 봤지만 그걸로 바다를 봤다고 하기에는... 역시나 같은날 까스까이스에 갔지만 그냥 바로 열차를 타러가느라 바다구경은 거의 못했었고. 이제 정말 리스본 바다를 맞이하게 되었다. 역시 바다의 짭쪼름한 냄새. 생각해보니 리스본에선 이런 냄새는 안났던것같다. 역시 강이라서 그러겠지? 이곳은 공단지역인지 바다까지 걷는길에는 꽤 트럭과 컨테이너가 많았다. 그리 위험한건 없지만 빨리 해변에서 걷고싶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백사장에 도착! 넓은 바다와 해변의 모래가 날 반겨준다. 뭔가 마음이 뻥 뚤리는 기분. 지금까지 산과 나무를 봤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바다와 파도와 모래를 보며 걸을수가 있다니. 게다가 오늘 날씨도 너무나 맑다! 파소도리와 바람, 해변의 풍경까지 너무나 좋았다. 아직 걸은지 얼마안되었지만 잠시 해변에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마음다짐을 다시 먹었다.

 

해변의 서퍼

해변길을 걷는건 그리 힘들지 않았다. 해변을 끼는 산책로가 갖추어져있어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더러 보였고 자전거를 타거나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게 파도소리를 들으며 감탄을 하면서 바다를 끼고 계속 걷기 시작했다. 어제 포르투에서 만난 외국인이 서핑을 한다는곳이 이곳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있을때쯤 한 카페를 지나는데 저 멀리 서퍼로 보이는 사람이 차에서 이것저것 장비를 집어넣고 있엇다. 방금전까지 서핑을 하다가 온걸까?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면서 가다가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이내 나에게 응원을 해준다.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반갑게 인사를 해줬다. 서핑이라.. 한번 타보고 싶네

조금 더 걸으니 오벨리스크가 나왔다. 해변과 오벨리스크라 안어울릴것 같지만 은근히 잘 어울린다. 무슨 사연이 있을것 같은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쉴때도 되었고 오벨리스크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러면 안되지만 화장실은 너무 급하고 근처에 볼일볼때도 없어서 해변가 안보이는 바위틈에다가 노상방뇨를 했다......

 

포르투갈의 어촌풍경

휴식을 취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이제 슬슬 마을이 나오는것 같았다. 그전까지는 걸었던 지역을 제외하고 옆으로 찻길만 따라서 있고 저 멀리 공장처럼 보이는 건물들만이 있었는데 이제는 마을이 나온다. 배들도 있고 낚시그물도 있고 어촌마을인것 같았는데 그 풍경이 우리나라 어촌마을과 크게 다를것이 없어보인다. 오늘은 고기를 잡으러 안가는건지 어부들이 하나도 안보이고 아주머니들만 보였는데 뭔가 말을 걸고싶었지만 차마 걸지못하고 그냥 웃으면서 인사나 하고 지나갔다. 마을을 지나면서부터는 산책로가 끝나고 거친 길이 펼쳐졌다. 정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그냥 해변으로도 걷고 수풀 사이로도 걷고 꼭 제주도에서 올레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이런길이 더 재밌다. 정비되어있지 않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은길. 어떻게 걸을까 궁금하기도하고 단조롭지않아서 재미도있다. 그리고 얼마나 더 걸었을까? 이제 해변길이 정말 끝나버렸다.

 

이제 다시 아스팔트길로

해변길이 끝나고 아스팔트길이 이어졌다. 해변쪽에 길이 없고 그냥 수풀과 모래만 가득했다. 아스팔트 길이지만 그래도 바다는 끼고 걸었다. 아쉬운건 해변쪽에는 집들이 있어서 이전처럼 바다를 계속 바라보며 걸을수는 없었다. 다시 그냥 지루하게 길을 걸으면서 빨리 마을이나 도착하고 싶었는데 마침 버스정류장이 보여서 잠시 앉아서 쉬었다. 확실히 걷다가 보면 익숙해지는데 지금까지 장시간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하니 아직은 몸이 다시 적응중인것같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해변길이라 풍경 하나하나가 너무 멋있어서 길을 걷는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는점! 다시 열심히 걷기 시작하는데 이제 오늘의 휴식지인 빌라 두 콘데가 가까워지는것 같았다. 표지판도 보이고 차도에 차들도 꽤나 많이보인다. 이상하게 차가 막히는것같다. 길은 좁은데 차들이 많아서 그런걸까? 덕분에 걷는 속도랑 차들 속도랑 비슷해서 계속 같이 걸었다. 얼마 안가니 드디어 빌라두콘데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으로의 첫 엽서

일단 마을에 도착해서 가장먼저 관광안내소로 향했다. 이것저것 물어볼것도있고 숙소문제도 해결해야하니까. 이길도 포르투갈길중 하나이긴 하지만 정식 루트는 아니라서 알베르게도 없었다. 그래서 안내소에서 봄베이로스도 물어보고 혹시 몰라서 숙소정보도 몇개 들었다. 빌라두콘데 지도에 친절하게 표시를 해주면서 혹시 안재워줄지도 모르니 봄베이로스에서 재워주냐고 묻자 아마 그럴꺼라고 이야기를 했다. 문제는 확답을 안줬다는점. 일단 봄베이로스도 급하지만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썼던 엽서들을 한국으로 부치기로했다. 포르투에서도 깜빡하고 못보내서 계속 언제보낼까 고민하다가 안내소 근처에 우체국이 있길래 엽서를 보내기로했다. 약 4장정도. 한국으로 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보내보았다. 만약 못받으면 뭐 어쩔수없는거고. 그런데 사람이 왜이렇게 많은지 엽서를 보내는데 한 30분가량 기다린것 같았다. 2주정도 걸린다는데 잘 도착하길 바라면서 엽서를 부치고 다시 봄베이로스로 향했다.

 

너무 친절한 봄베이로스

우체국에서 봄베이로스까지는 생각보다 거리가 꽤 걸렸다. 보통 봄베이로스가 외곽에 위치해서 그런가보다. 문제는 만약 봄베이로스에서 재워주지 않으면 다시 돌아와야되는데 그게 걱정이 되었다. 마침 마을 성당 앞에서 장터가 열려서 뭔가 살까 보고있었지만 일단 봄베이로스에서 재워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거까지 사면 너무 짐이 될것같아서 나중으로 기약하고 길을 걸었다. 어느정도 걷다가 철길을 건너야해서 육교를 올라가는데 저멀리 낯선 풍경이 펼쳐져있다. 마치 콜로세움인것같은 모양의 수도교가 펼쳐져 있었다. 토마르에서도 봤지만 이건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보존상태도 뛰어나고 길게 펼쳐진 수도교가 정말 장관이다. 해변길을 걷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을 새로운 풍경을 또 만나서 기분이 급 좋아졌다. 봄베이로스앞에도 지나는 긴 수도교를 계속 바라보면서 걷다보니 봄베이로스에 금새 도착했다. 앞에있는 잔디밭에서는 대원 2분이 축구공으로 놀고있었다. 나도 같이 끼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냥 지나쳤다.

봄베이로스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거니 건물 안으로 들어오라고한다. 그러면서 대화를 하는데 영어를 못해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영어를 할줄 아는 대원 한명이 왔다. 그분과 인사를 하는데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잘수있냐고 물으니 흔쾌히 수락을 해주신다. 그렇게 대려간곳은 이곳이 봄베이로스인지 레지덴시알인지 구분이 안될정도로 너무나 좋은 곳이다. 관리하는 아주머니도있고 침대와 커버에 옷장이랑 담요랑 심지어 몸닦을 수건까지 주셨다. 너무 고마워서 어찌할바를 모르면서 짐을 내려놓고 도장을 찍으러 사무실에 올라갔다. 그러면서 혹시 저녁을 먹을만한 곳이 근처에 있는지 물어보니 위에 식당이 있는데 그곳에서 먹으면 될꺼란다. 그래서 같이 올라갔는데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상황. 그러더니 몇시쯤 먹을꺼냐고 물어봐서 씻고 쉬는시간까지 계산해서 대충 6시쯤 먹을꺼라고 했더니 자기가 미리 말을 해놓겠다고한다. 자기는 이제 곧있으면 퇴근이라면서 작별인사와 또다시 응원을 받으며 나도 쉴곳으로 향했다.

씻고 정리를해서 침대에 누웠더니 기분이 너무나 좋다. 해변길도 그렇고 날씨도 빌라 두 콘데의 수도교도 게다가 봄베이로스까지 오늘 하루는 너무 멋진것 같았다. 잠도 슬슬 오는것같고 아직까지 밥먹을 시간이 남아서 알람을 맞춰주고 잠시 침대에서 잠을 잤다. 잠을 자고 일어나서 미리 만한 시간에 식당으로 올라가니 주인아주머니가 와 있었다. 그래서 말도안되는 포르투갈어와 바디랭귀지로 이야기를하니 아까 말했다면서 자리를 앉으라고 안내해주었다. 오늘 저녁은 돈까스와 감자튀김! 물론 맥주한잔도 같이. 살짝 짭짤하긴했지만 정말 맛있었다. 대원들이 바에서 쉬러 오는것 같았는데 나를 보면서 누구냐고 계속 묻는것 같았다. 그러면 아주머니는 또 설명을 해주시고. 가끔 눈이 마주치면 멋쩍게 웃음만 지으면서 혼자 밥을먹고 다시 방으로 내려왔다. 아까 잠깐 잔것도 있고 그다지 피곤한것도 없어서 그런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냥 노트로 게임도하고 일기를 쓰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 걸은 길

(포르투 - 빌라 두 콘데)

Today : 25.3km

Total : 203.7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