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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30115 - 여행 33일차(로마, 바티칸투어)

바티칸 투어 준비

간밤에 자는데 몸을 조금 움직이면 침대가 삐걱삐걱 거려서 조금 신경이 쓰였다. 나는 괜찮은데 같은방에서 자는 사람들도 그렇고 내 밑에서 자는사람이 혹시 깨지않을까 신경이 쓰여서 조금 조심히 잠들었다. 일어나서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었는데 뭐 그냥그런수준. 그래도 가격에 비하면 이정도면 훌륭하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숙소 근처의 메트로역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중 유일하게 사람들과 투어를 신청한 바티칸투어를 하기위해 출발했다. 이런저런 평을 보니 바티칸은 확실히 볼것들이 많아서 투어를 신청해서 전문가와 함께 다니는것이 좋다고해서 사전에 투어를 신청했었다. 모르고 보는것보다는 알고 보는것이 확실하니까. 지하철역으로 향하니 아직 사람들이 다 모이지는 않았었다. 오랫만에 한국어를 하면서 투어를 하려니 낯설기도하고 뭔가 재밌기도했다. 약 20여명의 사람들이 오늘 투어를 함께했는데 역시 혼자서 온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출석체크를 하고 일단 바티칸으로 출발!

 

바티칸 입장준비

바티칸에 도착해서 곧바로 줄을섰는데 그래도 한참을 기다렸다. 생각보다 조금 늦게출발하는 바람에 늦게도착해서 줄을 조금 뒤에섰다고했는데 그래도 비수기라 이정도지 성수기에는 말도못한단다. 약 20여분정도 기다린다음에 들어간것 같았는데 여름 성수기때는 1시간은 기본이라니 그냥 너그럽게 기다렸다. 미리 티켓팅을 하기위해 국제학생증을 걷은뒤 단체로 티켓팅을 했다. 줄을 서면서도 계속 주의를 들었는데 한국인 여행자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데다가 지금 경고를 많이먹어서 한번만 더 걸리면 짤린다고 제발 주의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진짠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한국인이 블랙리스트라는게 묘하게 설득력있었다. 어쨋든 하지말라는것만 안하면되니 크게 불편한건 없었다.

줄을 기다린뒤 드디어 바티칸으로 입장했다. 이곳도 또다른 나라로 입장하는만큼 입국수속을 진행했다.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위험물을 소지했는지 안했는지 여부정도를 파악했다는게 맞을것같다. 간단하게 스캐너에 짐 검사와 옷 검사를 하고 입장했다.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작은나라인 바티칸으로 입장했다.

 

구경 전 설명듣기

일단은 바티칸에 입장을 했지만 투어가 바로 시작은 안되고 한켠에 앉아서 사전지식을 습득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몇몇 한국인 투어그룹들이 주변에 앉아서 가이드의 설명을 주의깊게 듣고있었다. 약 1시간정도 설명을 들었는데 기본적으로 이곳에 있는 또 대부분의 종교적 그림들은 그 의미를 지닉 심볼(symbol)이 있었다. 예를들면 그림에서의 열쇠는 교황을 뜻한다던지 성 제롬이 사자를 구해서 그림에 사자와 함께 등장한다던지의 특징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그림들은 이 알고리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그림들인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과같은 너무나 유명한 그림들은 미리 그림으로 그것을 보여주며 미리 이해를 하고 나중에 실물을 봤을때 그것을 찾아보는 식으로 진행을했다. 확실히 미리 사전교육을 받으니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은 많이 까먹은것이 문제.

여담으로 현재 바티칸 박물관 내의 전자기기들은 대부분 삼성기기이다. 그 이유가 삼성이 바티칸에서 연회를 한적이 있었는데 싸모님이 여기는 왜 한국어 가이드가 없냐고 하자 바로 한국어 가이드를 추가하고 바티칸내의 기기들을 전부 삼성제품으로 바꿨다는 후문을 말해주었다. 가이드분이 거짓말을 할리는 없겠지만 삼성이라 그런지 충분히 그럴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정말 바티칸 입장!!

드디어 바티칸 박물관을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정말 많은 작품들을 쉴새없이 보았다. 사실 미술에 큰 감흥이 없는 나로써도 이곳에 있는 그림들을 볼때마다 감탄을 자아냈다.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고 사전 지식이 있어서 그런걸까? 프라도 미술관에서 본 고야의 작품들이나 여러 작품들을 볼때도 좋았지만 역시 바티칸 박물관에서 본 그림들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았다. 네로 황제의 어마어마하게 큰 욕조, 원래는 모든것이 완벽했겠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지금도 완벽해 보이는 토르소, 바티칸 입장 티켓에도 프린트된 아테네 학당, 마치 천장에 조각을 한것만 같은 입체적인 그림등 어마어마한 작품을 정말 쉴새없이 구경했다.

그중 참 아이러니 했던건 몇몇 전시품들은 사실 진품이 아니라 모조품이라고 했다. 도난당한것이 아니라 바티칸 박물관의 여러 작품들은 워낙 유명해서 전 세계에서 전시를 하는바람에 오히려 바티칸에 모조품이 남는 경우가 있다고했다. 그런데 이당시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에서 바티칸전을 개최해서 바티칸의 여러 작품들을 전시했는데 진품이 한국으로 가는바람에 우리는 바티칸에서 모조품을 보게되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졌다. 가이드분도 진품을 보고싶으면 한국가서 예술의 전당을 찾아가서 한번 더 구경하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지나가다가 지도의 방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정말 많은 지도들이 전시가 되어있었다. 한켠에선 가림막으로 막은뒤 보존작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작품보다 더 흥미로웠다.

 

시스티나 성당(Cappella Sistina)

여러 작품을 감상한뒤 드디어 시스티나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자체도 물론 뛰어나지만 이곳에 있는 천장벽화와 한켠에 있는 최후의 심판이 사실은 그 주인공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사실 천지창조란 이름의 벽화가 아니라 시스티나 성당 천장벽화의 많은 그림중 한부분일 뿐이다. 그중에 가장 유명해서 그렇게 된것이고, 그 한쪽 벽면에는 그것보다는 조금 덜 유명하지만 역시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심판도 있었다. 안에서 사진촬영은 금지되어서 따로 사진은 못찍고 들어가자마자 그냥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냥 그림으로만 봤던 그것이 사실은 이렇게 어마어마한 크기였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와 정교한 그림들은 정말 눈을 뗄수가 없게 만들었다. 천장화라서 계속 고개를 들어서 그림을 봐야했는데 그렇게 잠시만 보는것도 목이아파 힘들었는데 미켈란젤로는 약 10년동안 매일 이걸 그렸다니 참 대단하다고만 생각되었다. 조용히 귀를닫고 눈만뜬채 그림을 감상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젖었다. 따로 음악을 듣고싶었지만 전자기기따윈 카메라밖에 없어서 그냥 내 마음에 귀기울인채 그림을 구경했다.

 

점심은 수제버거

시스티나 성당을 끝으로 일단 점심먹기전 일정을 끝마쳤다. 다같이 점심을 먹는다길래 솔직히 조금은 불평이 있었지만 뭐 그냥 가기로했다. 다같이 가는거에 대한 불만이라기 보다는 분명 여행사와 뭔가 협약된 업소로 갈꺼고 맛은 둘째치고 왠지 가격적인 문제가 있지않을까 했지만 뭐 그래봐야 얼마나 심하겠다고 그냥 다같이 가기로했다. 주 메뉴는 수제버거랑 파스타종류가 있었는데 나는 수제버거를 선택했다.

식사를 기다리며, 식사를 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사람들과 했다. 군대가기전 친구들하고 왔다는 한 무리의 학생들은 영국에서 리버풀 홈경기를 봤다고 자랑했고 스위스에서 보드를 탈꺼라고 하니까 자기들도 탔는데 재밌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혼자서 다니는 분들이 한 2~3분계셨고 나머지는 일행들이 있어서 사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냥 형식적으로 조금씩만 이야기를 하고 마는정도? 점심을 먹고 로마의 3대 젤라또집중 하나인 올드브릿지로 가서 젤라또도 하나 먹고 다시 바티칸으로 입성했다.

 

성베드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 in Vaticano)

성 베드로 대성당. 다른이름으로는 바티칸 대성당이라고 불리는 이 성당은 뭐니뭐니해도 세계 천주교의 중심이다. 미션임파서불에서 보았던 그 장소를 내가 밟고있다는 자체로도 참 신기했다. 어쨌든 이곳은 '교황'이라는 천주교 지도자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말하자면 청와대와 같은 장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끔은 창문으로 나와 손을 흔들어 준다고 하는데 오늘은 영 소식이 없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비를 피할만한 장소에 모여서 또다시 강의를 들었다. 장시간의 강의는 아니지만 대성당 안에있는 피에타상에 얽힌 이야기와 성당의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듣고 투어를 마쳤다. 공식적인 투어는 이렇게 성당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끝내고 각자 자유롭게 성당을 둘러보고 알아서 가는걸로 마무리를 지었다. 호탕하고 계속 활기찬 모습으로 설명을 해주신 가이드분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면서 드디어 길고 긴 투어를 마쳤다. 그러나 나의 바티칸 투어는 끝나지 않았다.

설명을 듣고 드디어 대성당으로 향했다. 천천히 한발자국씩 성당을 향해 올라갔다. 성당 앞 광장에 있는 엄청난 성인들의 조각상과 대리석또한 마음에 깊이 박혔다. 멀리서 봤을때는 작아보이던 성당이 점점 다가갈수록 엄청 크게 느껴졌다. 드디어 성당 안으로 입장. 성당 안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모습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볼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일단은 오른쪽에 위치한 피에타상부터 구경을 하기위해 자리를 옮겼다. 수많은 그림들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이 가장 유명할것이다. 정말 대리석을 조각해서 만든거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정교한 조각과 그냥 넋을잃고 보게만드는 그림은 최고였다. 그냥 넋놓고 계속 구경했다. 그만큼 너무 감동이었다.

피에타 상을 구경한뒤 제단으로 향했다. 안쪽으로는 입장이 불가능했는데 줄을 서서 몇몇 사람들이 단체로 들어가는것 같았지만 어떻게 들어가는지는 몰랐다. 나도 줄을 서서 들어가볼까도 했지만 그냥 멀리서만 보는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사실 피에타상도 감동이었지만 한쪽벽에 새무늬로 함께 있는 대리석조각을 얇게해서 빛을 투과하게 만들었다는 그것이 너무나 눈길을 사로잡았다. 네개의 청동기둥역시 웅장한 모습을 내뿜고있었고.

왼쪽 측면에 또 입장하는곳이 있어서 잠시 들어가봤다. 한쪽벽에는 역대 교황들의 이름이 초대부터 지금까지 다 나열되어 있었는데 역시 가장 초대교황인 성 베드로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더 안쪽을 들어가는건 따로 입장료를 내야했나 그랬던거 같아서 그냥 다시 돌아왔다. 대신 한쪽에 있는 창문으로 잠시나마 바티칸 내부의 모습도 보았다. 우리가 바티칸을 마음대로 들어갈수는 있지만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고 활동하는곳은 못가고 바티칸 박물관과 바티칸 대성당, 베르니니 광장정도만 들어갈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비가 엄청나게 온다.

대성당에서 약 1시간정도 머물렀던것같다. 순례길을 마치고 산티아고 대성당에 들어갔을때보다 더 벅찬 감동을 느꼈다. 왜 바티칸을 꼭 가봐야 하는지도 역시 느꼈고. 사실 아무것도 잘 모르는 내가 느끼기에도 이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은 어느정도일까? 나중에 또 여러경험을 한뒤 이곳에 다시온다면 느끼는것이 또 다를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을 기약하며 성당에서 나왔다. 문을 나서니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까는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지금은 폭우로 바뀌었다. 사실 이번여행에서 목표로 삼았던것중 또 하나가 가장 믿을만하다는 바티칸 우체국에서 엽서를 보내는거였는데 바르셀로나에서 노트10.1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친구들의 주소가 전부 없었다. 꼭 하고싶은 일이었는데 못하다니 너무 아쉬웠지만 어쩔수없이 그냥 지나쳤다. 일단은 빨리 비를피해 숙소로 가는것이 중요하기때문에.

길을 걷다가 너무 비가 많이와서 잠깐있으면 비가 그치치 않을까란 생각에 서점에 들려서 잠시 구경을했다. 1층은 일반책들 2층은 종교서적들이 있었는데 사실 이탈리아어라 뭐가뭔지도 잘 몰랐다. 수많은 책들중 한권이 'Facebook'을 모방한 'Fauthbook'이란게 있어서 참 이름 잘지었단 생각에 사진을 하나 찍었다. 안에 내용을 대충보니 예수가 페이스북처럼 하나의 아이디를 만들어서 소통을 하고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꾸민 책 같았다.

서점에서 나왔는데도 여전히 비가 많이 내렸다. 지금 구글 지도는 없고 오늘은 바티칸 투어만 할 생각이어서 가이드북도 전혀 가지고오지 않았었다. 그냥 맨몸인상태. 비를 미친듯이 맞으며 사람들에게 메트로를 물어보면서 계속 걸어갔다. 한 30분? 1시간?정도 비를 피하다가 뛰다가 피하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며 겨우겨우 메트로역에 도착했다. 이미 옷은 쫄딱 젖은상태. 그저 빨리 숙소에가서 쉴생각뿐이었다.

 

숙소에서 바로 취침

숙소에 오자마자 옷을 걸어놓고 바로 샤워를했다. 젖은 몸을 말리니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밥도 그닥 땡기지 않아서 아침에 남은 빵이 있길래 몇조각 먹고 음료수 몇잔을 마신뒤 바로 그냥 잠들었다. 그놈의 비가 뭔지... 내일도 열심히 걸어야 하는데 체력이 방전되면 안되니 오늘도 일찍 자기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