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추운 방
새벽에 추워서 몇번을 깬지 모르겠다. 알베르게가 너무 습한데다가 바람도 들어오는것같고 난방이 전혀 안되니까 엄청나게 추웠다. 확실하게 라디에이터 하나라도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엄청 큰것같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1층으로가서 씻고 올라오려는데 어제는 못봤던 기부함이 있었다. 어젯밤에 호스피탈레가 방문했다가 간거같앗는데 아마 맞았나보다. 그나저나 그냥 이렇게 방치해도 될까 싶으면서 이곳은 그냥 누가 지내면서 관리하는게 아니라 왔다갔다 하면서 정리정도만 하는것같은 느낌이었다. 일단은 알베르게 안이 더 추운것같아서 빨리 나가기로했다.
그냥 일반도로로
어젯밤에는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어제 아침에도 비가 조금 내리고 지도를 보니 길이 국도를 사이로 왔다갔다하는 길이었다. 어차피 그쪽으로 가봐야 고생할것 같아서 그냥 국도로 걸어가기로했다. 확실히 국경 가까이 왔는지 이제는 표지판에 스페인이 라는 표시도 나오기 시작했다. 낮은 오르막길이 계속 되는 길이었는데 꽤 올라와서 주변풍경을 보니 저멀리 스페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국경에 도착했는데 별거없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분단국가라서 알게모르게 국경이라고하면 엄청 거리감을 느끼는것 같다. 지금 여기서 이렇게 보는 풍경은 정말 별것도 아닌데..
그나저나 아직까지는 새해라서 그런지 사람들을 잘 볼수가 없었다. 원래 포르투갈길이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가 비수기인 겨울이라 더 그런것도 같지만 이정도로 아무도 없을지는 몰랐다. 그러다가 한 마을을 지나는데 돌길을 만들고 있었다. 유럽같은데서 쉽게 볼수있는 돌로 된 길인데 이걸 땅을파고 일일이 돌을 하나씩 박는 작업을 하고있었다. 신기해서 구경하면서 걷는데 왠 강아지 한마리가 또 우리를 쫒아온다. 그래도 나름 큰놈인데 다행히 짖지는 않고 따라오다가 가버렸다.
오늘도 만난 양떼
길을 걷는데 저 멀리서 딸랑딸랑 소리가들린다. 양들이 막 나오더니 뒤에 아저씨가 양들을 몰고 어디론가 가고있었다. 아무리 차가 많이 없는 도로라지만 양떼를 거느리고 도로를 건너다니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말을 잘듣는 양들을 보니 조금 신기하기도했다. 새끼양부터 어미양까지 데리고 어디를 다녀오신걸까?
카페에서 잠시 휴식
길을 걷다가 까페가 나와서 잠시 쉬고가자고했다. 어제부터 물만 마시고 걷느라 걸음이 많이 느려진 은진누나가 힘들어 보이길래 카페에 들어가서 서로 음료수를 하나씩 시켰다. 차마 물만먹고는 못걸을것 같아서 하루에 오렌지주스 1잔씩은 마시기로 했단다. 정말 그것만으로 괜찮을까? 까페에서 와이파이가 잡히길래 아주머니에게 비밀번호를 물어보니 잠시만 기다리라면서 갑자기 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공유기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문제는 그게 잡히지 않았다는점... 괜히 귀찮게 해드린것 같았는데 오히려 아주머니가 더 미안해했다. 그런데 음료를 마시면서 쉬다보니 누나가 더 지친것 같았다. 확실히 걷다가 적당히 쉬는건 괜찮은데 오래 쉬어버리면 다시 걷고싶은 마음을 잡기가 힘들다. 그런데 가뜩이나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으니 걷고싶을리가.. 까페에서 국경마을인 발렌사(Valenca)까지는 약 5km정도가 남아서 1시간정도만 걸으면 도착할수 있었지만 못가겠단다. 그래서 택시를 탈까했는데 아주머니가 콜택시 번호도 없어서 저기 건너편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타면 될꺼라고 알려주었다.
결국 차타고 이동
약 30분정도 쉬었을까? 까페에서 나오는데 그 러시아 친구들과 또 마주쳤다. 어디서 주웟는지 엄청나게 큰 나무지팡이를 하나 들고다니면서 자랑을한다. 좀있다 만나기로하고 잠시 헤어진다음 택시를 타려고 기다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음식점에 들어가서 콜택시 번호를 물으니 자기네들도 모르겠단다. 택시가 아예 없는건 아니고 가끔 한두대 정도는 보여서 택시를 타려고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애매하게 택시가 오면 사람이 있고 빈택시가 오면 반대차선에 있었다. 그러기를 반복하는데 저 멀리서 갑자기 버스가온다. 그리고 우리앞에서 멈췄다. 그래서 발렌사 가냐고 물으니 간다고했다. 그렇게 택시를 타려다가 버스를 타게되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곳은 시장같이 보였는데 이참에 시장도 한번 구경해보기로했다. 음식도 팔고 옷도팔고 딱 우리나라 시장과 별 다를게 없었다. 언어가 다르고 사람들이 다를뿐이지 시장 자체만보면 그냥 우리나라 동네 장터와 다를게 없었다.
은진누나와 헤어짐
이야기를 하면서 일단은 발렌사 알베르게로 가기로했다. 알베르게에 갔더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아마 문을 아예 안열지는 않을테고 일단은 기다릴까 하다가 근처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고 와이파이도 하면서 쉬고있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일 목적지인 레돈델라(Redondela)까지는 차마 걷기 힘들것같다면서 내일은 버스를 타고 갈테니까 혼자서 걷고 그곳 알베르게에서 다시 만나기로했다. 그리고 나는 국경 건너편인 투이(Tui)에서 하룻밤 묶기로했다.
그렇게 누나와 헤어지고 이제 다시 혼자 걷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의 마지막마을. 이제 여기서 다리를 건너가면 스페인이다. 포르투갈에 언제 다시 올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오래 있기도했고 추억도 많은 나라라서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발렌사 마을에는 거대한 요새가 있었는데 이 요새 안에도 까페와 음식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도 살고있었고. 그렇게 요새를 둘러보면서 천천히 스페인쪽으로 향했다. 중간에 그냥 가고싶은곳으로 막 갔더니 막다른 길이라서 다시 뒤로 돌아가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새 다리에 도착했다.
포르투갈을 넘어 스페인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연결해주는 다리는 지금 한창 공사중이었다. 그래서 걷는길도 한쪽으로만 걸을수가 있게 되어있었다. 다리는 기차도 다니고 차도 다닐수있게 했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 다른나라라는게 너무 신기했다. 사실 아까도 말했지만 국경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는 무서운곳 철책이 있는곳으로 인식하기 마련이라 나도 그런 인식이 조금 박혀있었다. 그렇게 다리를 천천히 건너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떠나야 하지만 포르투갈을 떠나는게 너무 아쉬웠다. 다리를 건너면서 뒤를 돌아보며 계속 확인했다. 어디 가는것도 아닌데. 그렇게 확인도하고 혼자서 큰소리로 작별인사도 하면서 다리를 건넜다. 머릿속으로는 그동안 포르투갈에서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첫날 비맞으며 숙소찾느라 고생한일, 호스텔 찾아준 흑형, 호스텔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이리나와 히로와 타이키, 밀하다에서 만난 히카르도네 가족들 친구들 몇일전 묶었던 페르난다의 가족까지... 뭔가 울컥하면서 그렇게 천천히 다리를 건넜다.
시간개념이 바뀌다
다리를 건너면서 스페인에 드디어 도착했다. 이제는 포르투갈어가 아니라 스페인어를 써야한다. 얼추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언어라 조금 적응하려면 있어야 할것같다. 무엇보다 고작 다리하나 건너서 나라가 바뀌었기때문에 시차도 바뀌었다. 갑자기 1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포르투갈은 그리니치 표준시를 사용하지만 스페인은 +1시간이 된 시간을 쓰기때문에 이제 시간도 바뀐것이다. 몸도 이제 7시쯤 일어나는게 익숙해졌을텐데 이제 다시 1시간 일찍일어나야한다니. 확실히 포르투갈의 익숙해진 몸을 바꾸기는 하루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할것같다.
무엇보다 확실히 스페인에 왔다고 느껴지는게 그 흔한 아줄레주를 더이상 볼수가 없었다. 강을 두고 마주보는 마을이라 포르투갈의 느낌도 스페인의 느낌도 같이 있지만 그래도 알게모르게 여기는 스페인이라는걸 그냥 건물만 보더라도 느낄수가 있었다.
마을산책시작
사실 오늘 걸은거리가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다가 중간에 버스까지 타버려서 천천히 걷는다고 걸어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자기전까지는 시간도 많이남고 몸도 괜찮아서 일단 짐을풀고 투이 마을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국경 사이를 흐르는 미뉴강(Rio Minho)에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어서 산책도하고 그냥 마을구경도 하고 슈퍼도 들렸다. 사실 무언가를 만들어 먹으려고 했지만 몇일전 폭우때 빗물이 새면서 주방이 젖어버려서 지금 수리중이라 주방을 쓸수가 없다고했다. 그래서 오늘은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저녁을 사먹기로했다. 오랫만에 주방을 쓸수있을까 했는데..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한 아이들이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를 하고있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게 아니었구나! 뭐라고 말하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하는게 딱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랑 똑같았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엄청 웃으면서 재밌게 하는모습을 구경하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저 멀리 포르투갈을 또 구경하면서 이제는 스페인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친절한 할아버지와의 만남
이제 어디가서 뭘먹을까 고민하면서 돌아다니는데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갑자기 영어를 하면서 반갑다고 하시는것이다. 자기가 예전에 영어를 배웠다면서 영어로 갑자기 대화가 시작되었다. 할아버지는 그냥 빵사고 집으로 가던길같았는데 그냥 내가 신기해보였나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잠시하고 그럼 즐거운 여행되라면서 헤어지려는찰나에 순간 생각이나서 바로 말했다.
"아!! 그런데 근처에 맛있는곳 없나요?"
"왜 저녁먹으려고?"
"네 밥먹을곳을 찾는데 잘 몰라서.."
"어떤데를 찾아?"
"음... 싸고 맛잇는데요"
"싸고 맛있는곳?? 근처에 있는데 같이가자"
그렇게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점까지 걸어갔다. 그리 먼곳은 아니었는데 이곳이 싸고 맛있다면서 생선요리가 맛있다고 추천을 해주셨다. 내가 스페인어를 못하기때문에 할아버지가 주인아저씨에게 요리부탁도하고 나는 그저 먹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도움을 받고 기념사진까지 찍고 할아버지와 헤어졌다. 역시 여행은 이런 뜬금없는 만남이 묘미가 아닐까? 오늘도 좋은 추억과 좋은 인연을 만나고 헤어졌다.
러시아 친구들과의 재만남
밥을먹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러시아 친구들이 또 있었다. 발렌사가 아니라 오늘은 투이에서 자는구나. 서로 안면이 있으니까 그냥 인사만하고 말았다. 그리고 아까 널어놓은 빨래를 가지고와서 라디에이터에 다시 말렸다. 오늘은 따뜻하게 잘수있겠구나.. 확실히 시차가 이제 막 바뀌었더니 아 포르투갈은 지금쯤이면 1시간 전일텐데 라면서 그냥 그리워했다. 이제 그만 스페인을 받아들여야 할텐데...
오늘 걸은 길
루비아스(Rubiaes) - 투이(Tui)
Today : 19.5km
Total : 287.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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