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writing/과거의 기억....Memory

가장 오래된 기억

어느날 문득 누워있는데
옛 기억들이 하나둘씩 꼬리를 이으며 지나갔다
처음있는 일도 아니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생각을 하다가
언젠가 이 기억들중에 또 까먹는 기억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좋은기억이든 나쁜기억이든 어쨌든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일텐데
나중에 나를 위한 아카이브를 위해서 하나씩 남겨볼까 한다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왜곡된 기억들이거나 시간의 순서가 섞인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그걸 사실로 믿고있기때문에
남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래 생각해본다.

그럼 과연 나에게 가장 오래된 기억은 뭘까
어렸을대 나는 망우리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있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살았는데 생각보다 그때의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옆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도 있고 아직도 나름 생생하게 기억나는 부분들도 있고..

기억하는 에피소드들이 다 비슷한 시기라서 계절도 잘 기억도 안나지만 어쨌든
아마 5살때의 기억이 아닐까 싶다
5살 혹은 6살일텐데 5살로 하고싶다
지금은 금호 어울림이라는 아파트로 한창 재개발이 된 이후인데
당시에는 장미아파트라는 5층짜리 단층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래도 한 10개정도되는 꽤 규모가 큰 아파트였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그때 나는 그냥 밖을 싸돌아 다녔다
확실히 7살 이전인데 5살인지 6살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어디 멀리 가지도 않을뿐더러
할아버지가 아파트 경비원이셔서 든든한 백도 있었다
내 기억에는 관리소장까지 했던거로 알고있지만 역시 확인을 해봐야겠다
아무튼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다같이 키운다는 개념인데다가
애들이 워낙 밖에서 많이 놀았기때문에
누구집 자식인지 대강 다 알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형들이 근처 산으로 놀러가자고 해서 한 4~5명이 무리지어서 놀러갔다
당시 왠지모르는데 그냥 돌산이라고 부른거같다
지금은 중랑캠핑숲으로 바뀌어서 당시의 모습은 전혀 안남아있지만
그때는 아파트 담벼락 옆으로는 거의 산이었고 작은 공장들이 몇개 있었다
산책로라기에도 민망한 산에 길이 나있었던것 같다
어쨌든 어린나이지만 옆에 동산가는 그런 느낌으로 따라 나섰는데
그상태로 나는 버림받았다
사실 버림받았다기보다 낙오를 했는데 내가 낙오한지 모르고 형들이 떠났나보다
심지어 산에 간 기억은 있는데 낙오한 기억은 없다

그뒤에 들은 이야기는
내가 없어져서 엄청 찾았고 나는 당연히 울면서 어딘가를 헤메고 있었다고한다
그러다 어찌저찌해서 나를 찾고 집에 무사히 돌아왔다는 스토리
자칫하다가는 개구리소년처럼 그냥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는 무서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시절에 워낙 싸돌아댕겨서 생각보다 기억이 많이 남아있어서
산을 돌아다닌 기억은 있는데 분명 한두번도 아닐테고
내가기억하는 그 산책로가 길을 잃어버린 그날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워낙 그 장미아파트에서는 유명인사였기 때문에
그때 할머니와 증조할머니가 저녁시간만 되면 내 이름을 부르면서 찾아다니기 일쑤였다
여기저기서 나를 찾아내거나 내가 알아서 시간맞춰서 돌아오거나 그랬겠지..
나에게 남은 장미아파트때의 기억이 얼마나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씩 꺼내어 봐야겠다

'글....writing > 과거의 기억....Mem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남교통 302번  (0) 2020.12.18
상봉터미널  (0) 2020.12.10
금란교회  (0) 2020.11.23
어린이집과 유치원  (0) 2020.11.20
장미아파트의 이웃들  (0) 2020.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