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3명의 할머니가 있었다
외할머니
친할머니
어나할머니
왜 어나할머니인지는 모르겠다
예전에 얼핏 들은게
어~나~ 하는 말투때문에 그런 애칭이 생겼다고 들은거같은데
확실한 기억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어나할머니는 참 특이했다
친할머니와 같이살았는데 할머니의 어머니었다
보통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게 일반적인 과거의 가족풍경이었는데
특이하게 할머니는 친정엄마와 함께 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다 북한에서 내려오셨는데 할아버지의 부모님은 북한에 계시고
할머니는 가족과 함께 내려와서 그런게 아닐까싶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할머니의 방은 참 소박했다
장농 두어개에 작은 tv가 거의 전부었던것같다
그 tv를 기억하는게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그 tv로 봤던기억이 어렴풋이있다
아무튼 맨날 내가 돌아다니면 나를 찾던 두 할머니중 한분이 어나할머니었는데
어느날은 할머니 장농문을 열었던적이 있는데
거기에 있던 작은 상자(아마도 철제상자)에서 할머니의 주민등록증을 봤었다
"오 순"
처음으로 어나할머니 말고 들은 할머니의 이름
신기하게 그 이름은 아직도 까먹지 않고있다
할머니는 그래도 꽤 정정하게 오래사셨다
심지어 정말 드물게 장례식장이 아닌 아파트주차장에 천막을치고 3일장을 치뤘고
비도 엄청나게와서 날씨가 좋지도 않았지만
손님들로 꽉차고 참 인상깊었던 장례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난 그걸 전해들을수밖에 없었다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길을 함꼐하지 못했다..
당시 이미 학교를 다닐때라 부모님집으로 넘어왔을때였는데
근처에 친척들이 같이 살았었다
부모님은 이미 연락을 받고 할머니집으로 간 상태였던것같고
형이 있었는데 형은 친구를 만나러 갔다고 했었나?
아무튼 그렇게 나는 이모네집에서 같이 지냈었다
원래도 자주 자고 그랬기때문에 뭔가 바쁜일이 있었나보다 하고 그냥 넘겼다
정말 바로 옆집에서 살아서 아무 거리낌없이 며칠이 지났고
나중에 알고보니 형이 간다던 친구집은 할머니 장례식을 치르기위해 망우리로 갔던거였다
아직도 술먹으면 가끔 이야기하는데
여전히 그 마지막길을 못본게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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