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살았지만
작은고모도 같이 살았었다
고모는 막둥이로 태어나서 아마 20대 중후반이었나
내 기억으로는 졸업식도 갔던기억이 어렴풋이 있는데
그럼 20대 초중반이었나보다
아무튼 그렇게 고모도 같이살았지만 자주 보지는 못했었다
그렇게 6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기때문에
크리스마스고 생일이고 그런건 크게 챙긴 기억이 없다
까먹은건지 정말 안챙긴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90%정도 안챙긴거라고 확신한다
그래도 찾아온 크리스마스에는
왠일인지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이라며 책이 놓여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책중에 '몇페이지로 가시오' 이런식의 게임북이 많았다
그때도 그런 게임북을 선물 받았었다
순수했기 때문에 그때당시만 해도 산타할아버지를 믿었는데
왠걸... 책이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다
그때 당시에 어떤사연인진 모르지만 그런 책을 샀었다
그런데 산타할아버지가 준 선물이 내가 있는 책이라니..
우는아이고 구분하는 전지전능하신 산타할아버지가 내가 있는책인지도 구분못하는건
6살짜리 아이의 세상에서는 엄청 충격적인 일이었다
바로 고모에게 가서 할아버지의 만행을 일러바쳤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줬는데 내가 이미 있는책이야"
그랬더니 고모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응 요 앞 서점가서 바꿔달라고해"
?
아..
산타할아버지도 책을 서점에서 사는구나
라고 생각하기는 개뿔
'아 고모가 책을 사준거구나'
라고 바로 알아차리고 산타할아버지는 사라졌다
생각보다 꽤나 일찍 사라지긴 했지만 어차피 알아챌꺼 빨리 알아챈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기대고 뭐고 하지도 않고 할필요도 없으니
도서정가제 이후로 지금은 인터넷이나 교보문고같은 대형서점에서 책을 사는데
그 당시는 만화책 대여점도 많았지만 동네 소규모 책방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산걸 증명하듯 책 안쪽 속지나 아랫부분에 도장같은걸 찍어줬다
아마도 여기서 산 책이라는 증명이겠지
그래서인지 영수증도 필요없이 간단한 설명을 하고 책을 교환했다
그리고 바꾼책은 미로책
그냥 펜으로 끄적끄적 거리며 미로를 찾는게 재밌을꺼 같아서 바꿨을텐데
결국 어려워서 끝까지 풀지는 못했다
6살의 크리스마스는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미로를 안겨주며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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