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writing/과거의 기억....Memory

고등학교 친구

갑자기 시간을 뛰어넘어 잠깐 고등학교 이야기지만

지금은 연락이 안되는 고등학교 친구가 있었다

엄청 친해서 맨날 붙어다니는 친구는 아니었지만

기숙사 학교였기때문에 사실상 그냥 왠만하면 전부 친하다고 봐도 되겠지

 

그친구는 가정형편이 엄청 좋은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걸 숨기거나 부끄러워 하는편도 아니었다

대부분 우리학교 애들이 그걸로 놀릴만한 아이들도 아니었고

 

그 친구는 굉장히 똑똑한 친구였다

단순히 공부로 따지면 상위권은 아니었지만 하면 잘하는

하지만 하지 않는 그런 친구였다

대신 뭔가 꽂히면 그 집중력이나 실력향상이 장난 아니었다

특히 전략게임을 참 잘했었다

당시 웹게임이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오게임'이라고 불리던 SF웹게임을 같이했는데

내가 먼저했었지만 나는 이미 한참전에 따돌렸고

나름 그쪽판에서는 상위랭커까지 진입을 했었다

하루는 갑자기 저글링에 꽂혀가지고

저글링 도구를 사더니 저글링을 또 엄청 연습하고

내 기억으로는 그것도 꽤 잘했었던것같다

 

어느날은 문정동에 있던 친구 집으로 놀러갔었다

부모님이나 형과도 사이가 안좋아서 가족을 아무도 보지는 못했었지만

딱히 엄청난 뭔가를 한것도 아니었지만

기숙사에서 워낙 같이 자주 자던 사이라 감흥같은건 없었지만

나를 집에 데려가서 같이 잤다는 그 사실때문에

그날의 기억은 뭔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친구는 대학을 가고나서 참 다양한 경험을 많이했다

전혀 그런 성격이 아니었을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롯데월드에서 놀이기구 알바도 했었다

그 와중에 썸타는 여자도 생겨서 어떻게해야하나 고민도 같이했었다

롯데월드를 마치고 나서

알바하고나서 알게된 형이었나? 아무튼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에 꼬임에 넘어가서

이른바 '거마 대학생' 소굴로 들어가서

다단계 숙소에서 1주? 2주?정도 붙잡혀있다가 탈출하기도 했었다

그때 정말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이슈가 되던 시기었다

스마트폰이 크게 보급도 되기 전이었고

나중에 탈출해서 우리집에서 추적60분에 나온 '거마대학생'편을 보면서 진짜 저렇다고 감탄도하고

자신이 겪었던 썰을 이야기해줘서 엄청 흥미진진하게 듣기도 했었다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건 군 입대를 1~2주정도 앞두고 나서였다

당시 나와 1주일 차이로 군대를 가는 다른 친구가 있었는데

셋이서 군대가기전에 우리집에서 놀았었다

집이 비었는데 부모님 허락도 안받고 보험도 안들고 차끌고 나가서 동네 연수도 하고

탕수육에 소주를 마시기도하고

그때 아마 추적60분을 봤을꺼다

그렇게 잘 놀고 나는 군대로 향했다

 

훈련소 4주가 끝난뒤 나는 후반기교육을 위해 특수전사령부가있는 송파로 이동했다

훈련받던중 자원해서 특전사로 지원했는데 사령부에서 1주정도 교육을하고 자대를 배치받았었다

그곳에서는 크게 하는것도없고 전화시간도 거의 무제한이나 다름없었는데

당시 여자친구와 부모님께 전화를하고 바로 친구한테 전화를했다

지금 나 니네집 근처에있다고 잘하면 여기 자대배치 받을지도 모르니까 자주보자고

그리고 그럴일은 있지도 않았었지만 이야기조차 하질 못했다

전화가 신호만 가고 받질 않았으니까..

 

그뒤로 자대배치를 받고 나서도 1주일에 한두번씩 틈틈히 전화를 했었다

당시 컬러링이 10cm의 아메리카노였는데 그때 10cm가 정말 인디인디밴드일때

노래가 좋다고 설정해놓은 컬러링을 몇년째 쓰고있었었다

아무튼 보통 전화기가 휴대폰을 자기가 껐을때, 배터리방전으로 꺼질때, 내가 끊을때, 그냥 안받을때

다양한 상황에서 신호음이 다르다

가장 기본적인건 신호음이 가는 시간이 다른건데

이게 일정적이지 않았었다

어떨때는 30초 어떨때는 1분(1분이 켜져있지만 안받는거로 알고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이런 소리는 못들었던것같다

혹시나 모르는 번호라 안받는건가 싶어서 휴가나와서 내 휴대폰으로도 전화를 해봤지만

역시나 전화는 받지않고 신호만 갔었다

그 와중에도 아메리카노 컬러링을 들을수있어서

아직 번호는 살아있구나...라는걸 안도하며 괜시리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전역을 할때까지도 연락은 못했고 학교를 다니고 일을 하면서도 문득 연락을 해봤지만 역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시 대학을 같이갔던 친구가 학생회에 있어서 부탁하는 등 전부 수소문을 했지만

대학에서 무슨사유에서인지 학고를 맞았다고 들었고

고등학교 친구중엔 오히려 내가 제일 소식을 잘 알았는데 내가 모른다면 모른다하고

그렇게 연락을 못하던 도중에 어느날 전화를 해봤더니

권정렬의 목소리 대신 낯선 여자가

지금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라며 마지막 수단마저 끊어졌었다

아마 그 이후로 내가 번호를 지웠던것같다

정확한 심정은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다가 지워졌는지...지금은 그 번호조차 휴대폰에 없으니까

 

군대 행정시스템으로 간략한 정보만 알아도 병사들 조회가 가능하다

나는 육군, 친구는 해군, 공군친구도 있었고 다들 부탁해봤지만 어느 전산에도 뜨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공익도 육군으로 소속되어서 군번을 부여받기떄문에 떠야하는데

내가 전역하기 끝까지 군 전산에는 뜨지 않았다.

그렇다고 면제를 당할만한 사유는 없었을텐데....

 

유일하게 아는 마지막 연락의 끈은 친구가 썼던 아이디

아직도 검색을 하면 2007년에 한 저글링 제품을 파는 업체에 썼던 질문글이 남아있다

예전에는 다른것들도 몇개 더 떴는데

그 사이트들도 사라졌는지 안보이고 이제는 그글 하나뿐이없다

그것도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질문글을 다시봤는데 참 가슴이 먹먹하다

저글링 부록으로 온 cd를 못보는데 파일을 보내달라는 글

집에 있는 컴퓨터라곤 작은 넷북이 전부인데 cd롬도 안들어가고 볼수있는방법이 없다고

그 와중에 번창하세요~ 라고 끝맺음까지 판매자에게 했었다

 

어렸을때 자기 친구이야기를 그린 만화를 보는데

댓글에 그 친구가 4년째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댓글을 봤다

그걸보니 갑자기 또 그 친구가 생각나서 괜히 또 끄적끄적 거려봤는데

처음에는 또 다단계 끌려갔나 생각이 들다가도

혹시 안좋은 선택을 한건 아닐까란 생각도 하고

지금은 그냥 어딘가에서 살고있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언젠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볼수 있으려나

'글....writing > 과거의 기억....Mem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각목에 패인 콧잔등  (0) 2022.01.04
할아버지와 김종필  (0) 2021.11.01
업그레이드 윷놀이  (0) 2021.10.26
용마랜드  (0) 2021.10.13
그 시절 동네 슈퍼 물가  (0) 202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