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까? 말까?
어젯밤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앞서 파티마를 갈까 포르투를 갈까 고민한것중 가장 큰 이유가 토마르에 있는 수도원 때문이었다. 템플기사단의 근거지였던 그 수도원때문에 왔는데 어제는 비도오고 시간도 늦어서 방문을 못했었다. 그런데 오늘 걸어야 할 거리가 만만치 않은데다가 구경을 하고 걸으면 저녁에야 도착할것 같았다. 그렇다고해서 그냥 가자니 이곳에 그냥 지나가기 위해서 들린것인가라는 회의감도 들었다. 결국 이전에 결정을 내린것처럼 내가 순례길을 걷는 이유중 가장 큰것은 '여행'이었다. 그럼 내가 하고싶고 보고싶고 가고싶은 곳을 가는게 맞는것이기 때문에 오늘은 일단 토마르에서 수도원을 구경하기로했다. 그리고 오늘만은 버스타고 다음마을로 이동하기로했다.
문을 9시에 열린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되어서 추가로 구입한 햄버거로 허기를 채웠다. 역시 차디차게 식긴 했지만 그래도 햄버거는 맛있다. 씻고 길을 나설 준비를 마치고 봄베이로스를 나왔다. 날씨가 좋은편은 아니지만 비도 안오고 그래도 괜찮은편. 어제 도착전에 들렸던 유적지로 먼저 발길을 향했다. 들어가기 위해서 돌아다녔는데 입장이 안된다. 9시에 문을여는지 안내판등이 있었는데 9시까지 기다렸다가 수도원까지 들어가면 너무 늦을것같아서 아쉽지만 포기하고 수도원으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는데 한쪽켠이 분주하다. 오늘이 주말이라 그런지 장터가 열리나보다. 도자기부터 과일까지 오늘 또 이곳에는 장보는 사람들로 넘쳐나겠지..
천천히 걸어서 수도원으로 향했다. 언덕을 오르며 점점 드러나는 시가지의 모습도 참 아름답다. 올라가면서 노란색 화살표를 발견했다. 이게 왜있나 싶었지만 아마도 누군가가 수도원도 들렸다 가라는 의미로 화살표를 해놓은것같다. 순례자들에게도 굉장히 의미가 깊은 곳이겠지? 수도원이 언덕위에 있어서 꽤 시간이 걸리고 힘들었다. 겨우겨우 올라갔는데 문이 9시에 연단다. 여기도 9시구나.. 아직 문이 열리려면 10분정도 남아서 앉아서 쉬었다가 입장하기로했다. 문제는 어제도 비가 와서 앉을만한곳이 마땅히 없었다. 벤치도 젖어있고 땅도 젖어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나마 덜 젖은것같은 건물 처마밑에서 앉아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오늘의 첫번째 손님
신기하게 9시가 땡 하자 문이 열렸다. 내 앞으로 문을 열기위해 지나간 사람들도 어찌된 일이지?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들어가니 한 모자의 모습이 보였다. 나보다 빨리 들어간사람이 있어서 이상하게 여겼지만 생각해보니 티켓팅을 하는 사람인가보다. 문을 지나 올라가니 정원이 보였는데 여전히 매표소는 보이지 않는다. 없는걸까? 생각하면서 수도원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입구에 매표소가 있다. 그럼그렇지.. 꼬마와 인사를하고 수도원의 첫번째 손님으로 입장했다. 매표소에 가방을 맡기고 돌아다닐까 생각도 했지만 오늘은 버스타고 이동하는데 조금 둘러본다고 이것마저 벗으면 너무 무의미할것 같아서 그냥 가방을 맨체로 구경하기로했다.
토마르 수도원
수도원 내부는 신기하고 조용하고 웅장했다. 1983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가 되었다는데 사실 수도원이 아니라 성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웅장했다. 그런 분위기가 구름낀 아침과 어울리기도했다. 오히려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면 별로일지도 모르겠다. 재판을 한것같은 방도 지나고 예배당도 지나며 옥상으로 향했다. 사실 내부는 리스본에서 갔었던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비슷했다. 그런데 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사람들 없이 나 혼자서 구경하는것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예배당은 화려하면서 왠지모르게 가슴아픈 느낌도 들었다.
옥상에서 수도원의 외벽을 보는데 노란색 이끼가 끼여있다. 초록색도 아닌 노란색이라니? 그런데 신기하게 수도원과 잘 어울린다.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면서도 예전의 고난같은게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전체적으로 엄청 엄숙한 분위기에서 수도원을 천천히 걸어다녔다. 옥상을 내려가기 직전에 저멀리 숲속에 안개가 꼈다. 안개와 산속의 수도원이라니. 엄청 비밀스러우면서도 신비하게 느껴졌다.
아까 올라온곳과는 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서 조금 걸으니 왠 방이 나왔다. 아마 수도사들이 묶었던 방인것 같았다.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쪼그마한 방 내부에는 빛이 들어오는 조그만 창문 하나만 있을뿐이다. 마치 방이라기 보다는 감옥과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래서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으스스한 기운도 느껴졌다. 그런곳은 아닐텐데...
방들을 구경하고 다시 돌아나와서 1층 정원으로 내려왔다. 1층에서 보는 건물의 모습은 옥상에서 보는 모습과는 또 달랐다. 그나저나 크기는 너무커서 내가 이곳을 봤었는지 안봤었는지도 살짝 헷갈린다. 그렇게 헤메던중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당시 사람들을 먹여살린 화덕과 식탁들이 있었다. 식기류들은 예전 그대로인지는 모르겠지만 화덕의 모습은 지금도 쓸수 있을정도로 상태가 양호했다. 마치 우리나라 아궁이같은 시설도 같이 있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는 식탁에 앉아서 잠시나마 그때 사람들이 밥을먹고 지냈을 풍경을 상상하면서 잠시 쉬었다. 그리고 뒷뜰로 나오니 왠 나무가 한그루 덩그라니 있다. 사실은 그게 신기해서 나갔는데 그 뒷쪽으로 또 무언가가 있다. 마치 세고비아의 수도교와 비슷한 모습이다.(나중에 찾아보니 진짜 수도교가 맞았다. 좀더 웅장한 부분이 아랫쪽에 있었는데 제대로 보질못해서 아쉽다. 알았으면 꼭 보고 왔을텐데...)
출구쪽으로 향하는데 가운데 우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우물은 특이하게 계단이 있었다. 가까이가보니 우물이 아니라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원형으로 만들어서 우물처럼 보였던 것이었다. 입구는 닫혀있었는데 바로 넘어갈수 있게되어있어서 한번 들어가볼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괜히 국제적 망신당하기 싫어서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그 계단은 뭐였을까? 아마 비밀 결사대들이 숨어있던 지하 기지같은 걸까나.. 많은 의문을 품으면서 출구쪽으로 향했다. 수도원을 나가기전 기념품샾이 있길래 엽서를 샀다. 유럽에서 선물을 사다줄 정도로 내가 돈이 많은게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는 해주고싶어서 떠나기전 몇몇 사람들에게 주소를 받았다. 그리고 유럽에 맘에드는곳을 갈때마다 엽서를사서 직접 부쳐주겠다고 했다. 그 첫번째 엽서를 토마르에서 구입했다. 리스본에서는 정신없어서 구매를 못한것같다. 구경은 했는데 안샀었나? 나는 딱 2장만 사려고했는데 잔돈이 없다그래서 결국 4장이나 사버렸다. 상술은 아니겠지....
유럽의 일요일은 평화롭다(?)
토마르 수도원을 구경하고 나오니 뭔가 뿌듯했다. 이것으로 뭔가를 하나 더 이룬것 같기도하고 수도원을 걷는 내내 뭔가 머릿속에서는 다빈치코드를 재해석 하기도 해보고 약 1시간 30분동안 여유롭게 구경했다. 다시 언덕을 내려가서 옛날 마을의 중앙광장처럼 보이는 상 주앙 밥티스타 교회앞을 지났다. 교회 옆에 탑은 17세기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역할을 충분히 하는듯 보였다. 주말이다보니 사람들이 많았는데 교회안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한창 미사중이라 입구에서 구경만 조금 하다가 민망해서 그냥 나왔다. 시간이 지금 마을을 떠나기도 안떠나기도 애매한 시간이라 일단 시간표를 확인하려고 마을에 있는 관광안내소로 들어갔다. 마침 직원이 한 손님을 상대하고 있어서 컴퓨터를 하면서 잠깐 기다리다가 용무를 말했다.
"혹시 ALVAIAZERE 가는 버스시간표좀 알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음... 그곳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없는데.."
"엥? 아직 11시도 안됐는데 늦어도 상관없으니까 차가 몇시에 있는지좀 알려줘요"
"미안...오늘 주말이라 차가 7시20분에 한대가 전부였어"
"하아...그럼 코임브라까지 중간 도시로 가는 버스는 다 없나요?"
"그쪽으로 가는 버스가 그거 하나라서 하나도없는데 어쩌지?"
"그럼...혹시 파티마 가는 버스도 있나요?"
"파티마 가는 버스도 없네.."
"그럼 코임브라 가는 기차시간좀 알려줄래요?"
"잠깐만 기다려봐....(인터넷에서 막 찾아서 출력하더니) 여기 있는데 가장 빠른건 20분후에 출발인데?"
"아 그거라도 타야겠다.. 도대체 왜 차가 없어요 근데?"
"일요일이라 그래."
일요일이라 그렇다니... 이놈의 나라는 일요일이라고 고작 30km 떨어진 옆마을 가는 버스를 아침 7시 20분에 한대만 보내고 끝이라는거야? 안내소 직원도 난감해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검색을 하면서 기차시간표와 버스시간표까지 다 찾아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지금 리스본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위해서 걷고있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오늘도 역시 응원을 받으며 헤어졌다.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는건 고마웠지만 도대체 이나라의 교통시스템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코임브라로...
버스타고 다음 마을까지만 가기로 했던 내 계획이 틀어져버려서 코임브라로 기차를타고 이동을 하게 되었다. 이걸로 하루를 더 여유롭게 벌기는 했는데 그래도 뭔가 찝찝한기분. 일단 중간에 포르투에서 마음에들면 하루정도 더있으면 되니까. 이동하는 기차 내에서 계속 어떻게 해야할지 찾아봤는데 도저히 답이없다. 아무래도 다좋은데 주말엔 확실하게 쉬는건 별로다. 차가 없으면 안되는 시스템인가. 대도시가 아니라서 더더욱 그런것같다. 중간에 환승을 한번하고 코임브라로 향하는데 파티마라는 역이있었다. 이왕 코임브라로 향하고 하루가 남으니 오늘은 파티마에서 자고 내일 코임브라로 이동할까라는 생각에 확인을 해보니 이 역이 파티마와 엄청 떨어져있다. 그나마 파티마에서 가까운 역이긴했는데 파티마와는 너무 거리가 떨어져있다. 그래서 그냥 코임브라로 향했다.
기차가 달려서 코임브라 B역에 도착했다. 티켓상 나는 코임브라 A역인데 B에서 멈추고 움직이질 않는다. 그런데 안내리는 사람들도있고.. 아마 조금 오래있다가 들리나보다. 그나저나 기차에 그래피티가 엄청나게 되어있다. 창문만 빼면 전부다 있을정도? 신기하게 구경하다가보니 기차가 다시 움직인다. 한 5분도 안달려서 코임브라 A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리니 바로 시가지처럼 보였다. 일단 숙소를 잡아야해서 역에서 와이파이를 잡아서 구글지도로보니 여기도 봄베이로스가 3개나있다. 일단 코임브라A역에 가까운 봄베이로스를 가니 너무 작은데다가 전혀 재워줄것같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몰라서 물어보니 역시나 이곳에서는 재워주지 않는다는 답변이 날아왔다. 대신 여기서 2km정도 떨어진 봄베이로스에서는 재워줄테니 그곳을 가보라고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나왔다. 문제는 시간이 시간인지라 코임브라를 둘러보려고했는데 2km 떨어져있으면 갔다가 보러 또 오고 둘다 엄청 문제가 되는것 같았다. 결국 오늘 이왕 이렇게된거 봄베이로스를 포기하고 레지덴시알에서 자기로했다.
레지덴시알이 워낙 많아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그냥 FREE WIFI가 눈에 띄어서 그곳으로 바로 향했다. 카운터에서 1박에 얼마인지 물어보니 20유로라고한다. 보통 15~20유로정도 하는데 발품팔기도 귀찮고 이정도면 괜찮다 싶어서 바로 키를 받고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도 받고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갔는데 이게 정말 20유로? 더블침대 1개와 싱글침대 1개가 있다. 화장실도 샤워실도 엄청 만족스럽다. 그냥 들어갔는데 가격대비 대만족. 그래서 혼자 놀라면서 일단 샤워부터했다. 마침 방에 라지에이터가 있어서 그곳에 그동안 못말렸던 속옷과 수건을 전부 말렸다. 내일이면 뽀송뽀송 해지겠지?
대학의도시 코임브라
몸을 깨끗하게 씻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일단 여기서 내일 아침에 다음도시로 가려면 길을 알아야 하기때문에 갈길부터 찾았다. 다행히 가이드북에는 코임브라A역 바로옆을 지나가는길로 표시되어 있어서 다시 코임브라A 역으로 돌아가니 금새 화살표를 찾을수가 있었다. 화살표를찾고 일단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갔다.
구시가지 안에서 가장 먼저 만난건 산타크루즈 성당이었다. 가이드북을보니 이곳이 알폰소 엔리케와 산초1세가 잠들어있는 곳이라고 한다. 게다가 원래는 수도원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수도원으로는 쓰지 않는것같다. 입구는 작아보였는데 들어가니 생각보다 웅장한 분위기를 풍겼다. 순례증을 보여주며 도장도 받고 잠시 앉아서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광장에는 매연처럼 엄청난 연기를 풍기는 기계앞에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보니까 군밤기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화덕에서 하나씩 굽는것과는 다르게 큰 통안에서 한꺼번에 굽나보다. 리스본에서도 봤었는데 여기서 보니 잠시 또 리스본 생각이 났다. 그리고는 산타클라라 다리를 건너기위해 이동하면서 원래 순례길인 산티아고 성당 앞을 지났다. 12세기에 지어져서 현재는 성당으로 쓰지는 않는것 같았다.
몬데고강을 지나는 산타클라라 다리를 지나서 산타클라라 수도원으로 향했다.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그리고 복구중인 산타클라라 수도원을 도착했는데 잠겨있다. 왜? 또 일요일이라 그런거야? 겉으로도 충분히 볼수가 있었지만 복구가 된 건물 내부로는 들어갈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리고 코임브라 대학으로 향했다. 포르투갈 최초의 대학이 설립되기도한 코임브라는 최근에 유네스코에 등재가 되었다고한다. 현재도 물론 대학으로 활용되고있다. 안내소에서 안내를 받고 대학으로 올라갔다. 리스본이고 코임브라고 왜이렇게 언덕에 집을 지은건지. 언덕을 오르고 올라서 대학에 도착하니 뻥하게 뚤려있다. 학자들로 보이는 동상들도있었는데 일단 가장 중심부로 들어갔다. 중앙에는 누군가의 동상이 있었는데 이 대학을 설립한 사람일까?(검색해보니 동 쥬앙 3세의 동상이었는데 왜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학 캠퍼스 안에 들어오니 그 시대 대학생들의 모습이 또다시 오버랩되었다. 옛날 모습을 남겨두어서 내부를 투어할수 있게 되어있어서 관람하러 갔지만 시간이 지나서 들어갈수가 없단다. 오늘은 이래저래 계속 꼬이는 날인가보다.
내부를 볼수는 없어서 창문으로 살펴보니 왠지 옛날 강의실같은 풍경이 하나 보여서 바로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대학 내에는 엄청난 크기의 교회가 있었다.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입장료를 받아서 그냥 안들어갔다. 구지 입장료내면서 들어가보고 싶지는 않았기때문에 그냥 지나치면서 또다른 교회를 지나갔다. 이곳도 입장료를 받는다. 오늘은 이래저래 꼬여서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코임브라 시가지를 구석구석 떠돌다보니 다시 산타크루즈 성당앞으로 도착했다.
우리는 왜 광장이 없을까?
산타크루즈 성당앞에서 군밤장수 할아버지에게 군밤을 한뭉치사고 광장에 앉아서 먹기로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잔뜩 풍기는 도시. 공연하는 사람들. 군밤파는 할아버지. 가족과 놀러나온 아이들. 모두 즐거워보인다. 연말이라 그런걸까? 그러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광장. 우리나라는 왜 광장이 없을까? 유럽에 이제 얼마있지 않았지만 작은 마을이라도 광장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점이라면 이 광장이 아닐까? 마을의 행사와 모든것이 이루어지는 광장. 광장에만 있어도 그 동네의 돌아가는 분위기를 알 정도로 광장은 특히 유럽에서의 광장은 많은 의미를 지니는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이런 광장이 없을까 굉장히 아쉬웠다.
우리나라는 광장은 없지만 마을마다 마을회관이 있었다. 유럽의 광장같은 기능을 하는곳. 큰 느티나무아래에 평상이 깔려있고 마을회관이 있다.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일도 같이하면서 쉴수있는곳. 우리나라에는 마을회관이 있었다. 그러면 대도시에는 무엇이 있을까? 경로당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최근에도 우리나라에 광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청광장, 광화문광장.. 그런데 그런 광장은 유럽의 광장과는 다른느낌. 시청광장은 비슷하지만 광화문 광장은 아닌것같다.
동양은 자연적이라면 서양은 인공적이라고 해야할까? 물만 보더라도 동양은 자연적으로 흐르는 폭포가 있지만 서양은 분수가 있다. 중력을 따르는 폭포라면 중력을 거스르는 분수가 있다. 그만큼 과학적, 이성적으로 발달한곳이 서양이 아닐까? 그렇다고 동양이 뒤떨어진다는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보면 우리나라는 광장은 없어도 산이 있었다. 동산이 있다. 서울 한복판에 남산이 있고 북한산이 있고 동네마다 산책을 할수있는 동산도있다. 마을마다 대표적인 산 하나쯤은 가지고있다. 오죽하면 교가에 항상 동네 산이 들어갈까. 서양에는 광장이 있지만 우리에겐 산이 있다. 멀리있는게 아닌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하고있는 산이 있었다. 인공적인 느낌의 광장과는 반대로 자연스러운 산이 있었고 그 산에서 높은곳에서 마을을 바라다볼수 있었다.
대충 이런식으로 쓸대없는 생각을 혼자하다보니 어느새 밤도 다먹고 밤도 되었다. 배가 고파서 저녁을 먹으러 돌아다녔는데 딱히 맘에드는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중국음식 부페가 5유로라길래 뭔가 맛없어서 행사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그래도 너무 이상한곳은 아닌것 같았다. 오늘 저녁은 중국음식으로 정하고 음식점으로 향했는데...문을 닫았다. 아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아까 갔던 산타클루즈 성당옆에 까페가 떠올랐다. 까페에서 간단하게 빵같은거나 먹기로하고 까페로 향했다. 오래된 교회옆에 카페 테라스에서 저녁을 먹다니 분위기 있게 느껴지지만 테라스는 꽉차서 현실은 그냥 안에서 먹었다. 그냥 간단하게 파니니와 맥주하나를 시켜서 앉아서 먹었다.
나한테 카메라 팔래?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이것저것 확인하면서 빵을 먹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가서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이 웃으면서 뭐라고 뭐라고한다. 내가 ???? 이런표정을 지으니 옆에 영어를 할줄하는 직원이 말한다.
"니 카메라 좋아보이는데 300유로에 팔라고 하는데?"
"뭐? ㅋㅋㅋ 이거 300유로보다 비싼거야"
"그럼 안팔꺼야?"
"못팔지.. 안되!!"
그러면서 서로 웃었다. 계산하면서 카운터에 카메라를 올려놨더니 관심있는지 쳐다보면서 농담을 던졌다. 사실 오늘 저녁에 밥먹을곳도 못찾아서 기분이 꿀꿀했는데 마지막에 직원의 농담으로 기분전환이 되면서 기분좋게 가게에서 나왔다.
내일 아침도 먹어야하고 저녁을 좀 부실하게 먹어서 간식거리를 또 사기로했다. 그런데 아까 군밤이 너무너무 맛있어서 군밤을 하나 더 샀다. 그리고 근처 마트에가서 먹을 빵과 음료, 맥주도 한캔 더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분명 반나절밖에 없었는데 이 코임브라라는 도시 너무 마음에든다.
오늘 걸은 길
(토마르 - 코임브라)
Today : 5km
Total : 15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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