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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21219 - 여행 6일차(산티아고 순례길 3일차, 아잠부자 - 산타렘)

처음으로 침낭에서 잔 하루

어젯밤에 자면서 공사를 하는지 뭘하는지 밖이 엄청 시끄러워서 중간에 잠을 제대로 못잤다. 체육관 한가운데서 자기는 그래서 무대 위에 매트릭스를 깔고 커텐까지 치고자서 사람이 있는지 몰랐던걸까? 비몽사몽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로 씻으러 갔다. 다행히 화장실은 3층에 있어서 세수하고 양치하기는 불편함이 없었다. 씻고나서 어제 자기전 말려놓았던 빨래를 만져봤는데 다행히 다 말랐다. 어제 신었던 양말은 안마르긴 했지만 일단 첫날 빨았던 양말과 수건은 말랐으니 다행이다. 마른옷은 가방에 넣어두고 안마른건 다시 비닐봉지에 넣어두었다. 역시 아침에 차가운 신발 신는기분은 정말 별로다. 어쨌든 신발을 신고 가방도 메고 다시 출발했다.

 

오늘도 안개가 자욱한 거리

봄베이로스에서 산티아고 가는길까지는 금방 합류했다. 마을들이 전부 큰마을이 아니라서 봄베이로스가 전부 길 근처에 있었다. 아잠부자 역을 통해서 다시 기찻길을 건너고 걷기 시작했다. 차도없고 조용한 거리를 혼자걸으니 기분이 새롭다. 어제 걸었던 산책로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조금 걷다가 다시 테주강을 만났다. 리스본에서 봤었던 그 거대한 강이 지금은 이렇게나 작아졌다. 그래도 그 크기에 비해서 작은거지 여전히 큰 강이긴 큰 강이다. 물가라 그런지 안그래도 안개가 꼈는데 더 낀것같은 느낌. 강옆으로 난 길은 당연히 흙길이였는데 물기도 없고 걷기가 편했다. 계속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지만 얼마 안가서 또다시 진흙을 만났다. 역시 자전거가 지나간 흔적도 있고... 비가오고 몇일이 지나서 그런지 물기가 많이 없어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진흙자체가 밟으면 걷기 힘들기때문에 너무 싫었다. 다행히 길지는 않았고 어느정도 걷다보니 돌길로 바뀌었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풀에 신발을 털며 진흙을 떨어뜨렸다.

 

광활한 대지

조금 걷다보니 농장으로 보이는 길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그냥 길을 걸었다면 이제부터는 뭔가 진짜 순례길을 걷는느낌? 첫날에도 사유지같은 길을 지나가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마음가짐도 이제 점점 바뀌어 가는걸까? 가이드북에는 근처에 비행장이 있다고 했는데 비행기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공항으로 보이는곳도 거의 안보였고. 그냥 간이비행장처럼 활주로만 있는 느낌? 다시 아스팔트길을 걸으면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도로이긴 했지만 차들도 잘 안다녀서 걷기가 수월했지만 언덕이라 힘들다. 안그래도 산타렘까지 가는길이 언덕이 많아서 걱정인데 이정도로 힘들다니..

 

첫번째 휴식

언덕을 오르니 드디어 마을이 보인다. 레구엔고라고 불리는 마을인데 마을이 특이하게 생겼다. 길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밭처럼 보이는 곳이고 왼쪽에는 길을따라 집들이 쭉 이어져있었다. 집들도 포르투갈 특유의 아줄레주 장식들이 아름답게 되어있었다. 일단 쉴때도 되었고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한숨 돌렸다. 정류장 뒤에 빨래를 할수있는곳이 있던데 특이해 보였다. 마치 우리나라 시골에 온것같은 느낌? 버스정류장인데 버스가 오질 않는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고.. 정류장 뒤에 화장실에서 볼일까지 보고 다시 출발했다. 마을을 나가는데 반대편에 보이는 리스본을 향하는 표지판을 보고 기분이 묘했다. 3일째 걷지만 아직도 리스본의 흔적이 많이 남겨있구나...

 

날보고 짖는 강아지

휴식을 하고 다시 걸었는데 얼마안가 또다른 마을에 도착했다. 아까 마을과는 또다른 분위기. 마을이 테주강변에 있어서 이마을 역시 오른쪽은 강이 흐르고 공원이 꾸며져있었고 집들은 왼쪽에 줄지어 있었다. 강변에는 요트들이 몇개 있었는데 여전히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강변을 따라 쭉 걸으니 금새 마을이 또 나왔다. 걸으면서 나와 같이 걷는 아저씨 한분이 계셨는데 산책을 나온건지 어쩐건지 두번째 마을에서 이내 다른길로 사라졌다. 아침마다 한번씩 산책하러 왕래하면 괜찮을 정도의 거리였다. 조금 걷다보니 다시 아스팔트길이 사라졌다. 다행스럽게 물도 안고여있고 진흙도 없는 그냥 흙길이었다. 가이드북을보니 다음 아스팔트 길까지는 약 10km정도 되는데 왠지 쉴공간이 없을것 같아서 조금 이르긴하지만 먼저 쉬다가 다시 걷기로했다. 가방을 내려놓고 한쪽에 앉아서 쉬는데 왠 강아지 한마리가 짖는다. 엄청 작은 강아지였는데 으르렁대는게 귀엽기만하다. 그냥 떠돌이 강아지는 아니었고 어떤 가족이 차를 세워두고 물건을 싣고 있었는데 그때 주인과 같이나온 강아지였다. 강아지가 갑자기 짖으니 주인이 나와서 빨리 오라고 보채니까 다시 돌아간다. 그러고는 미안하다고 하는데 나도 그냥 웃으면서 괜찮다고했다.

 

지루한 길의 연속

걱정한것처럼 그런 길은 아니었지만 길이 너무 지루했다. 그냥 쭉~~~~이어진 길. 겨울이라 그런지 바닥에는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가끔 지나가는 차를 제외하고는 정말 너무 지루했다. 딱히 사진을 찍을만한 것도 없고 오래되서 그런지 쓰러진 순례길 표시 비석만 눈에띄었다. 진흙이 엄청나게 많은 길을 걷는건 힘들지만 나름 걷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건 뭐 너무 밋밋하니까 할게없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만 엄청나게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걷는 길이니까 생각하는게 당연하긴 했지만..

 

첫 순례자를 만나다

지루한 길을 끝내고 다시 구불구불한 길을 걸엇다. 포도농장처럼 보이는 농장도 지나고 이제는 아스팔트 길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 산타렘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타렘이 허허벌판같은곳에 우뚝 솟은 언덕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서 멀리서도 눈에 잘 보였다. 그도그럴것이 지금까지 걸은 길이 고도가 30m정도 되는 낮은곳인데 산타렘은 고도가 135m나 되었다. 마을이 보여서 한편으로는 좋기도 했지만 좀있다가 저기를 올라갈 생각을 하니 한숨도 나왔다. 쉬고는 싶은데 마땅히 쉴만한 곳도 없어서 쉴곳을 찾아 계속 걷는데 옆으로 자전거 하나가 지나간다. 처음으로 '부엔 까미노'라고 안부인사를 전했다. 다시금 순례길을 걷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자전거 순례자는 처음으로 봤는데 왠지 좋아보인다. 빨리 가는것도 그렇고 일단 짐이 간소해보인다. 아마 자전거를 타다보니 이동거리도 많고 숙소가 있는 도시에서만 자나보다. 짐이 가벼울수록 돈은 많이드니까.

다시 아스팔트길로 접어들었는데 공터가 보이길래 바로 앉아서 쉬었다. 저멀리 고속도로가 보이는 곳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차소리가 엄청나게 들렸다. 이제 마을까지는 얼마 안남아서 그냥 갈까도 했지만 그러기는 너무 힘들것 같아서 그냥 쉬었다. 쉬고있는데 갑자기 차 한대가 앞에서 선다. 산타렘까지 가는데 탈꺼냐고 묻길래 괜찮다고 하면서 웃었다. 내가 그냥 길잃은 사람처럼 보인건가? 아직 순례자로 보이기엔 너무 멀쩡한가보다. 고생을 아직 덜했나...?

 

산타렘에 도착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점점 언덕이 시작되었다. 산타렘 전에 있는 마을근처에 또 공항이 있었다. 이번에는 건물도 갖춰있고 나름 공항처럼 보이는곳. 그나저나 작은 공항이 꽤 많았다. 경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걸까? 땅이 커서 비행기도 많이 있나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 계속 펼쳐졌다. 산타렘을 오르는데 마을 약수터로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비가 와서 그런건지 원래 물이 흐르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구경만하고 마셔보지는 않았다.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같은 거리를 걸어도 두배정도로 힘들었다. 그러다가 산타렘 마을표시를 발견했지만 아직도 마을은 저 멀리 보인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걸까? 그냥 계속 걷다가 드디어 진짜 마을이 시작되는지 집들이 하나씩 보였다. 그러다가 한 가족을 만났다. 차를타고 어디론가 가는것처럼 보였는데 나를보더니 차를 멈추고 인사를 해준다. 나도 신기하기도하고 고맙기도 해서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정말 생각치도 못한 인연을 계속 만나는것같다. 어제 조세할아버지도 그렇고 지나가면서 그냥 인사를 해주는 많은분들... 참 아이러니한게 우리나라에서 잘 못느껴본 정이라는것을 머나먼 포르투갈에서 길을 걸으면서 느끼고 있는것 같다. 낯선 이방인에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친절을 베푸는게 쉬운건 아닌데... 나도 한국에 돌아가서 외국인을 만나면 꼭 친절을 베풀어야지하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봄베이로스는 어디있지?

산타렘에 도착했는데 지금까지 봤던 마을과는 크기가 다르다. 사실 마을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도시라고 불러야 될것같다. 워낙 커서 봄베이로스도 엄청나게 많다. 한곳만 가면 될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서 일단 노트로 와이파이를 켜놓고 계속 걷기 시작했다. 와이파이를 잡아서 봄베이로스를 검색하니 4개정도가 있다. 일단은 지도에 나와있는 봄베이로스에 갔더니 여기서는 숙박을 제공하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내가 지도를 보여주니 이쯤에서 재워줄꺼라면서 위치를 알려준다. 이제부터는 지도보다는 노트로 구글지도를 보면서 걸었다. 이런저런 성당들도보고 볼거리가 많았지만 일단은 빨리 쉬고싶었다. 지금은 도저히 생각이 안나는데 사진도 한장도 안찍었다. 정말 힘들었었나보다. 산타렘에서 구경도 못하고 빨리 쉴생각만 했던게 후회된다. 그렇게 또다른 봄베이로스에 가서 물어봤더니 이곳도 숙박을 제공하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또다른 봄베이로스가 있는데 그곳에서 숙박을 제공할꺼란다. 그렇게다시 또다른 봄베이로스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맥도날드 광고판을 보았다. 사진을 보니 이거는 또 찍었다. 참...아이러니하네.. 저멀리 봄베이로스가 보이긴 하는데 산타렘을 떠나는 표지판도 같이 보인다. 그 큰 도시를 가로지르고 한바퀴를 돌았나보다.

산타렘 외곽에있는 봄베이로스를 겨우겨우 갔더니 여기는 숙박을 제공한단다. 그런데 10유로를 달란다. 뭐야이거! 이럴꺼면 그냥 산타렘 시내에서 숙소잡고 조금은 편하게 쉴껄 그랬다. 포르투갈어, 이탈리어 등등 6개 언어로 쓰여있는 안내문과 함께 10유로를 받았다. 그러면서 여권도 확인하고 10유로를 냈다는 티켓도 주고 침낭이 있는지도 확인했다. 이곳은 침낭이 없으면 잘수가 없단다. 이래저래 수칙들을 읽는데 이건 뭐 봄베이로스가 아니라 그냥 알베르게 같았다. 그런데 공립알베르게도 5유로정도 받는데 10유로라니 너무 비싼거아니야? 그럼 시설은 좋겠지라고 엄청 기대를 하면서 올라갔는데 개뿔 아무것도없다. 아마 개장한지 얼마 안된것처럼 보였다. 방문기록을 보니 지금까지 이용한 사람들도 얼마 없었다. 그냥 빨간색 2층침대가 전부였다. 난방도 되지않고 베개만 덜렁있었다. 이런데 10유로면 너무하다. 왠지 장사를 하려고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많이 벗어나는 코스이지만 파티마로 가는 순례길 바로옆에 있는 곳이라서 아마 파티마를 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것 같았다. 뭔가 씁쓸한 느낌을 받으면서 일단 그래도 쉴수있다는 마음에 쉬었다.

 

첫 맥도날드 방문

시 외곽에 있다보니 딱히 식사를 할만한곳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저녁은 오다가 본 맥도날드에서 먹기로했다. 발에 물집이 잡혀서 물집을 터트리고 맨발로 신발을 신었더니 걷기가 힘들었다. 아까는 걷는데 적응이 되어서 아픈걸 느끼긴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씻고 마음이 좀 편해진데다가 조금 쉬었다가 이동하니까 긴장이 풀려서 아픈걸 많이 느꼈다. 그래도 가방을 안메었으니까 천천히 걸으면서 맥도날드를 향해서 갔다. 다들 차를 타고오는데 나만 그냥 걸어서 온 느낌. 햄버거를 주문하고 와이파이를 잡아서 이런저런걸 보기시작했다. 봄베이로스에서도 와이파이가 잡혀서 비밀번호를 물었는데 이것저것 찾다가 알려주는 비밀번호를 입력해도 도대체가 연결이 안되는것이었다. 그러더니 안된다니까 막 전화해보더니 다른 비밀번호를 알려줘서 겨우연결. 그런데 방에서는 안잡히고 거실에서만 잡혀서 일단은 비밀번호만 받고 바로 나왔다. 그래서 맥도날드에서 여정도 좀 정리하고 필요한 자료를 저장하면서 햄버거를 먹었다. 역시 햄버거는 맛있다. 우리나라 맥도날드나 포르투갈 맥도날드나 비슷비슷하다. 불고기버거같이 우리나라에 특화된 햄버거대신 다른게 있는걸 제외하면. 그리고 케찹을 안준다. 그래서 그냥 소금뿌린 감자튀김과 콜라만 열심히 먹었다.

 

펩시 트위스트와의 만남

햄버거를 다먹고 길 건너편에 대형 콘티넨트가 있어서 들려서 내일 아침에 먹을것을 좀 사기로했다. 들어갔는데 피자헛도있고 이것저것 엄청나게 많았다. 피자를 사서 내일 먹을까 생각을 했지만 그러면 식을것 같아서 포기하고 일단은 그냥 구경을 했다. 아까 햄버거를 먹을때 맥주를 못마셔서 숙소에서 한잔 할 맥주도 한캔사고 과자도사고 아침에 먹을 빵까지 샀다. 그리고 음료코너를 구경하는데 펩시 트위스트를 발견했다. 우리나라에서 한창 팔았다가 어느순간부터 자취를 감춘 음료. 코카콜라를 더 좋아했지만 펩시트위스트가 있었을때는 이걸 훨씬 좋아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만날줄이야! 너무 감격해서 바로 하나 구입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거실에서 와이파이를 잡으며 안부도 좀 전하고 쉬었다. 맥도날드에선 전화를 못해서 숙소와서 보이스톡으로 전화도 했다. 그리고는 빨래를 어디다 말리면 좋을까 고민을 했는데 난방기구는 있지만 작동은 안되어서 일단은 그냥 침대에 말려놓았는데 거실에 전등이 있었다. 전구를 켜놓으면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뜨겁기때문에 전구에다가 빨래를 말렸다. 어차피 말릴껀 속옷하고 양말, 수건밖에 없다. 전구가 작아서 수건은 못말리고 양말과 속옷을 올려놓았다. 이렇게 빨래를 말릴줄은 몰랐네... 빨래도 내일이면 다 마를것 같고 기분좋게 맥주도 한캔하고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 걸은 길

(아잠부자 - 산타렘)

Today : 33.8km

Total : 86.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