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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21216 - 여행 3일차(리스본 구시가지)

산조르제 성으로

아침에 일어나서보니 일본인 2명은 아직도 잠을 자고있다. 그리고 언제왔는지 밑에있는 놈도 잠을 자고있었다. 일단 씻고 어제와 같은 메뉴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핫케이크를 구워주는 아주머니에게 또다시 인사를 하고 시리얼을 먹고있는데 타이키가 나왔다(21살 일본인) 그리고 뒤이어 히로(28살 일본인)도 나왔다. 셋이서 밥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오늘의 주인공인 캐서린도 나왔다. 다들 오늘 10시에 산조르제 성(Castelo de Sao Jorge)으로 가는걸 확인하면서 각자 준비를 하러 방으로 들어갔다.

타이키와 히로 모두 큰 여행가방을 가지고 다녔는데 아침에 씻고 나오면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모습을 보게되어서 물어봤더니 자기가 가지고 온거란다. 나는 그냥 수건으로 대충 물기만 제거하고 나가는데... 다들 준비를 마치고 리셉션에서 출발 준비를 하였다. 캐서린도 짐을 다 싸고나와서 리셉션에 맡기고 이따가 바로 가지고 나갈 예정이란다. 비행기 시간이 있어서 늦어도 12시에는 다시 숙소로 와야하는 상황이라 가깝지만 조금 서두르면서 나가기로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짜여진 모임이라니 새삼 새로우면서 즐겁다. 일단 몇일전에 산조르제성을 가봤던 타이키와 히로가 길을 안내해서 그냥 따라갔다. 약 10분정도 걸었을까? 산조르제 성에 도착했다.

 

드디어 카드결제가 된다.

산조르제성에 도착하니 입장료를 내야하는데 유로가 있긴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카드결제를 시도하기로했다. 히드로 공항에서 비밀번호 2번이 틀렸기때문에 이번에 틀리면 말짱 꽝이되는상황. 숙소에서 쉬는시간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나는 지금까지 핀번호 6자리로 알고있었기 때문에 내 비밀번호 뒤에 00을 붙여서 6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그렇게 6자리로 쓰는곳은 거의없고 우리나라처럼 보통 4자리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된다는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뻘짓했구나를 깨닫고 이번에 다시 4자리로 도전하기로했다. 계속 불안하게 있으면서 못쓰느니 혹시 정지먹더라도 지금 쓰고 빨리 조치를 취하는게 훨씬 괜찮으니까. 혹시나 결제가 되면 그다음부터는 걱정없이 쓰면 되는거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결제를 하고 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했는데.... 결제가 무사히 되었다!!! 이젠 걱정없이 다닐수 있겠구나.

산조르제 성으로 입장을 했더니 리스본 시가지가 한눈에 다 보인다. 숙소에서 보던 모습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날씨도 어제보다는 맑은 날씨여서 시내가 잘 보였다. 예전에 쓰던 대포도 보이고 같이 점프사진도 찍으면서 신나게 돌아다녔다. 어제 신트라에서 갔던 무어성과 페나성과는 또다른 느낌의 성이다. 이게 바로 중세시대 성이라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외성이 있고 그안에 내성이 있는 모습으로 되어있는데 꼭대기로 가기위해서 내성으로 또 이동해서 사진을 찍었다. 생각보다 가파른데다가 높아서 그런지 히로가 잔뜩 겁을 먹었다. 원래 고소공포증이 조금 있다고했다.

내성 안에는 길이 좁아서 2팀으로 나뉘었다. 나와 히로가 같이다니고 타이키와 캐서린이 같이다녔다. 이동하면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하다가 내성 꼭대기에서 4명이서 다시 만나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히로가 갑자기 성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랑 기념사진을 찍는데 거기 올라가서 찍고싶단다.

"으아!!! 빨리찍어 빨리 무서워 죽겠어"

이렇게 비명을 지르면서도 꼭 거기에서 찍겠단다.ㅋㅋㅋ

 

이리나와의 만남

사진을 찍고 내성을 나오는데 고양이 한 무리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지 고양이들을 키우는건지 어떤 아주머니 주위에 고양이들이 멤돌고있다. 그리고 나오는데 오렌지 나무처럼 보이는게 하나 보였다. 성안에 오렌지 나무라니 뭔가 분위기있는게 멋있었다. 그리고 이제 성을 나가려는데 왠 외국인이 말을건다.

"이거 아까 저위에서 너네들 사이가 좋아보이길래 찍어봤어"

라고 말하면서 우리 4명이 돌아다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웃었다. 다른게 아니라 아까 내성에 들어가기전 성벽에서 우리들끼리 사진을 찍는데 외국인 한명이 혼자 돌아다니면서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서 사진을 찍어준적이 있었다. 갤럭시 탭을 가지고 다니면서 다니길래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성 안이 그렇게 큰편이 아니라서 몇번 더 마주친적이 있었다. 이제 나가려고 하는데 우리를 보더니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제 어디가려고?"

"캐서린은 이제 집으로 가봐야 된다고해서 헤어지고 우리 셋은 지금 별 일정이 없어 너는?"

"나도 그냥 큰 일정이 없는데..."

"그럼 우리 같이다닐래?"

"그래 그럼 그러자"

이렇게 급 파티가 다시 결성되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되었지만 29살의 러시아에서 온 이리나라는 친구였다. 그렇게 파티 결성을 마치고 캐서린과는 작별인사를 한뒤 우리는 먼저 리스본 발견 기념비로 향했다.

 

여행정보는 유랑이 최고

리스본은 일요일에 주요 관광지가 오후 2시까지 무료입장이다. 그래서 일단 벨렘지구(Belem)로 향한다음 벨렘탑과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보기로 했는데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근처에 리스본 발견 기념비부터 가기로했다. 그냥 트램을 타고 이동을 하려는데 내가 유랑에서 봤던 정보로는 viva 카드가 24시간 패스가 5유로에 판매를 해서 그걸 이용해서 이동하면 된다고 말을 했더니 다들 처음 듣는 이야기인가보다. 내가 맞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니 그럼 그걸 구입해서 이동하자고 결정. 문제는 다른곳에서는 안팔고 지하철 역에서만 판매를 한다는 점이다. 벨렘지구에 가장 가까운 역은 어제 저녁에 갔던 소드레 역이라서 그곳까지는 걷기로 했다. 걸으면서 이제야 본격적으로 서로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서 알아가기 시작했다.

소드레 역에 도착해서 일단 기차표를 파는 곳에서 물어보았지만 지하철역에서만 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하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렇게 다들 5유로씩과 보증금을 내고 티켓을 구입! 나는 어제 썼던 신트라패스에 충전을 해서 사용했다. 처음에는 자동판매기에서 하려고 했는데 히로가 잔돈이 없고 큰돈만 있어서 안전하게 전부 매표소에서 구입을 하고 이제 정말 벨렘지구를 가기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문제는 오늘이 일요일이라 대중교통이 엄청나게 없다는점... 유럽의 주말은 정말 부럽지만 불편하다. 약 30분정도 기다렸다가 겨우겨우 트램을 탔는데 사람이 너무나 많다. 억지로 끼워서 탔는데 다들 패스를 찍었더니 초록불이 떴지만 나는 빨간불이 떠서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일단 사람이 많아서 그냥 탔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리스본 발견 기념비와 벨렘탑

사람이 너무 많았지만 겨우겨우 앉아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벨렘지구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일단 바로 기념비(Padrao dos Descobrimentos)로 향해서 전망대로 올라갔다. 이곳은 일요일에도 요금을 내야하는 곳이라 요금을 지불하고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본 리스본 시내는 오전에 산조르제 성에서 봤던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 특히 벨렘지구의 모습과 4.25다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포르팅 리스본의 홈구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축구장도 보이고 요트를 타는 사람들도 보였다. 전망대에서 4명이서 같이 사진도 찍고 각자 사진을 찍는데 빗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날씨가 흐리더니 결국 빗방울이 떨어지는구나ㅠㅠ 일단 비가오니까 서둘러서 벨렘탑(Torre de Belem)으로 향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지금 벨렘탑을 빨리가서 구경을 해야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갈수가있어서 내려와서 일단 뛰었다. 비가와서 뛰는것도 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뛰기도 했다. 그런데 한 2분 뛰었을까? 다들 지쳐서 걷기 시작했다.

벨렘탑에 거의 다왔을무렵 앞에있는 잔디밭에서 사람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볼수가 있었다. 역시 축구의 나라는 다르구나. 우리나라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풍경인데 이곳에서는 심심치않게 볼수가 있다. 걸어가면서 계속 구경을 했더니 금새 벨렘탑앞에 도착했다. 빗방울이 굵지는 않아서 금방 그치긴 했는데 계속 오락가락 해서 보드복을 그냥 입고다녔다. 방수가 되는데다가 나중에 스위스에서 보드를 타려고 보드복을 입고와서 딱히 우산을 가지고 다니지는 않았다. 벨렘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탑 안으로 들어갔다. 무료입장이지만 앞에서 사람이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티켓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마도 기념으로 가져가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벨렘탑은 등대의 기능도 하긴했지만 일단 감옥이었다. 지하에 감옥을 만들어놓아서 물이 빠지면 그냥 땅이지만 물이 들어오면 목만 겨우 내놓을수 있을 정도로 가득차기때문에 자연적으로 고문을 행하는 감옥이었다. 게다가 그 공간도 엄청 좁아서 그냥 보는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 보였다. 물론 지금은 물이 들어차진 않는다. 탑 꼭대기로 가는 길은 엄청 좁고 비까지와서 미끄러웠다. 나는 사진을 찍느라 조금 늦게 올라갔는데 위에서 만나서 다시 기념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별것 아닌것같은 탑이지만 자세히 보면 꽤 분위기도 있고 감옥이라는 생각때문인지 살짝 으스스한 느낌도 있었다. 그 내부는 생각보다 굉장히 큰 모습이었고. 아마 감옥중에 꽤 특이한 감옥이 아닐까?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웅장함

벨렘탑 구경을 마치고 시간을 보니 무료입장이 종료되는 2시가 20분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들은 또 뛰었다. 비를맞으며. 그런데 사실은 길만 건너면 되는 거리라서 역시 금방 뛰다가 다시 걸었다. 그런데 그길이 중간에 철길도 있어서 지하도로 들어갔는데 지하도에서 왠 공연을 하고있었다. 사실 공연이라기 보다는 그냥 버스킹을 하는느낌?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 지하도에서 귀로만 듣고 그냥 지나쳤다.

지하도에서 나오니 가장먼저 분수가 반겨주었다. 비가 많이오는건 아니었지만 비오는날의 분수라 참 특이하다. 어떤물은 중력에 의해서 하늘로 떨어지고 어떤 물은 그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로 올라가다니. 겨우겨우 2시이전에 제로니무스 수도원(Jeronimos Monastery)에 도착해서 이곳도 역시 무료입장을 하였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정원의 모습은 감탄이 절로나왔다. 우리들은 그냥 멍하니 바라보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고요한 수도원의 분위기도 잠시나마 느낄수가 있었고, 무언가 엄숙해지는 기분도 살짝 들었다. 이곳저곳을 따로따로 혹은 같이 구경했는데 역시 여럿이 다니니 살짝 아쉬운점도 없지않아 있었다. 바다에 특히 대항해시대에 관심이 많다보니 리스본이 남들보다는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는데 그래서 수도원과 같이있는 해양박물관을 가보고 싶었지만 못가고 그냥 지나쳤다. 아무래도 리스본에서 이렇게 못본게 남은건 필히 다시오라는 뜻이겠지?

수도원에서 이곳저곳을 구경한뒤 옆에있는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은 2층도 갈수가 있었는데 2층을 올라가보고 싶어서 2층가는길을 찾다가 그냥 포기했다. 무신론자라 종교에 관해 딱히 생각은 없지만 성당은 왠지모르게 마음이 편안한 느낌이다. 교회나 절과는 또 다른느낌. 그리고 이리나와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잠시 쉬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들어오는 빛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져서 계속 셔터를 눌렀지만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았다. 이리나도 웃으면서 이 빛이 따뜻해서 찍고싶은데 안찍힌다고 불평이다.

 

1837년부터 이어진 에그타르트

아쉬움을 많이 남긴 수도원을 뒤로하고 우리는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가기로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에그타르트라고 하면 될까? viva카드도 모르는 일본인과 러시아인들이 에그타르트는 정확히 알고있었다. 그래서 만장일치로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출동! 원래 사람이 줄을서서 엄청 기다려야 한다는데 우리는 금방 샀다. 아무래도 겨울이라 비수기 시즌이라서 그런것같다. 옆 테이블을 보면 테이크아웃과 먹고가는건 따로 해주는데 우리는 테이크아웃인줄 알았는지 테이크아웃 봉지에 싸준다. 뭐 크게 상관은 없기때문에 그냥 자리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달달하고 살짝은 느끼한 그런맛? 그런데 맛있었다. 내 입맛으로는 엄청 환상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이게 진짜 에그타르트구나! 라는 느낌은 받았다. 하긴 KFC같은데서 파는 에그타르트랑 원조랑 비교하면 너무 섭하지..

에그타르트를 먹고 나오는데 유럽와서 첫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뭔가 반가운 느낌. 이제 다시 아까탔던 트램을 타고 돌아가야 하기때문에 정류장에 앉아서 트램을 기다리는데 역시나 안온다. 이놈의 주말!!!! 겨우겨우 기다려서 카드를 찍었는데 또 빨간불이 뜬다. 나는 왜그럴까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탔다. 가야하니까.

 

5유로짜리 엘리베이터 티켓

트램에서 내려서 곧장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Santa Justa Lift)로 향했다. 이 엘리베이터 티켓이 5유로라서 다들 올라갈까말까 고민했지만 viva카드로 엘리베이터도 이용할수가 있기때문에 다들 타러가기로했다. 24시간 티켓이 5유로인데 엘리베이터 구경이 5유로라니! 막 신나서 우리들끼리 떠들면서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온다. 주말이라 엘리베이터도 운행횟수를 줄인거냐!! 그렇게 한 15분쯤 기다렸을까. 한대가 천천히 내려와서 탑승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다들 티켓을 잘찍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내가 찍으니까 또 빨간불이 뜨는것이다!!

"엥? 이거 왜 빨간불이 뜨는거지?"

"지금 니 티켓은 만료되었다고 나오는데?"

"그럴리가없는데? 아까 다같이 충전했다고"

"나도 몰라 지금 니 티켓은 만료되어서 안찍혀"

"그럼 어떡하지..... 티켓이 얼마야?"

"5유로"

"지금 20유로짜리밖에 없는데... 20유로도 받아?"

"미안 잔돈없어??"

"(아 ㅆㅂ 어쩌지.....)히로 혹시 5유로만 빌려줄수있어?"

"그래 자 여기"

이렇게 말도안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5유로를 빌려서 티켓을 구매했다.

'내가 친구들 다 알려줘서 얘네들은 5유로에 트램타고 엘리베이터타고 난리치는데 나는 안찍혀서 5유로를 또 내야된다니.'

'아까 카드보증금 아끼겠다고 어제썼던 신트라패스에 괜히 충전했나보다.'

이런 잡생각이 잔뜩들면서 살짝 똥씹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만을 기다렸다. 친구들도 옆에서 이따가 한번 가서 왜그런지 알아보자고 위로를 해주어서 그나마 좀 풀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꼭대기에 도착해서 리스본의 풍경을 보는순간 응어리가 거의다 풀렸다. 희한하게 리스본은 높은곳에서 보는 풍경마다 느낌이 다 다르다. 서울은 솔직히 남산에서 보나 63빌딩에서 보나 그게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이곳 리스본은 다르다.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에서 보는 산조르제성은 그리고 지중해는 너무 아름다웠다. 마침 구름도 조금은 걷혀서 빛을 구경할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는데 엘리베이터 옆에 음식점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히로가 말을 시작했다.

"그런데 배고프지않아? 우리 점심도 안먹었는데"

"그러게... 여기서 먹고싶은데 생각보다 비싸고 혹시 아는데없어??"

"내가 아는곳 있는데 야채수프랑 파니니랑 음료랑 나오는데 값도 싸고 맛있어. 괜찮으면 거기갈래?"

"그래 콜!"

이렇게 이리나가 아는 음식점으로 점심겸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하긴 다들 아침먹고 먹은거라곤 에그타르트 몇개밖에 없는데 배고플만도 하지. 나만 배고픈게 아니였어....

 

아무리 친절해도 이게 가능해??

그렇게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걷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야하기때문에 viva카드를 찍으면서 히로가 너 또 5유로주고 내려가는 티켓 사야하는거 아니냐고 놀렸지만 다행히 표는 안사도 됐었다. 당연하지! 또사야하면 그게 사기지 뭐야. 그냥 뛰어내리고 말겠다란 생각을 잠시나마 했었다. 이리나라 말한 음식점은 로시우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다. 각자 주문을 했는데 파니니와 야채수프, 음료세트가 4유로정도로 엄청 저렴했다. 다들 파니니에 맥주한잔씩! 유럽에는 20cl짜리 맥주를 파는데 우리나라 맥주창고 같은곳에 가면 파는 작은병에 파는 맥주와 같다고 보면된다. 특히 20cl짜리 길고 가느다란잔에 나오는 맥주가 너무너무 맘에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ml단위로 바꾸면 200ml정도 되려나? 딱 밥먹으면서 한잔하기 좋은 사이즈이다. 야채수프는 맛이 살짝 이상했지만 계속 먹으면 맛있는 이상한 맛이였고 파니니는 너무 맛있었다. 배고파서 그런가?

다들 배를 채우고 이리나가 잠깐 인터넷을 쓸일이 있다고 같이가자는 것이다. 음식점 옆이 호스텔인데 그곳에서 잠시만 볼일을 보고 가자고했다. 그래서 3층으로 올라가서 타이키는 화장실을 가고 히로와 나는 각자 무선인터넷을 연결해서 쉬고있었다. 이리나역시 인터넷으로 뭔가를 찾아보더니 10분쯤 있다가 호스텔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런데 너무 궁금해서 이리나에게 물어봤더니 말도안되는 답변을 한다.

"이리나 여기서 묶는거야? 아까는 다른곳이라 하지않았어??"
"응. 내 호스텔은 여기 아닌데??"

"엥? 그럼 여기 주인하고는 어떤 사이야?"

"숙소 알아보느라 잠깐 들렸었는데 그때도 잠깐 인터넷을 썼었거든"

"그럼 정말 아무런곳도 아닌데 정말 인터넷만 쓰러 간거네??"

"응"

"말도안되~~~"

그런지도 모르고 우리는 엄청 편안하게 있으면서 화장실도 쓰고 그랬는데... 그나저나 어찌보면 불청객이라고 볼수도 있는데 우리들한테 그렇게 친절했던 호스텔 스탭도 참 신기하다. 이곳이 포르투갈인가??

 

viva카드를 재충전하다

아까 밥을먹으면서 각자 저녁에 뭐하냐고 물으니 역시 계획이 없다. 이리나가 사야할 물건이 있는데 리스본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에 갈껀데 같이갈꺼냐고 물어봐서 다같이 가기로했다. 어차피 지금 숙소에 가봤자 그냥 누워나 있을테니까. 그렇게 걸어서 신시가지쪽으로 점점 이동했다. 그리고 지하철역에 도착했는데 내 티켓은 불통이라 이리나에게 말했더니 자기가 도와준단다.

"이리나 내꺼 티켓이 불량이라 바꾸어야 할꺼같은데"

"아맞다! 내가 포르투갈어를 조금 할수있으니까 도와줄께"

정말 믿음직스럽다.ㅠㅠ 그렇게 역무원을 찾았는데 없다. 겨우찾은 역무원도 저기 가보라고 빠꾸먹여서 다른곳을 갔는데 그곳은 또 아무도없다. 그러다가 조금 기다리니 역무원이 나타났다. 무슨일이냐고 물으면서 역무원에게 영어로 말했더니 역시 못알아 듣는다. 그래서 이리나가 자기에게 맡기라면서 역무원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아까 영수증 혹시있어?"

"응. 잠시만.... 여기"

영수증도 보여주면서 충전시간과 친구들 충전내역도 보여주고했더니 잠시있다가 내 카드에 다시 충전을 해주었다. 뭐라뭐라 하는지는 이리나와 역무원간의 이야기라 알아들을수는 없었지만 너무너무 고마웠다. 자기일처럼 이렇게 도와주다니. 너무 신기해서 이리나에게 물어봤다

"원래 포르투갈어를 할줄알아?"

"아니 스페인어를 조금 배웠는데 포르투갈어랑 비슷해서 어느정도 말은 통하더라고"

"우와 대단하다!!!"

이렇게 이리나에게 신세도 지면서 또 다른 경험을 하게되었다.

 

쇼핑은 힘들어

지하철 아니 이곳용어로 메트로를 타고 쇼핑센터까지 이동했다. 이리나도 긴가민가한지 어떤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어봐서 쇼핑센터가 있다는 역에서 내렸는데.... 엥? 여기가 아니다. 뭔가 이상해서 주변사람에게 물어보니 여기가 아니라는 말만한다. 근처에 소세지파는 아저씨에게 물으니 그냥 버스정류장만 가리킬뿐... 일단 버스를 타라는 이야기같아서 버스정류장에 갔지만 사람이 별로없다. 그마저 이리나도 말이 통하지 않는상황. 그러다가 또 신기한일이 벌어졌다. 어떤 남자에게 길을 물었는데 이리나와 엄청 잘통하는것 같았다. 그남자에게 도움을받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물어봤더니 마침 그남자가 러시아어를 할줄알아서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역시 죽으라는법은 없나보다. 그남자 말로는 지하철역을 지나쳐서 버스타고 3정거장정도 더가면 갈수있을꺼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말해준 버스를타고 쇼핑센터로 향했다.

쇼핑센터에 도착하니 역시 엄청컸다. 영등포에있는 타임스퀘어보다도 훨씬 커보였다. 일단 1층에 있는 콘티넨트로 들어갔다. 콘티넨트는 포르투갈의 이마트라고 하면 되려나? 그곳 와인코너에서 자기가 사고싶은 와인이 있다면서 와인한병을 구입하고 나왔다. 특이하게 외국인에게만 해당되는건지 모르겠지만 와인을 사려면 여권이 필요했다. 그러고 나오는데 계산대앞에 하이네켄 홍보부스가 보였다. 그러자 이리나가 와인맛을 한모금씩 보자면서 하이네켄 부스에서 혹시 괜찮으면 컵좀 4개만 줄수 있냐고 물었더니 엄청 흔쾌히 준다. 게다가 맛보라면서 컵에 하이네켄도 따라준다. 안그래도 되는데 라면서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청 짧은 영어이긴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그나저나 포르투갈 사람들은 하나같이 너무 친절하다. 우리 오늘 갑자기 만나서 여행중이라고 하니까 엄청 놀라면서 재밌는 여행되라고 작별인사를 하면서 헤어졌다.

마트에서 나오니 비가 엄청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파라솔이 쳐있어서 파라솔 밑에서 그냥 맛만 보자며 와인을 땃다. 진짜 우리나라에서 먹은 와인은 와인이 아닐정도로 너무너무 맛있었다. 지금까지 와인에 가지고있던 생각이 바뀔정도? 이리나가 뭐라고 알려주었는데 이름을 까먹었다. 빗소리에 떠들면서 간단히 와인한잔씩 하고 다시 쇼핑을 시작했다. 런데 걷고 걷고 걷고 걸었다. 중간에 스포츠매장도 가보고 이곳저곳 그냥 열심히 걸었다. 그러다가 이리나가 잠시 화장실을 가자 히로가 한마디 했다.

"여자들하고 진짜 쇼핑하면 피곤해"

"나도 지금 피곤해... 그런데 한국여자들은 정말 장난아니야"

"맞아 한국여자들은 쇼핑 몬스터야!!"

"응? 니가 어떻게알아??"

"예전에 한국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정말 쇼핑 몬스터였다니까"

"ㅋㅋㅋㅋ맞아 쇼핑몬스터!!!!"

이러면서 웃고 떠드는동안 이리나가 나와서 또 돌아다니다가.................다시 집으로 향했다.

 

마리화나 할래?

겨우겨우 쇼핑을 마치고 다시 로시우역으로 돌아왔다. 로시우역의 야경도 찍어주고 이제 어디갈까 하다가 뭔가 그냥가기는 아쉽고 펍에서 간단하게 한잔씩들 하고 집에가기로했다. 그렇게 로시우광장에서 아무곳이나 가려고 길을가는데 어떤 남자가 와서 말을건다.

"헤이~ 이거 진짜 좋아. 싸게줄께 할래?"

그냥 묵묵히 무시하면서 가는데 계속 말을건다. 그래도 대답이없자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알고보니 그사람들이 마리화나를 파는 사람들이란다. 마리화나가 불법이니까 그렇게 파는것 같았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왠 무대가 설치되어서 보니까 자선공연을 하는것처럼 보였다.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뭔가 어르신들이나 노숙자들 같았고 배경도 그렇고. 주최는 은행에서 했는데 느낌이 은행쪽에서 연말이고 하니 자선공연을 하면서 빵과 음료를 나눠주는것 같았다. 포르투갈에서 유명한 파두공연 같기도 했었고, 일단 노래부르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너무좋아서 한참을 듣다가 나왔다.

 

결국 집으로

이제 펍을 가려고 찾고있는데 도대체가 없다. 문을 연곳도 별로없고 그나마 연곳은 자리가없다. 자리가 있는데 분위기가 별로 맘에 안들어서 그냥 나왔고.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결국 넷이서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들이 묶는 호스텔에서 먹기로했다. 이리나도 괜찮다고해서 급 방향이 호스텔로 바뀌었다. 일단 안주고 술이고 사야하기때문에 근처에 마트로 가서 장을봤다. 아까 에그타르트가 맛있었는지 이리나는 마트에 있는 빵집에서 에그타르트를 또 샀다. 각자 술 1병씩 사기로했는데 이미 와인 2병을 골라서 나는 목도 마를것 같아서 콜라를 골랐더니 엄청 웃는다. 그래서 물대신 콜라먹자고 설명했더니 그제서야 이해해주더라.ㅋㅋㅋㅋ 와인은 이리나가 강력추천한 스파클링이 들어있는 그린와인과(아마 사과이려나) 싸구려 포트와인을사고 맥주도 하나 구입했다. 역시 유럽이구나 소주가 아니라 와인이야!!!

비를 뚫고 호스텔로 들어와서 안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히로와 타이키가 냉장고에 구입해뒀던 고기와 계란이랑 햄으로 안주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또 술판아닌 술판이 벌어지면서 별이야기를 다했다. 결국 술이 모자라서 아까 잠깐 맛만 보기로한 이리나의 와인도 다시꺼내서 다 먹어버렸다. 나는 내일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느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이리나와 일본인 두친구도 딱히 계획이 없다고해서 3명은 내일도 또다시 같이 다니기로 했다. 내일은 신트라를 간다는데 내가 어제 갔다고 말하면서 신트라 패스를 알려좋더니 엄청 좋아한다. 그렇게 밥말리의 다큐멘터리와 빗소리를 들으며 계속 술을 마셨다.

 

이리나와의 헤어짐

술을 다먹고 콜라도먹고 이야기를 하다가보니 어느덧 새벽 1시가 지났다. 이제 이리나도 호스텔로 가야하고 술도 다먹어서 슬슬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쉬움에 사진도 찍고 마지막으로 다같이 집에 데려다주기로했다. 히로가 술에 많이 취했는지 나한테 계속 내일 가지말고 자기들과 함께다니자고 소리친다. 뭔가 뭉클함이 느껴졌다. 어제만난 내가 뭐라고 이렇게 하는건지. 정도 많고 좋은 사람이었다. 무슨 할말이 많은지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리나의 호스텔에 도착했다. 타이키와 히로는 내일 만나겠지만 난 이제 내일부터 못만나니까. 오늘아침 산조르제성에서 만난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지금 헤어지는 이 시점에는 너무 소중한 인연으로 바뀌어버렸다.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면서 이리나와 헤어졌다. Bye Bye~~

이리나와 헤어지고 우리도 다시 호스텔로 오는데 엄청 빨리왔다. 아까 길을 잘못들어서 삥 돌아갔는데 다시 돌아올때는 빠른길로 가서 2배정도는 빨리온것 같았다. 뭐 그만큼 이사람들과 오래있었으니까. 숙소에서 대충 정리를하고 내일 아침에 보기로 하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