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에 오랜만에 눈다운 눈이 내렸다
작년에 워낙 눈이란걸 구경할수가 없어서 그랬었는지
어쩌면 더 반가웠을 눈
어제 퇴근길에 눈이오는걸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드디어 뭔가 겨울같구나 이게 겨울이란 생각하며
괜히 난간에 쌓인 눈들로 눈덩이를 굴려가면서 지나가보기도 하고
저 멀리 커플들이 눈보고 겨울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좋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었다
뒷모습에 패딩만 입고있어서 꽤 젊을줄 알았던 커플은 알고보니 중년 부부였는데
육교 양옆에 설치되어있는 제설장비함을 열어서 다른사람들을 위해서 염화칼슘을 뿌리고있었고
육교에 내려와 골목길을 들어섰더니
자그마한 슈퍼하는 아주머니는 가게앞을 치우며 염화칼슘도 뿌리고 있었다
빌라들이 몰려있는 골목에서는 눈이 그치자 하나둘 나와서 눈을 치우고 있었고
다른사람들을 위해서 조심조심 걸으라는 안내문도 붙이는 모습도 보였다
걸어서 퇴근해서 몰랐지만 엄청난 퇴근길 정체와 각종 사고
심지어 8시에 퇴근했는데 4시넘어서 집에들어가서 바로 또 출근했다는 사람까지...
어쩌면 로맨틱의 대명사중 하나였던 눈이 점점 민폐의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느끼는거가 더 크려나?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눈이야말로 자본이 만들어낸 이미지메이킹의 작품이 아닐까란 허무맹랑한 생각도 해봤다
예나 지금이나 눈은 항상 치우는게 문제였는데
눈이 오면 불편한 상황이나 치우는걸 과연 위의 사람들이 할까
그냥 화이트 크리스마스같은거나 생각하면서 눈오는거 좋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을까
배달시켜서 늦게온다고 짜증이나내지 눈때문에 힘들꺼란 생각은 할까?
혼자 거실에 앉아서 혼자서 별별 생각을 다 했다
그리고 아침에 창밖의 공원을 봤더니 누가 발자국으로 하트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래도 역시 눈은 눈이지
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면서 망상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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