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기 시작
전날밤에 군밤과 맥주를마시며 티비를 돌려보았다. 오랫만에 티비라서 그런지 오래볼줄 알았지만 포르투갈어라 뭔지도 모르겠는 말을 하는 스폰지밥을 보면서 피곤해서 그냥 잠들었다. 리스본 이후로 편안한 곳에서 잠을자서 조금 익숙하진 않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일어나자마자 라디에이터를 확인하니 빨래가 뽀송뽀송하다못해 바짝 말랐다. 이제 포르투까지 얼마 안남았으니 포르투까지는 빨래걱정을 안하고 다닐수가 있을것같다. 아침일찍 준비해서 나오니 주인할머니는 이제 막 아침을 먹으려고 준비중인것같았다. 키를 반납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늘을 보니 오늘은 하루종일 날씨가 좋을것같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그런지 저 멀리 하늘이 붉은색으로 보인다. 오늘은 해뜨는걸 보면서 걸을수 있을것같다. 길을 걷다가 트랙터를 타고 가는 아저씨를 만났는데 오늘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시작이 좋다 오늘.
파란색 화살표와의 만남
길을 가다보니 다시 파란색 화살표를 만났다. 산타렘에서 만났던 화살표인데 산타렘부터는 길이 바뀌어서 보질 못했다. 토마르로 가는길도 반대가 아니라 완전 다른길이라서 보질 못했었는데 코임브라를 지나니 다시 만났다. 대신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 산티아고부터 혹은 포르투부터 누군가는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서 파티마를 향해 걷겠지? 한명쯤은 파티마로 가는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계속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 한 교회앞에 앉아서 쉬고있는데 차 번호판이 눈에들어온다. 안그래도 걸으면서 계속 궁금했는데 쉬면서 자세히보니 번호판에 있는 숫자들이 번호판 발급 년도와 월을 표시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국가에서 발급했는지도. 가다보면 연도는 없는것도 있는데 그건 최신에 나온걸까?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서 번호를 붙이는것처럼 유럽은 발급 도시의 이니셜을 새기는것같고... 그냥 쉬면서 번호판 연구나 실컷했다.
자전거 순례자들
다시 걷기시작하는데 한무리의 자전거 라이더들이 지나간다. '봄디아'대신 '부엔 까미노'를 외치며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한무리의 팀이 지나가고 계속 몇팀이 더 지나가서 지나갈때마다 인사를 하며 서로 응원을 해주었다. 그런데 순례자들인지 아니면 그냥 돌아다니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이 좋다. 아침부터 날씨가 좋더니 오늘 하루는 좋은일이 있으려나보다. 그나저나 오늘 걷기가 은근히 힘들다. 길이 대부분 아스팔트인데다가 서서히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사실 고도로만 따지면 토마르로 갈때 올랐던 산 2개랑 고도가 비슷하니까...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 걷기도 좋다
포르투갈의 집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마을에 사람들이 더 안보인다. 길도 그냥 평범한 길의 연속이고 이젠 별 생각없이 그냥 걸은것같다. 그러다가 한 마을을 지나는데 집들이 전부 특이하게 생겼다. 길옆에 2층짜리 집이있고 그 뒤로는 그냥 긴 비탈이 있는데 그쪽 밑에까지 펜스를 치고 뒷마당처럼 쓰고있었다. 앞에서 보기엔 작아보이지만 뒤에까지 다보면 집이 꽤 컸다. 2층짜리 단독주택에 마당까지있고 차고도 있고... 뭔가 부럽다. 우리나라에서 집의 의미보다 유럽에서 보는 집들이 좀더 휴식공간의 의미를 더하는것같다. 하지만 이것도 시골이라서 느끼는거지 사실 리스본만 가더라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을 받긴했지만... 나중엔 나도 마당이 있는 집에서 여유롭게 살고싶다.
다시만난 물웅덩이
어느덧 중반을 넘어서 걷기 시작하는데 숲길이 나왔다. 숲을 들어오니 역시 물웅덩이가 있다. 나무들에 둘러쌓여있어서 햇볓을 못보니까 아직도 물이 고여있나보다. 걷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 짜증난다. 옆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야생동물이 있는것같다. 그런데 나를 보니 금새 도망간다. 뭔지는 자세히 못봤지만 순간 이러다가 습격당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이제 휴식할때도 됐는데 마땅히 쉴만한 장소도 나오지않아서 그냥 숲에 앉아서 쉬었다. 나뭇가지 위에 앉는거니까 괜찮겠지. 그동안은 젖은 흙밖에 없어서 차마 앉아서 못쉬었는데 이정도 나뭇가지들 위에서는 충분히 쉴수가 있었다. 잠시 쉬고 다시 걸으려는데 저 멀리서 차가 들어온다. 가뜩이나 물웅덩이때문에 짜증나는데 차까지 들어와서 웅덩이를 더 만들다니... 그래도 힘이없으니 그냥 보내주었다. 그리고 다시 걷는데 이번에는 대형 물웅덩이가 등장했다. 정말 이곳은 걸을수가 없을정도로 물에 잠겨버렸다. 숲 옆에 누가냈는지 길이 있길래 그곳으로 걸었다. 아마 나보다 앞서걸은분이 길을 만든게 아닐까? 중간중간 몇번 만나긴 했지만 그래도 물웅덩이는 잘 피해갔다. 그나저나 숲속이라 그런지 새소리도 공기도 너무나 좋다.
길을 잃어 버리다
숲속에서도 갈림길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무에 노란색 표시가 되어있어서 길을 잘 찾아갔다. 그렇게 나는 화살표만 잘 따라갔다. 가는 길에도 화살표들이 계속 있었고. 뭔가 이방향이 아닌것 같았는데 화살표는 계속 나오길래 잘 따라갔다. 가이드북상 지금쯤 차도가 나올때쯤인데 안나와서 미심쩍었지만 조금 걸으니 차도가 나왔다. 그런데 길을 따라걷는데 도저히 이곳이 아닌것같다. 일단 화살표는 보여서 계속 걷는데 뭔가 이상해서 구글지도랑 가이드북을 계속 비교해보니 역시 이길이 아니다. 이곳으로가도 길은 나오는데 한참을 돌아서 가는길이다. 가뜩이나 숲에서 마지막에 내려막길이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는길. 일단은 이곳으로가도 길이 나오니까 포기하고 걷다보니 마을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Mala' 지도를 보니 루트를 꽤나 돌아왔다. 언제부터 잘못간거지. 그나저나 여기도 화살표가 있는걸보니 참 신기하다. 말라를 지나 밀하다의 마지막 마을인 렌디오사를 지나갔다. 마을까지 5km 남짓 남았는데 아직 시간도 많고 아까 길을 돌아온것도 있어서 조금 쉬다가 가기로했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도 좋은데 햇볕때문에 도대체 쉴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가다보니 어느 집앞에 그늘이 있길래 그곳에 앉아서 쉬었다.
어디로 가야할까?
마을에서 또 쉬는데 화살표가 2곳이 있다. 지도를 봐도 어디로 가든 갈수는 있는코스. 그냥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길을 따라가기로했다. 그러다가 동네 할아버지 한분이 지나가길래 그냥 말을 걸었다. 밀하다까지 어떻게 가야하냐고 물었더니 가이드북과는 다른 길을 가리켰다. 내가 원래 가려던곳은 위험하니까 저쪽으로 가라고한다. 참 신기한게 말은 안통하고 서로 몸짓으로 이야기하는데 전부 이해가 된다. 그렇게 또 도움을 받고 할아버지는 다시 자기 갈길을 가셨다. 그래서 할아버지 말을듣고 그냥 아스팔트길을 걷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보니 이곳도 화살표가있다. 코임브라에서 밀하다 오는 지역은 뭔 길이 이렇게 많은건지... 조금 더 걷다보니 숲속으로 빠지는 쪽으로 화살표가 향해있어서 따라서 숲으로 들어갔다. 숲이라기 보다는 누군가의 농장길 같아보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알베르게 안내 표지판을 발견했다. 오늘은 일단 봄베이로스로 가보고 안되면 알베르게로 가서 잠을 자야겠다. 농장을 빠져나가려는데 또 화살표를 잃어버렸다. 이건 진짜다 화살표도없고 다시 돌아갈까 했지만 저 멀리 길이 보여서 그냥 내려갔다. 정말 길도없는 그냥 수풀사이로 떨어졌다. 일단은 무시하고 수풀을 지나쳐 길쪽으로가니 아까는 안보이던 강이 흐른다. 결국 이쪽으로는 못가고 저멀리 집이 보이길래 일단 그곳까지 걷기로했다. 나참 이젠 하다하다 길까지 만들어서 걷는다. 다행히 위험한 길은 아니여서 길을 만들어내면서 겨우겨우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화살표와 만났다.
오늘은 정말 체육관?!
마을 입구에서 밀하다 표시를보니 너무 반갑다. 근처에 대형마트가 있길래 이따가 이곳에서 장을 보기로하고 일단은 봄베이로스로 향했다. 마을 안내 표지판을 따라서 봄베이로스에 갔더니 직원분이 맥주를 먹고있다. 특이하게 봄베이로스 옆에 바가 같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맥주를 꺼내다가 마시고있는것 같았다. 근무중에 술이라니 편하네... 기부를 할지 안할지 물어보는데 안하기도 뭐하고 기부를 하고 오늘 잠자리로 안내받았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체육관이다. 따로 독립된 체육관 건물에 2층 한구석에 침대가 마련되어있었다. 체육관은 주민들에게 개방이라도 하는지 아이들 놀이기구로 가득하다. 일단은 빨리 씻으려고 샤워장으로 내려갔는데 따뜻한물이 안나온다. 아무리 춥지않다해도 걷고나서는 따뜻한물로 씻고싶었는데..... 찬물로 벌벌떨며 급하게 샤워를하고 옷이 많이 더러워졌길래 옷도 속옷도 빨았다. 햇볕이 좋아서 의자를 꺼내서 밖에다가 햇볕에 빨래를 말리고 장을보러 나섰다.
뭘먹을까 고민을 할줄이야
아까 눈여겨본 마트로 가려는데 또다른 대형마트가 보인다. 어딜갈까 고민하다가 아까 그곳이 더 커보이고 사람도 많아보여서 그곳으로 걸었다. 일단 마트에 들어가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에 먹을 빵도사고 시간이 일러서 저녁에 먹을 간식도사고 무엇보다 펜을 샀다. 멍청하게 펜을 하나도 안가져와서 엽서를 쓸수가 없었다. 지금 걸으면서 어차피 쓰지는 못하지만 언젠간 쓸일이 있을테니 미리 사두기로했다. 펜도사고 이제 먹을꺼리를 사려고 하는데 고민이된다. 훈제 닭이 한마리에 8유로밖에 안했다. 다먹을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격도 싸서 사고싶었는데 체육관에서 먹자니 조금 걸리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식사는 그냥 마트 밖에있는 식당에서 하기로했다. 장을보고 마트앞 식당에서 먹을껄 시켰다. 식사할만한걸 물어보니 바베큐가 있어서 바베큐와 맥주를 시켰다. 오늘도 감동을 하면서 밥을먹고 다시 체욱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너무 시끄럽다. 왠 애들이 막 놀고있고... 이게 뭐지?
포르투갈 친구가 생기다
떠나기 전만해도 아가는 아이들이 놀수있는 시설만 준비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와서 엄청나게 놀고있었다. 아이들이 싫은건 아니지만 그냥 혼자 편하게 쉬고싶었는데 순간 뭔가 불편한것 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 일단 아까 말려놓은 빨래가 벌써 다 말라서 빨래를 걷어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을 올라가니 아이들의 부모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음식을 깔아놓고 놀고있다. 일단 내가 있을곳은 이곳이 아니니까 서둘러 내 침낭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도 들리지만 일단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고 살짝은 불편한 마음으로 내심 언제 나갈까란 생각만 가득하고 노트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면서 과자도먹고 이것저것 먹는데 갑자기 누가 들어온다. 아까 봤던 아저씨와 여자아이 2명이 같이 들어왔다.
"저기.. 오늘 내 아들 생일이라서 이곳에서 생일파티를 하고있는데 괜찮으면 같이할래?"
"아....그래"
아.. 아들 생일파티였구나 스케일이 우리랑 다르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살짝 불편한감을 여전히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가서 눈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먹으라고 권해줘서 술과 음식을 엄청나게 먹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그거 안먹지. 그런데 아까 그걸 먹었는데도 맛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아까 나를 초대했던 사람의 아들이 5살 생일을 맞이한단다. 만난 사람들은 축구를 같이하는 사람들인데 전부 벤피카의 팬이란다. 포르투갈엔 거대한 축구클럽 2개가 있는데 그게 벤피카와 포르투이다. 안그래도 친구한테 포르투갈가서 벤피카 팬한테 포르투 좋아했다고 하다가 총맞는거 아니냐고 우스개소리를 듣긴했었는데..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축구로 하나가 되었다. 현재 벤피카 유스팀 코치를 하고있는 친구와 풋살팀 코치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아까 나를 초대해준, 오늘 주인공인 아들의 아버지는 치과의사. 문제는 영어를 할줄아는 사람이 치과의사밖에 없어서 대부분의 대화는 이분을 통해서 말을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왔다는 이야기에 한 친구가 내 가슴팍을 툭 치면서 이야기한다
"2002년 월드컵때 너네때문에 떨어졌자나!"
"아...미안 ㅋㅋㅋㅋㅋ"
서로 웃고 떠들고 너무 좋은 분위기. 리스본에서 둘째날 바베큐 파티할때보다 더 좋은 경험이다. 그런데 무슨 스튜같은걸 주는데 아무리봐도 닭똥집이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물어봤다.
"저기 이거 이름이 뭐야??"
"불라불라~~~(뭐라고 해줬는데 까먹어 버렸다..)"
"아진짜? 그럼 치킨?(닭똥집이 영어로 뭔질 도대체 모르니..)"
"응 왜??"
"이거 한국에서도 먹어. 그런데 이렇게는 안먹고 다른방식으로 먹어"
"오 신기하네!! 한국에서는 뭐라그래?"
"닭똥집"
"탁..뭐? 왜이렇게 어려워 다시알려줘"
"닭. 똥. 집"
"아니 천천히 다시"
"닭"
"탁"
"똥"
"통"
"집"
"칩"
"닭똥집"
"탁통칩"
"응 그래그거 ㅋㅋㅋㅋ"
"ㅋㅋㅋ 탁통칩. 아 엄청어렵네 탁통칩."
그렇게 우리는 닭똥집과 축구로 하나가 되었다
2차도 가는거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술도먹고 음식을 먹는데 아까 이미 먹고와서 배불러 죽겠는데 자꾸 권해서 난감하다. 안먹을수는 없고 먹기는 배부르고. 아이들은 이제 다놀고 체육관에서 축구를 하는데 어린애들치고 꽤 잘한다. 역시 축구선수들의 자식이라 그런건가.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는데 친구들이 2차는 치과의사 친구네 집에서 하는데 같이 가지 않을껀지 제안을한다. 내일 걷기도하고 그래서 살짝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현지인의 집이라니! 무엇보다 이친구들과 같이 좀더 어울리고 싶어서 흔쾌히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잠을자기때문에 일단 말을 해야할것 같다고 했더니 의사친구와 함께 봄베이로스 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기로했다. 어차피 파티도 끝나서 말을 해야했고. 같이 내려가서 말을 하고 우리는 천천히 걸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북한 이야기도 하고 군대 이야기도 역시나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들은건 포르투갈이 군사적으로 상당히 중립국의 위치였다. 우리나라의 의무복무 이야기를 하면서 포르투갈의 군사제도도 이야기 해줬는데 무엇보다 용병과 같은 개념으로 움직인다는것에 놀랐다. 만약 북한과 우리나라가 전쟁을 하게된다면 포르투갈이 참전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북한으로 할지도 모른단다. 북한에서 포르투갈측에 돈을 많이준다고하면 포르투갈군은 북한쪽에서 싸운다는 것이다. 살짝 놀랍기도하고 신기하기도했다. 그런 이야기를하니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가기전에 담배를 사야한다고해서 근처 바로 갔는데 담배자판기가있다. 우리나라도 있는데 그냥 누르면 나올것같이 생겨서 애들이 그냥피면 어떡할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기계가 바 주인이 리모콘으로 눌러야 작동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신기하네..
집은 자그마한 아파트였다. 5층정도 되어보이는 아파트였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2층집이다. 일단 호스텔에서도 한번 경험을 하긴했지만 그냥 집으로 바로 들어가는게 너무 신기했다. 마치 집문을열고 들어가면 신발부터 자연스럽게 벗어야할것같은데 그냥 들어가다니. 길가다가 똥이라도 밟으면 어휴... 집에오니 아이들은 방에서 지네들끼리 놀고있었고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을 가니 아까 그 친구들이 같이있다. 그리고 밑에서 축구를하던 키큰 아이도 합류했다. 물어보니 18살인데 친구 와이프의 동생이란다. 2층에는 간단하게 바도있고 포켓볼다이도있고... 다들 이렇게 사는거야? 치과의사라 돈을 많이 버는거겠지? 잠깐 놀라서 멍하니 있다가 또다시 술을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다른 친구가 내일 뭐하냐고 묻는다.(아까 말한 유소년팀 코치와 풋살팀 코치인 친구도 영어를 조금 할줄알았다)
"그런데 내일은 뭐해?"
"내일은 그냥 걸어야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혼자지낼꺼야? 안되!!"
"응? 그럼 어떡해?"
"이친구(유소년 코치)네집이 이 근처인데 같이 보내는게 어때?"
"에이 말도안되"
"너만 되면 괜찮아. 그치???"
이렇게 갑자기 내일 다른 친구네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면서 같이 지내란다. 뭐야이게 싶었지만 어차피 기차타고 코임브라로 이동해서 하루 벌기도해서 같이 있는것도 좋겠다 싶어서 승락을 했다. 그랬더니 바로 전화를 건다. 뭐라뭐라하더니 나를 바꿔주는데 어떤 할머니의 소리가 들린다. 그냥 알았다고하면 된다그래서 알았다고 했더니 막 웃는다. 무슨상황인지 물어보니 방금전에 자기 엄마한테 전화해서 내일 친구데려간다고 말하고 허락맡고 나한테도 바꿔준거라고한다. 이제 빼도박도 못하겠네... 그러면서 다른 친구가 내일 가서 그냥 한마디만 하면 된다고한다.
"내일 가서 산타클로스로 깜짝분장하고 나타나기만 하면되 걱정마"
"뭐라고?? 어떻게하면되?"
"그냥 호~ 호~ 호~ 하면되 따라해봐"
"호~ 호~ 호~"
산타할아버지 소리냈더니 사람들이 웃겨 죽는다. 그렇게 또다른 추억을 계속 쌓아갔다. 12시가 조금 넘어서 이제는 다들 가는 분위기라서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내일 만날 히카르도가 봄베이로스까지 태워다 주기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풋살팀 코치가 나에게 한마디 한다.
"한국에 코치가 필요하면 이야기해. 싸고 좋은 코치가 포르투갈에 있다고"
오늘 걸은 길
(코임브라 - 밀하다)
Today : 24.4km
Total : 177.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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