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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21224 - 여행 11일차(밀하다, 루소)

다시만난 친구

어제저녁에 어쩌다보니 오늘도 걷질않고 쉬기로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계속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그러면서 정말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꿈만같았다. 특히 토마르에서 걷지않고 하루를 둘러본것, 하필이면 주말이라 차가없어서 코임브라로 간것. 그렇게 밀하다 봄베이로스 체육관에서 친구들과 만난것. 이게 모두 운명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다시한번 해봤다. 계속 진짜 말도안된다라고 생각하면서 주섬주섬 가방을 꾸렸다. 일단 어제 샀던 과자와 빵으로 아침을 대충 때우고 앉아서 기다렸다. 12시에 만나기로 해서 밖에나가서 기다렸는데 오질 않는다. 까먹은걸까? 역시 그냥 한말일까?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들다가 일단은 연락을 해보기로했다. 어제 몇몇 친구들의 이메일주소와 전화번호를 받았다. 그떄는 이걸 받아도 과연 쓸수가 있을까 싶었지만 정말 쓸일이 올줄이야! 국제전화가 되니까 바로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나 킴이야 기억해??"

"응 물론이지. 킴 왠일이야?"

"오늘 12시에 히카르도랑 봄베이로스에서 만나기로했는데 아직도 오질 않네.."

"그래? 내가 일단 연락해볼께 조금만 기다려"

그렇게 잠시 기다렸더니 다시 연락이온다

"킴! 히카르도가 일이 있어서 못가고있었대. 곧있으면 간다니까 조금만 기다려"

"고마워!!"

"메리크리스마스"

"메리크리스마스!"

무사히 국제전화도 성공하고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에 히카르도의 아들인 마티야스를 같이 데리고 왔다.

"미안 시간이 벌써 이렇게된줄 몰랐네"

"괜찮아. 괜찮아!!"

차를타고 이동하는데 어제 헤어질때 가던 그길이 아니다. 물어보니 잠시 들릴곳이 있다고해서 일단 이동했다.

 

새끼돼지 통구이

양옆으로 가로수가 펼쳐진 길을따라 꽤 오랫동안 이동했다. 마침 이 마을 이름이 '쿠리아'라고한다. 한국인 '코리아'랑 비슷하다면서 막 웃는다. 마을에서 얼마 안가서 왠 공장같은 곳으로 향했다. 공장안에 들어가니 세고비아의 새끼돼지 통구이처럼 새끼돼지속에 무언가를 넣고 화덕에 굽는공장이었다. 돼지 특유의 냄새가 나긴했지만 역겹지는 않았다. 그냥 돼지가 참 맛있어 보였다. 화덕이 약 1000도정도 된다는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번 먹고싶어졌다. 오늘 먹는건지 내심 기대했지만 오늘은 안먹었네... 공장 사장님하고 직원들하고 인사를하고 식사를 하고계셔서 볼일만 보고 금방 나왔다. 마티야스도 이곳에 자주오는지 자동차를타고 신나게 놀고있다. 그렇게 작별인사를 하고 또 다른곳으로 이동했다.

 

벤피카 펍

차를타고 얼마안가 이동한곳은 벤피카의 이름을 한 펍이었다. 히카르도가 운영을 한다는 벤피카 펍이었는데 실제 경기가 있을때면 동네에 벤피카 팬들이 다들 이곳에 모여서 맥주한잔씩 하면서 중계를 본다고한다. 한쪽 벽면에는 09/10 유럽 풋살대회에서 벤피카 풋살팀이 우승한 사진과 벤피카 선수들의 유니폼과 사진도있고 기둥에는 선수들의 이력과 사진도 적혀있다. 루이코스타도 역시 있었는데 히카르도가 자기 친구라면서 자랑을한다. 펍에는 TV도 엄청많고 한쪽에는 빔프로젝터도 설치되어 있었다. 한켠에는 팬샵같은곳도 있었는데 벤피카 관련 상품들도 판매를했다. 무엇보다 사무실에서 벤피카 입장 티켓도 발급을 할수있었다. 신기해서 물어보니 실제 발급해주는 티켓과 똑같다고한다. 밀하다가 사실 리스본보다는 포르투에 가까운데 리스본을 연고로하는 벤피카팬들이 꽤 많은것같다. 가장 최근에 열린 벤피카 챔스경기때는 밀하다에서 전세버스 20대가 리스본까지 원정을 갔다고한다. 역시 유럽의 축구열기는 대단하구나라는걸 새삼 느끼긴했지만 이정도일줄이야. 그러면서 비행기타고 맨체스터도 다녀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엄청나게했다. 역시 '축구'라는 공통적인 주제가 있으니 금새 친해진것같다. 그러면서 벤피카 머플러를 선물이라면서 하나 받았다. 이렇게 구경시켜주는것도 고마운데 선물까지 주다니... 정말 잊지 못할것같다.

 

드디어 집으로

구경을 전부 마치고 이제는 정말 집으로 향했다. 집은 어제 그렇게 헤메고 헤메어서 겨우 도착한 말라라는 마을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부인인 소냐가 밥을 하고있었다. 그리고 딸인 아드리아나까지.. 강아지가 처음에 경계하는지 으르렁대는데 금새 친해졌다. 그런데 다리를 절뚝절뚝거려서 물어보니 몇해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한쪽다리를 다쳤다고한다. 마티아스는 집에오니 신나서 돌아다니고 아드리아나도 자기 방을 구경시켜준다면서 데려간다. 집구경을 하면서 지내다가 정말 포르투갈 가정식을 먹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반찬의 개념도 당연히없고 밥대신 같이 삶은 감자를 위주로 먹었다. 밥을 다먹고 마티아스와 풍선으로 공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신나가지고 돌아다니는데 웃는게 진짜 아빠랑 닮은것같다. 진짜 신기한게 집안이 온통 축구집안이다. 마티아스는 물론이고 아드리아나와 소냐까지 축구를 하는것 같았다. 조금 더 있으니 히카르도가 보여줄것이 있다면서 티비장 밑에서 신문을 꺼낸다. 지금까지 언론에 자기가 나온걸 스크립트 했다고하는데 정말 대단하다. 아마 벤피카 골수팬이라면 아는사람이 몇명있지않을까?

그리고 쉬는데 커피한잔 할꺼냐고 물어봐서 알았다고하니 갑자기 나갈준비를한다. 응?? 커피한잔 하자면서 차를타고 이동한다. 커피한잔 하자더니 차를타고 동네 카페로 간다. 카페에가니 다들 옹기종기앉아서 히카르도 가족들을 반겨준다. 한편으로는 나는 누군가하고 이상하게 쳐다보고. 신기한게 이곳은 '카페'라고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에스프레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스프레소로 먹고 우리가 먹는 아메리카노 스타일로 먹는 사람은 별로없다. 간단하게(?) 커피를 한잔하고 다시 차를타고 집으로 왔다.

 

어머님 집으로

집에서 티비를 챙기더니 갑자기 차에 싣는다. 가져다줄곳이 있다고하면서 히카르도랑 둘만 차를타고 이동했다. 밀하다 근처에있는 '루소'라는 곳이었다. 마을에 들어가서 얼마안되서 어떤 집앞에 차를 세운다. 집에 한 아가씨가 있엇는데 자기 조카라고한다. 이곳이 지금 어머니와 동생이 사는곳인데 오늘 밤에 이곳에 전부 모인단다. 큰형네 부부도 사는데 이렇게보면 큰아들이 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우리나라와 비슷한것 같기도하다. 그냥 우연일까나? 티비가 안나온다고해서 아까 싣고온 티비를 달아보니 다행히 잘 나온다. 그렇게 수리를 끝내고 동네인 '루소'탐험을 나서기 시작했다.

맨 처음 데려간곳은 약수터였다. 이 루소라는 동네가 물로 엄청 유명한 곳이라고한다. 생각해보니 포르투갈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파는 물중에 루소라고 적혀있는데 꽤 많이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삼다수 같은건가. 이곳 물이 맛있고 좋아서 뜨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자랑을한다. 그리고 한쪽으로는 호텔이 꽤 많은데 물어보니 원래는 대형 카지노가 있어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카지노가 없어지고 지금은 그냥 빈 건물로 남아있다. 수영장인가 온천도딸린 엄청나게 큰 건물인데 지금은 일부만 호텔로 쓰는것 같았다. 근처 호수도 구경을 하고 차를타고 또 이동을했다.

 

부카코 국립공원

차를타고 이동하니 부카코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루소의 시장이랬나 부카코 국립공원 관리자였나 아무튼 꽤 높은사람이 자기 친구라면서 자랑을한다. 국립공원 안쪽은 차를타면 얼마 자전거타면 얼마 요금을 부여했다. 대신 걸어가면 무료! 그런데 크기가 도저히 걸어서 올라갈 정도가 아니다. 부카코 안에는 예전에 궁전으로 썼던 건물이 남아있었다. 그곳은 현재 개조해서 호텔로 쓰고있는데 이곳이 꽤 유명하고 비싼곳이란다. 아무리싸도 하룻밤에 200유로정도? 아직까지 자기도 자본적이 없다고한다. 한창 가이드북을 읽어보니 이곳이 꽤 유명한곳이었다.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위엄을 뽐내고있을시기에 포르투갈까지 침공을 했는데 이곳 부카코에서 포르투갈군과 프랑스군의 전쟁이 있었다고한다. 결과는 프랑스군의 대패. 역사적으로도 이렇게 유명한 현장이라니. 이게 진짜 여행이 아닐까? 가이드북에는 나오지않은 현지인들이 소개해주는 숨은 여행지. 성과 정원을 보면서 그당시 어떻게 살았을까 다시한번 떠올려보았다. 아쉽지만 성 안쪽은 들어가볼수는 없었다. 히카르도의 어머니도 이곳에서 아침마다 일을 한다고한다. 성앞에 잠시 차를 세우고 걷기 시작했다. 가이드북을 보면서 이곳이 이런곳이구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도대체가 생각이 안난다.(그때 당시는 가이드북도 있고 갤노트에 다 적어놨는데 잃어버려서 홀딱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내려오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어째 하늘이 어둑어둑하더니 비가온다. 문제는 우리가 꽤 내려와서 차타러 가는곳까지 걸어서 시간이 꽤 걸렸다. 10분정도 산을 올라서 겨우 차에탔다. 다행히 비가 별로 안올때 걸어왔었는데 차를 탄지 얼마안되서 비가 엄청나게 오기 시작했다. 차를타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보여주고싶은곳이 있다면서 올라갔는데 부카코 정상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정상에 십자가가 있었는데 엄청 신비로운 분위기. 저멀리까지 다 보인다. 날씨가 맑을때는 코임브라까지 보인다고한다. 하긴 30km정도 떨어진곳이니까. 그런데 저 멀리서 뭐가 보인다. 구름에서 비를 뿌리는게 보인다. 그리고 그 구름이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면서 비를 뿌리고있다. 뭔가 신기한장면. 지금까지 비가오다가 이동하면서 비가 그친적은 있지만 높은곳에 올라서 비오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한적은 처음이었다. 진짜 오늘 별경험 다하는구나....

 

파티마와의 만남

이제 정말 어둑어둑해져서 차를 타고 이동을했다. 그리고는 아까 물을 먹던곳에서 멀지않은곳에 차를 세우고 간판도없는 자그마한 음식점에 들어간다. 들어가보니 왠 할머니가 계신다. 히카르도의 할머님이란다. 동네주민들 상대로 서서먹는 자그마한 펍을 운영하고 계셨다. 엄청 반가워하면서 맥주한병을 건내주셔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그곳에서 히카르도의 형을 처음으로 만났다. 인사도하고 벽면에 걸린 루소의 옛모습, 할머니의 소녀시절 모습도 볼수가 있었다. 시골은 할머니는 어딜가나 똑같구나... 새삼 집에있을 할머니가 생각났다.

이야기를하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어머니가 사는곳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집에가니 이미 준비를 다 마치고 옷도 갈아입었다. 차를타고 이제 정말 파티를 할 장소로 이동! 어머님네 도착하니 가족들이 엄청나게 많다. 아까 봤던 할머님도 계신다. 아마 형님이 모시고 오셨나보다. 그리고 아까는 못봤던 분들도 있었다. 물어보니 고모님이란다. 고모부는 프랑스분인데 포르투갈어를 엄청 잘하신다. 그리고 드디어 히카르도의 어머니인 파티마를 만났다!! 내가 산티아고까지 걷는다고하니 누구보다 반가워하시며 응원을 해주셨다. 자신의 이름도 파티마라면서 2번이나 산티아고에 가봤다고한다. 힘드셔서 걷진못하고 버스를 타고 가긴했지만.. 그렇게 가족들과 인사를하고 밥을 먹었다. 역시나 계속 많이 먹으라고 챙겨주신다. 배불러 죽겠는데 티는 못내겠고 웃으면서 엄청나게 먹었다.

 

크리스마스 파티의 시작

밥을 다먹고 또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 보니 접시들이 낯설지가않다. 보니까 스포르팅 리스본의 마크가있다. 히카르도가 웃으면서 이야기해준다. 형은 포르투의 팬이고 자기는 벤피카, 어머님은 스포르팅 리스본의 팬이란다. 한집안에 각기다른 축구팀을 응원하다니!! 너무 웃겨서 만약 더비매치할때는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그냥 화기애애하게 본다고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포르투갈 리그에서 그 3개의팀이 가장 유명하다고하니 정말이라면서 놀란다. 한국에서 어떻게 아느냐라는 눈치도 있는것같고. 그리고 한켠에는 아버지의 사진이 있었다. 아버지가 40년동안 벤피카의 팬이셔서 훈장까지 받았다고 자랑한다. 아쉽게도 몇해전에 돌아가셨다고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곳에 빵이랑 이것저것 정말 단것들만 가득했는데 밥먹은지 얼마지났다고 또 먹으란다. 특히 할머니가 계속 권해주셔서 거절도 못하고 계속 조금씩 먹었다. 정말 할머니들은 어느나라나 다 똑같구나...

이제 12시가 다되어가니 점점 다른 가족들도 모였다. 조금 떨어진곳에 사는 친척들도 다같이 모이니 거의 20명 가까이 되는것 같았다. 마티야스는 산타할아버지 언제오냐면서 궁금해하면서 무서워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놀고있었는데 어디서 '똑똑똑'소리가 들린다. 마티야스가 놀라서 엄마품에 숨는데 몇번 노크소리가 더 들리더니 산타할아버지 아니 산타할머니가 등장했다.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치며 한사람씩 호명하며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역시 제일 인기인은 막내인 마티야스. 다른 아이들도 선물을 보면서 너무 좋아한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보니 참 순수한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런데 낯익은 소리도 들린다.

"키미? 키미?"

"???"

"킴! 너인가봐"

"응? 나? 뭐지??"

"메리크리스마스!!"

갑작스럽게 초대된것도 어리둥절한데 얼떨결에 선물까지 받아버렸다. 잠시후 또 호명되어서 선물을 2개나 받았다. 내가 걷는다는걸 알아서 그런지 양말과 페레로로쉐 초콜릿 한통을 주었다. 선물이 뭔지 중요하지는 않았다. 불청객을 이렇게 반겨주다니. 정말 평생 이 기억은 못잊을것같다.

산타할머니의 선물 증정식을 마치고 사라지셨다. 그리고는 고모님이 들어오시더니 자기 간사이에 산타가 왔었냐면서 능청스럽게 연기를 한다. 선물을 모두 까보니 아드리아나가 왠 마술세트를 받았다. 마술세트에 들어있는 마술을 연습하면서 보여주고 카드놀이도하고 고모님 딸도 퍼즐을 선물받아서 같이 퍼즐도 맞추면서 놀았다. 멀리서 온 이방인인데 아무런 거리낌도없이 이렇게 대해주다니 너무나 고마웠다. 그렇게 밤 늦게까지 웃고 떠들며 놀면서 2012년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아마 내생에 다시는 없을것같은 너무나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이런게 크리스마스 기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