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서의 둘째날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는 창문에서 산티아고 대성당이 보이는 곳이었다. 그래서 눈을 뜨자마자 바로 대성당의 풍경을 보기위해 방을 나서서 산티아고 대성당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침 일찍 눈을 뜨긴했는데 9시쯤 문을 열지 않을까해서 잠시 멍때리고 앉아있다가 배가고파서 1층으로 내려갔다. 뭘 먹으려고 사놓은것도 없고 알베르게에서 간단한 빵과 커피를 제공을 했기때문에 오늘 아침은 간단하게 그냥 알베르게에서 사먹기로했다. 커피한잔과 토스트에구운 빵 2조각, 쨈과 버터가 2유로였다. 어째 비싼감도 조금 있긴했지만 어차피 사먹으면 비슷할테니까 그냥 먹으면서 친구들에게 엽서를 썼다. 아침일찍 커피와 토스트를 먹으며 성당을 바라보면서 엽서를 쓰는 내 모습을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뭔가 유럽사람같이 엄청 오글거렸다. 걍 일어나서 부시시한 머리에 빵이나 씹으면서 컴퓨터를 하는 모습이 더 잘어울릴텐데
드디어 완주증 발급
아침을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은진누나가 짐을 다 싸놓고있었다. 은진누나는 오늘 피스테라를 향해서 다시 걷는다. 일단은 중간까지는 버스를 탄다고햇었나.. 구간이 짧았었나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쩄든 인증서를 발급받고 12시에 미사까지 드린다음에 출발을 한다고했다. 짐을 다 싸고 은진누나와 같이 알베르게를 나섰다. 이제 이 방에는 나 혼자서만 지내겠구나. 천천히 걸어서 다시 대성당으로 돌아왔는데 아직 문을 열지도 않았다. 아마 10시가 되야 열으려나보다. 결국 누나와 대성당 뒷편 계단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이제 마지막이니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10시가 되길 기다렸다.
10시가 거의 다 되었을때 발급사무소를 가니 이미 문이 열려있었다. 바로 올라갔더니 아직 준비중이라고 잠시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다가 바로 사인을 받고 들어갔다. 2013년 1월 7일 첫번째, 두번째 등록자는 나와 은진누나였다. 마지막으로 크레덴시알을 제출하고 드디어 완주증을 받았다. 완주증을 받으니 뭔가 또 감격스러웠다. 이번에만 2번째 완주증을 받는 은진누나는 뭐 별다른건 없어보였다. 그렇게 증서를 받고 대성당으로 향했다.
리스본에서 걸은 한국인
이제는 12시 미사를 하기위해 대성당으로 향했다. 어제는 가방도있고 힘들어서 대충 둘러본 성당을 다시한번 자세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랫쪽에 안치된 야고보의 유해도 보고 뒷쪽 계단도 오르며 성당 구석구석을 확인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잠시 성당에 앉아있었더니 슬슬 미사준비를 하는지 하나둘씩 신부님들과 다른 사제분들이 들어오는것 같았다. 미사는 순례자들도 많았지만 그냥 동네주민인것 같은 분들도 있었고 이곳저곳에서 오신 신자분들도 많은것 같았다. 가장 눈에 띄었던건 엄청 늙으신 할아버지 한분이 성금같은걸 걷으려고 주변을 돌아다니고 계셨는데(그걸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ㅠㅠ) 그분을 보면서 왠지모르게 정말 좋아서 하시는구나 라는걸 갑자기 느꼈다. 미사중간중간 그 할아버지의 모습을 계속 쳐다 보았던것 같다. 이제 미사가 시작되고 완주한 순례자들을 부르는 순서가 있었다. 금방 지나간다고해서 주의깊게 들었다. 우리가 맨처음에 썼으니까 맨처음에 나오지 않을까했는데 문제는 어디가 시작인지 모르니... 계속 듣고있었더니 스페인어로 리스본에서 시작한 한국인 1명, 포르투에서 시작한 한국인 1명 이렇게 은진누나와 나를 말해주었다. 이름은 말해주지 않았지만 저둘이 우리인건 확실하니까. 혹시나해서 다른 한국인이 있을까 들어봤지만 '꼬레아'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은진누나와의 작별
미사를 마치고 나와서 은진누나와 작별인사를 했다. 이제는 피스테라로 걷는 은진누나. 바르셀로스를 지나 갑자기 만나서 산티아고까지 참 힘이 되었던것 같다. 도움도 많이 받았고.. 나중에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로하고 중간중간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로하면서 헤어졌다. 뭐 별다를건 없었다. 영영 못보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못먹고 걸으니 그게 걱정되어서 이야기도하고 마침 지금 파스테라쪽이 비가온대서 그것도 걱정이 되어서 말을하고 그래도 생각보다는 금방 작별을했다. 이제는 다시 혼자 여행의 시작! 이제부터는 진짜 여행이다. 그런데 할게없다. 산티아고가 큰 도시이긴해도 타지인 입장에서 갈만한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성당 주위로 일부만? 버스를 타고 피스테라를 갔다와볼까 생각했지만 일단 오늘은 시간이 없고 내일이나 가보려고 생각을하고 오늘은 그동안 못했던 할일부터 하기 시작했다.
산티아고 산책
사실 여행중에 필요한 살게 있었는데 그동안 걸으면서는 필요가 없어서 이제야 사려고 마음먹고 산티아고 시내를 전부 돌아다녔는데 마침 씨에스타라 문을 연곳도 많이없고 열어도 내가 찾는건 없었다. 일단은 밥부터 먹고 나중에 찾기로하고 대형마트부터 가서 요리할걸 구매했다. 어제 잠깐 주방을 둘러봤더니 엄청 거창한건 못해도 기본적인건 해먹을수가 있을것 같았다. 일단 밥을하려고 하다가 냉동코너에 갔는데 2인분 정도되는 볶음밥이 2유로도 채 안되는 가격에 나왔길래 낼름 사버렸다. 그전에 밥하려고 샀던 쌀도 다시 제자리로.. 오늘은 이걸로 때우고 다른 요기꺼리랑 맥주랑 몇개를 산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밥부터 해먹었다.
밥을 다먹고 방에서 또 빈둥대다가 다시 산책에 나섰다. 오늘 저녁은 완주증도 받았으니 호텔에서 순례자들에게 제공하는 밥을 먹기로하고 소화도 할겸 계속 돌아다녔다. 그냥 돌아다닌 느낌은 순수하게 관광지의 이미지로만 봤을때는 산티아고 대성당 하나말고는 딱히 별다를건 없었다. 애초에 이곳이 관광지도 아니고 당연하겠지만.. 그래서 나도 쉬는 느낌으로 공원에서 대성당도 바라보고 그냥 동네산책만 2~3시간 가량 천천히 걸었다.
순례자 식단
산티아고 대성당 옆 호텔에서는 매 아침, 점심, 저녁 시간에 맞추어서 완주증을 가진 10명에게 식당 한켠을 내주고 식사를 제공한다. 무조건 완주증이 있어야하며 유효기간은 발급일부터 3일까지 제공하는데 여름은 모르겠지만 겨울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것 같았다. 입구도 아니고 근처 주차장쪽에 있다가 시간이 되면 직원이 나와서 안내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시간이 되었을쯤 주차장 근처에 갔는데 왠지 식사를 하러 온것같은 순례자 한명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딱히 말을 걸기는 뭐하고 나도 근처를 배회하다가 직원이 나와서 곧장 따라 들어갔다. 오늘은 6명의 순례자들이 있었는데 한국인은 나 혼자였다. 여러나라에서 온 분들이 있었는데 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프랑스길을 걸으신분들... 중간중간 이야기를 하면서 먹긴했지만 사실 어색한 부분이 없지않아서 그냥 조용히 식사를 했다. 한분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는 했지만 그닥 별로 참여하고 싶지 않아서 몇번 받아주고 이내 조용히 밥을 먹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피자. 양이 적지는 않았지만 또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다. 딱 한끼 식사로 적당히 먹을 정도의 양이랄까?
계속되는 치통
식사를하고 야간의 성당을 또 한참 구경하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혼자 자는구나... 그런데 어제부터 사실 치통이 굉장히 심했었다. 사실 어제 뿐만이 아니라 몇일전부터 조금씩 시작되었는데 낮에는 별 이상없다가도 자기전에 누으면 그게 너무 심해졌다. 그래서 어제도 잠을 설치다 겨우 잠들었었는데 오늘도 역시나 심하다. 그래서 아까 낮에 슈퍼에서 가글을 큰걸 하나 사서 뭘 먹기만하면 바로 가글을 하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심해서 결국 일어나서 다시 가글을 한번하고 왔다. 밀하다에서 만난 친구가 치과의사였는데 어차피 내일 할것도없는데 연락을 해서 밀하다가서 치과진료좀 받고올까도 심각하게 고민을 해봤다. 실례인걸 알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여행이고뭐고 밤마다 너무 고생을 할것같았다. 일단은 가글을 하고오니 그나마 조금 진정이 되었는데 진짜 내일까지 계속 이러면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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