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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30130 - 여행 48일차(베를린)

우중충한 날씨

독일도 역시 날씨가 썩 좋지는 않았다. 프랑스도 좋지 않았는데 스위스로 넘어올때는 그래도 맑은 날씨덕분에 기분이 좋았었다. 하지만 역시나 쾰른으로 넘어가고부터 비가오더니 꽤나 떨어진 베를린으로 왔지만 여전히 흐리다. 그런데 독일은 왠지 그런 흐린느낌이 어울린다. 특히 베를린은. 아무래도 상처를 안고있는 도시라서 그런걸까?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베를린 자체가 큰 도시라서 볼것도 많지만 일단 어젯밤에 TV타워나 박물관섬 같은곳은 한번 둘러봤고 어차피 안에 들어가서 뭘 보는게 아니면 그걸로 충분해서 패스. 오늘은 그냥 우리가 관심있는 곳만 슬슬 둘러보기로했다.

 

티어가르텐(Tiergarten)

먼저 티어가르텐 공원부터 시작해서 슬슬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로 구지 따지면 여의도 공원정도인데 그냥 공원 자체가 거의 여의도 만하니까 사실 비교자체는 불가능했다. 딱히 뭐가 있다고 하려면 공원 가운데쯤에 전승기념탑이 있었다. 그걸 보고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오늘 짠 코스자체가 대중교통은 거의 타지않고 걷기만 하는 코스라 이쪽이 가장 끝 부분이기도 했다. 아침이지만 서서히 공원에서 산책을 하면서 오늘 여행을 시작했다. 동물원도 있었는데 비싸기도 비싸고 구지 우리나라에 없는 신기한게 있는것도 아닐텐데 여기와서까지 동물원을 가야하나 생각이 들어서 패스. 동물원을 끼고 공원으로 진입하면서 몇몇 동물들을 보긴 했다. 이곳도 전날 비가와서 그런지 공원이 물을 먹어서 질척질척했다. 이미 예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이것보다 더한길도 걸어서 나는 이것도 감사하면서 걸었지만... 공원인 만큼 오리사진이나 몇몇개 찍으면서 사실 뭔가 보기보다는 산책을 하면서 이런저런 혼자만의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베를린 전승기념탑(Berliner Siegessaule)

걷다보니 어느새 전승기념탑에 도착했다. 저 멀리서 부터 보이는 금색의 탑이 눈부시다. 탑은 도로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냥 차가 안오는 틈에 무단횡단으로 잘 건너갔다. 지금 기억으로는 지하도로 연결된 통로가 있었던것 같기도하고 잘 모르겠다.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무단횡단으로 건너왔다. 탑은 그냥 보는것이 아니라 꼭대기에 올라갈수도 있었다. 물론 입장료도 받았고. 올라갈까 했지만 날씨도 꾸리꾸리한데 별거 없을꺼같아서 그냥 패스. 이제와서 생각하는건데 TV타워도 안올라 갔었는데 전승기념탑마저 안올라가서 베를린 전경사진이 전혀 없다. 그냥 땅에서만 봤지 어딘가 올라가서 도시를 바라본적이 없었다. 파리에서도 마찬가지. 이번 여행을 하면서 정말 들어가고싶은 관광지가 아니면 겉에서만 보고 안으로 들어가보지 않았는데 판단을 잘못한것 같았다. 올라가서 보는 전경풍경도 분명 특별한 것인데..

 

소니센터(Sony Center)

다시 공원으로 들어가서 걷기 시작했다. 전승기념탑에서 소니센터가 위치한 포츠담까지는 대략 30분정도 걸은것같다. 사람들도 별로 없고 정말 공원 산책만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했다. 소니가 건물을 짓고 쇼핑몰이나 영화관같은 복합 시설이 들어선 코엑스같은 곳인데, 솔직히 좀 실망했다. 소니센터인만큼 오락실같은게 있을줄 알았는데 개뿔 그런게 전혀없다. 그냥 쇼핑몰하고 음식점만 엄청나게 많다. 화장실은 역시나 돈을받고. 주말도 아니라서 가운데 스테이지에선 별 공연도 안하고있었다. 그냥 그런 감흥에 금새 빠져나갔다. 그냥 이름만 듣고 말도안되는걸 기대한 것일까?

 

포츠담 광장(Potsdamer Platz)

소니센터에선 금방 나와서 바로 옆에있는 포츠담 광장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사회시간에 한번쯤을 들어봤을만한 포츠담 선언으로 상당히 익숙한 지명이기도 한곳. 나름 우리나라의 운명을 정한 곳이기도 한 장소라서 의미가 깊었다. 지금의 포츠담 광장은 사실 그냥 일반 도심지와 별 다를것이 없었다. 2차세계대전당시 나치군의 복장을 한 사람이 광장 한켠에서 동독의 비자를 발급해주는 일(?)을 하고있었다. 그냥 대놓고 찍으면 뭐라고 할까봐 다른걸 찍는척하면서 은근슬쩍 찍었다. 유럽에선 코스프레나 뭘 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기만해도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걸 찍을때마다 상당히 조심스럽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의 흔적도 아직까지 남아있는걸 볼수가있는데 장벽에 뭐가 엄청나게 붙어있어서 자세히 보니 껌이다. 도대체 왜 껌을 이곳에다 붙여놓은거지?

포츠담쪽으로 넘어와서 과거 동독지역으로 오니 횡단보도 신호부터 바뀌었다. 이전에 몇몇 정보를 찾아보다가도 발결한건데 동독과 서독의 횡단보고 신호기가 모습이 서로 달랐는데 통일이 되서도 그대로 바뀐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한다. 어차피 크게 불편한것도 없고 그냥 모양만 다를뿐 의미는 같기때문에 구지 돈을 들여서 할 이유도 없을테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통일했으면 대대적으로 시스템 통일한다고 난리치고 헛돈만 허공에 뿌릴게 분명하다. 그리고 또하나 특이한점이 도시 이곳저곳에 왠 파이프가 엄청나게 설치되어 있었다. 뭔가 운송하는 역할을 하는것 같지는 않고, 가이드 북에도 자세한 정보가 안나와있었다. 그냥 개인적으로 추측하자면 옛 베를린 장벽이 서있던 곳을 표시한게 아닌가 싶다. 아님 말고.

 

홀로코스트 추모공원(Denkmal fu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

조금 더 길을걸어서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2차세계대전당시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 자체를 홀로코스트라고 부르는데 베를린 한 가운데에 그것을 추모하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사실 공원이라고 하기는 애매하고 각기 다른 돌들이 미로처럼 뺵빽히 설치되어 있었다. 그냥 알게 모르게 엄숙한 느낌. 독일은 유대인을 학살했지만 그당시 일본역시 아무이유없이 우리를 학살했다. 학살이라는 표현은 조금 아닌것 같긴하지만 아예 식민지로 삼으면서 일본화 함으로써 아예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를 없애려는 행위나, 학살을 통해 유태인들 자체를 없애려는 행위나 사실상 같은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더 엄숙한 분위기로 천천히 돌들 사이를 걸었다.

정말 신기한건 이러한 장소에 오면 괜히 특별한 장소라는 생각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은 으스스한 느낌도 들면서 기분이 묘해진다. 무섭다기 보다는 뭔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알수없는 느낌이랄까. 돌들 사이를 걷다보니 한 돌 위에 올려진 꽃을 보게되었다. 그리고 문득 주위를 살펴보니 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관광객도 물론 많았지만 그냥 시민들도 많이 지나치는것 같았다. 문득 왜 독일이 불과 100년도 되기전에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지금 이러한 위치에 올라와있는지 알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브란덴부르크문(Brandenburger Tor)

추모공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서 드디어 브란덴부르크문에 도착했다. 베를린 하면 가장 유명한 장소중에 한곳인기도 한데, 바로 지나가지는 않고 잠깐 건너편 공원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쪽에 독일의 국회의사당 건물이 있는데 어차피 들어가지는 못하고 사진이나 한번 찍을까 하고 뒷편으로 갔는데 뭔가 또 조형물이 있었다. 공원같이 꾸며놓고 이런저런 설명이 되어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이곳도 뭔가 추모를 하는 곳이란걸 느꼈다. 영어설명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뭔가 집시와 관련된 곳 같았는데(지금 검색해보니 2012년에 만들어진 집시추모조형물이라고 한다.) 꼭 아까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에서 느낀 기분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비도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그 느낌이 더욱 더 커졌다.

뜻하지않게 새로운것도 만나고 다시 브란덴부르크문으로 향했다. 문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뭐 아인슈타인부터 많은 유명한 유대인들의 사진과 그들의 업적을 걸어놓은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꽤나 많은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그리고 문으로 들어서자 가장먼저 눈에보이는건 역시 나치군의 군복. 이곳에도 코스프레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었다. 그당시 미군 군복을 입은 사람과 둘이 국기도 들고 서있었는데 이번에도 문을 찍는척 하면서 은근슬쩍 같이 사진을 찍었다. 문으로 들어서자 그냥 평범한 쇼핑가처럼 생긴 거리였다. 이제 슬슬 점심도 먹어야하는데 마땅히 점심먹을만한 곳은 안보이고 일단은 좀더 걷기로하고 다음장소로 향했다.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

일단은 배고픔을 참고 체크포인트 찰리로 향했다. 그런데 가던도중 우연히 만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건물. 한글같은게 보여서 봤더니 북한의 대사관 건물이었다. 인공기가 걸려있고 대사관 정문에있는 게시판 같은곳에는 김정은을 찬양하는 글이 붙어있었다. 정말 아무생각없이 다니다가 문득 이걸보니 정신이 들었다. 이 건물이 갑자기 생긴건 아닐테고 지역도 동독인거봐서 독일이 통일되기 전부터 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괜히 Where are you from? 했을때 KOREA라고 답하면 South? North? 라고 묻는게 아니구나 깨달았다.

예전 분단시절 검문소인 체크포인트 찰리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맥도날드가 보이길래 일단 맥도날드부터 향했다. 배고픈것부터 해결을 해야지. 가격도 뭐 우리나라와 큰 차이도없고 메뉴는 좀 특이한게 몇몇개 있었다. 그것보다 가장 충격이던건 화장실. 화장실갈때 영수증을 안들고가면 들여보내주질 않는다. 아니 들여보내준다. 0.5유로 내면. 뭔놈의 화장실 돈을 받겠다고 화장실 입구서 상주하는 직원을 두는건지. 그돈이 더 아까워보였다. 괜히 그냥갔다가 빠꾸먹고 다시 영수증 가지고와서 겨우 들어갔다왔다. 이정도일줄은 몰랐는데 이정도였구나.

드디어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왔다. 처음엔 체크포인트 찰리에 있는 사진의 주인공 이름이 찰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냥 '알파' '브라보' '찰리' 할때 그 찰리였다. 건물 자체도 그당시 건물이 아니고 다시 복원을 한거였고 근처에 있는 박물관에 그당시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확실히 같은 도시안에 장벽이 쳐져있어도 소통을 할수있었던 독일의 상황과 DMZ로 분리되고 철조망과 양측 군사가 대치한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너무 다른 조건이라 지금 이 모습을 보면서도 통일이 부럽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통일이 되긴 너무 이르다고 생각이 들었다.

 

유대인 박물관(jewish museum)

점심에 햄버거를 먹으면서 책을보다가 근처에 유대인 박물관이 있길래 가보기로했다. 그런데 가서는 솔직이 좀 기대이해. 우리둘다 해석을 잘못하긴 했었다. 유대인 박물관이라고해서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록이나 뭐 그런것들이 있을줄 알았는데 그냥 정말 유대인 박물관이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내용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보다는 유대인들의 생활상이나 특징 문화등을 설명한 정말 '유대인 박물관'이었다. 좀 특이한 점이라면 홀로코스트에 대한 설치미술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비가 와서 그런가 분위기도 우중충한데 그냥 아무생각없이 그곳에 꽤 오랜시간 서 있었다. 철로된 조형물을 밟으면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왠지 구슬프게 들린다고 해야할까? 이거 하나만 봤어도 유대인 박물관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뭔가 좀 많이 아쉬웠다.

 

베를린 장벽(Berlin Wall)

이제 다시 베를린 장벽을 보기위해 길을 나섰다. S-Bahn을타고 어딘가에서 내렸는데, 애초에 목적지는 이스트사이트 갤러리였지만 시간이 늦어서 아무것도 못볼것같아서 다른곳으로 향했다. 뭐가 전시되어있는 곳이기는 했는데 박물관도 다 문을 닫았었고 그냥 벽을 따라 걸었다. 그동안 봤던것과는 다르게 철근만 남아있는 곳도 있었고 실제로 장벽이 보존되어있는 곳도 있었다. 어찌됐든 이 두꺼운 콘크리트 벽 하나만 사이를 두고 분단이 이루어진건데, 높이도 그렇게 높은것도 아니고 장벽위로 뭔가 물건을 던지면서 교류도 했을것같고 분단이라는 표현을 하긴했지만 우리나라가 느끼는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을것같다. 그저 유럽와서 옆나라 국경을 넘는것만해도 신기해 했던걸보면 참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아니라 한국인만이 느끼는 그런것이 분명 있을것이다. 저녁의 베를린 장벽은 낮에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한 지하철 한두정거장 거리의 길을 계속 장벽과 함께 걸어다녔다. 별 말은 없었지만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남겼던 길거리.

 

냄비를 태워먹다

베를린에서 하루는 뭔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특별했다. 계속 이야기 했지만 분단국가의 모습을 아직도 간직해서 더 그런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많은것을 느낄수있었던 하루였다. 하루만에 다 보는게 조금은 아쉽기도 했지만 다음에 또 오면 또다른 모습을 볼수 있겠지. 완전 모든것을 다 보는것보다는 어느정도 여운을 남겨야 다음에 꼭 다시오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는것 같다. 는 개뿔 그냥 시간이 없던거지뭐.

오늘도 밥을 먹으려고 냄비로 냄비밥을 짓는데 뭔가 타는냄새가났다. 다른걸 준비하다가 불조절을 깜빡해서 계속 센불로했더니 냄비 바닥에 밥이 타버렸다. 밥이 탄거야 그냥 안탄부분 골라서 먹으면 되는데 새냄비인것 같았는데 냄비가 타서 식겁했다. 일단은 밥이 다되었으니 빨리 저녁을 먹고 냄비를 미친듯이 씻었다. 그래도 퐁퐁에 담아놔서 그런지 어느정도 제거는 되었지만 100% 제거된게 아니라 찝찝하다. 최대한 노력하면서 제거한다고 제거했는데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래도 큰일은 안나고 제거해서 다행! 겨우 마무리를하고 다시 방으로 올라와서 맥주를 먹었다. 사실 방에서 먹는건 금지였는데 밑에가 너무 시끄러워서 둘이 과자하나 가지고 방에서 맥주를 먹었다. 간단하게 2병만 먹고 꿀잠. 역시 자기전에 맥주한잔이 딱 좋은것같다.

 

[사진....photo/12-13 유럽여행....Europe] - 130130 - 여행 48일차(베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