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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30110 - 여행 28일차(마드리드)

마드리드에서의 아침

아침에 일어나서 잠을깬뒤 바로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내가 호스텔을 고르는 조건중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게 바로 아침제공이었다. 조금 부실하더라도 아침을 제공하는곳이 개인적으로 편했다. 어차피 호스텔들의 아침은 거기서 거기지만 하룻밤에 1~2유로정도 비싸더라도 아침이 제공되는곳이 나같은 가난한 여행객에게는 더 매력적이었다. 마드리드에서 묵었던 'No Name City Hostel'역시 아침을 제공했는데 과자들을 제공해서 몇개 챙겨서 중간중간 간식으로 먹을수가 있었다. 아직은 호스텔에서 묵은지 얼마 안되었지만 전체적으로 호스텔의 아침은 늦은편이었다. 이날도 8시쯤 일어났지만 아침을 먹는사람은 거의 없었다. 역시나 내가 아침을 거의 다먹을무렵 사람들이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했다.

 

마드리드 아침산책

오늘은 어제만난 준희형과 친구분하고 3명이서 마드리드 워킹투어를 하기로했다. 11시에 솔 광장(Puerta del Sol)에서 보기로 했는데 11까지 호스텔에서 있다가 가기에는 너무 시간을 버리는것 같아서 10시쯤에 미리 나와서 주변산책을하고 솔광장으로 가기로했다. 일단은 솔광장 주변으로 걸으면서 어디를 갈까 둘러보고있는데 저 멀리 눈에띄는 건물이 하나 보였다. 빨간 시계탑처럼 생긴곳이었는데 자세히보니 성당이었다. 유럽에서 사장 많이볼수있는 성당 이름중 하나인 산타크루즈 성당이 마드리드에도 있었다. 성당 입구에 써있는 공식명칭은 'Parroquia de Santa Cruz' 라고 쓰여있었는데 그냥 작은 교회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리 크지않은 규모의 교회었다. 교회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리 화려하지않은 작은교회었다. 성당을 잠깐 둘러보고 다시 나와서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 마드리드에서 까미노 마크를 발견했다. 사실 순례길이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와같이 대도시에서 출발하는 루트도 있는데 이곳에서 마크를 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가이드북을 보다보니 근처에 대성당이 하나있었다. 마드리드의 대성당은 알무데나 성모대성당(Catedral Nuestra Senora de la Almudena)으로 따로 있었지만 이 성당이 대성당의 역할을 하기전까지 마드리드의 대성당 역할을 했던 산이시드로엘레알교회(Iglesia de San Isidro el Real)가 있었다. 사실 지금의 대성당보다 예전의 대성당이 어떤모습인지 궁금해서 발걸음을 옮겨 들어갔는데 내부가 꽤 화려했다. 순례길을 걸으며 봤던 성당들, 특히 주로 포르투갈의 성당들을 봤었는데 그 성당들이 규모를 떠나 내부가 뭔가 소박했다고하면 이 성당은 꽤나 화려했다. 아마 금박장식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지구본위에 서있는 예수상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성당이었는데 성당 내부에서 뜻밖의 장면을 만나며 감탄을 하면서 좀더 구경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마드리드 워킹투어 시작

이제 11시가 다가와서 오늘 만남장소인 솔광장으로 향했다. 솔광장에 거의 다다랐을무렵 처음으로 돈을 뽑기로했다. 일단은 순례길을 걸을때 쓸만한 돈은 한국에서 다 뽑아왔었고 그돈이 이제는 얼마 남지않았었다. 돈은 큰 가방에 두고 여행때 쓰는 작은가방에 하룻동안 쓸만한돈과 약간의 비상금을 같이 가지고 다니는 방식으로 돌아다녔는데 이제 이틀안에 그돈을 다 쓸것같아서 일단 스페인에서 쓸 돈을 뽑기로했다. 순례길을 걸을당시 하루에 20유로, 순례길이후 여행할때는 하루에 40유로정도를 여행경비로 책정했는데, 순례길을 걸을때는 생각보다 돈이 덜들어가서 아끼긴했지만 중간에 리스본과 포르투에서 머무는 기간역시 20유로로 책정해서 거의 쌤쌤이었다. 마드리드부터는 숙박비를 하루에 10유로정도, 교통비포함 관람비 20유로, 밥값 10유로정도를 잡았는데 막상 돌아다녀보니 밥값이 조금 많이들었다. 어차피 아침은 숙소에서해결하고 저녁은 호스텔에서 해먹는식으로 해서 어느정도 줄일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점심값과 장보는값을 포함하면 그리 여유있는돈은 아니었다. 어찌됐든 유럽에와서 처음으로 50유로짜리 6장, 총 300유로를 인출했다.

솔광장에 도착해서 역 앞 광장에 앉아서 준희형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11시 약속인데 아직 나타나질 않는다. 전화번호가 있긴하지만 한국에서 번호인데다가 이상하게 카톡친구에 형이 뜨질 않았다.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는게 전부였는데 솔광장 한가운데서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아서 확인도 불가능했고 그냥 기다릴 뿐이었다. 솔광장에 있는 카를로스 3세 동상앞에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10분.. 15분이 지났는데 안오길래 무슨일이 생겼나 싶어서 혼자 그냥 돌아다닐까 하다가 딱 20분까지만 기다려보고 안나오면 혼자 다니려고했는데 20분이 다될무렵 준희형이 나타났다. 어젯밤 호스텔로 돌아가서 둘이 맥주한잔하고 이야기하다가 잠이안와서 영화를봤는데 결국 새벽5시가 다되어서 잠들었다고했다. 그래서 결론은 오늘 늦잠을잤다는것. 친구는 안보여서 물어보니 페이스북 메신저로 나에게 연락을 했는데 대답이 없길래 일단 급하게 마중나왔다고 준희형 호스텔에서 잠시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좀더 기다리다가 친구분을 만나고 드디어 워킹투어를 시작했다.

 

마요르 광장(Plaza Mayor)

솔광장에서 호스텔까지는 약 1분정도밖에 안걸려서 일단 솔광장으로 향했다. 뭐 별다를건 없는데다가 혼자서 기다리면서 이미 다 둘러봐서 바로 다음코스인 마요르광장으로 향했다. 솔광장과 더불어 마드리드의 중심이 되는 광장인 마요르광장 안으로 들어가니 붉은벽돌의 건물들이 날 반겨주었다. 그리고 다음에 날 반겨준건 여러모양의 캐릭터로 꾸민 인형탈을 쓴 아저씨들이었다. 아마 아저씨가 맞지않을까? 광장중앙에 있는 펠리페3세 동상앞에서 광장을 쭈욱 둘러보며 눈에다가 광장을 담기 시작했다. 마침 근처에 무료 워킹투어를 하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서서 뭔가 이야기를 듣고있길래 우리도 살짝 엿들었다. 광장 가운데에 서서 예전에 광장의 모습도 떠올려보고 제빵길드가 있던 벽 한켠에 위치한 곳에서 예전에 그 위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장면도 생각하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떠올렸다. 그러다가 참 웃긴장면을 하나 목격했다. 갑자기 한 인형탈이 근처 다른 인형탈에게 다가가더니 탈 상체가 살짝 들리고 팔이한쪽 쓱 나왔다. 그리고는 뭔가 이야기를하더니 돈을 받아간다. 여기있는 인형탈들이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받는 일을 하고있었는데 아마 잔돈이 부족했다보다. 준희형이랑 그 광경을 목격하고 진짜 여기서 대박장면 목격했다며 둘이 낄낄대고 웃었다.

 

산미구엘 시장(Mercado de San Miguel)

마요르 광장을 나와 근처에 있는 산미구엘 시장으로 향했다. 그냥 시장인데 이 시장 구경도 할겸 준희형 친구가 꼭 먹어보고 싶은게 있다고해서 방문했다. 그게 있었는지 잘은 기억안나지만 정말 맛있는게 많이있었다. 한가한 시간에가서 생각보다 사람들은 별로 없었는데 정말 맛있어 보이는게 많아서 오히려 고민이었다. 각종 타파스와 과일들이 특히 많았는데 우리는 맛볼겸 요거트 하나를 사서 셋이서 나눠먹었다. 시장에서 돌아다니며 요거트를사고 다시 길을 나섰다. 다음 목적지는 알무데나 대성당! 시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날이 흐려서 사실 기분이 별로였다. 뭔가 흐린날에 돌아다니니 조금은 나도 꿀꿀해진 기분? 리스본에서도 흐리긴했었는데 말이지.. 어쨌든 시장에서 나와 알무데나 대성당으로 향하는데 저 멀리 날씨가 굉장히 맑았다. 하늘에 얇게 깔린 구름이 아니라 파란 하늘에 구름들이 군데군데 맑은날씨처럼 보였다.

 

알무데나 대성당(Catedral Nuestra Senora de la Almudena)

드디어 도착한 알무데나 대성당! 성당에 도착하니 날씨마저 맑아져서 기분도 좋아졌다. 성당 입구에는 입장료는 따로 받지는 않았지만 기부금을 받고 있었다. 준희형 친구분은 어제에도 대성당에 한번 방문하면서 기부금을 넣어서 따로 기부를 안하기로했고 나는 순례길 걸었다는 핑계로 기부를 안했다. 준희형도 기부를 안한거 같고... 셋이 성당에 들어왔는데 그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화려하진 않지만 뭔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특히 날씨가 맑아져서 햇볕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성당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빛들이 너무나 이뻤다. 형형색색의 색들도 그렇지만 그게 자아내는 분위기가 너무나 좋았다. 준희형 친구분이 천주교 신자였는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십자가의길에 대해서 들었다. 성당에 가면 벽면에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못박히고 성모마리아를 만나는 등등의 일들을 정리해서 그림으로 남긴게 있는데 그 각각의 그림에 대한 의미와 안에담긴 스토리를 이곳에서 처음 들었다. 신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순례길을 걸으며 많은 성당을 다녔는데 이제와서 이걸 깨닫다니 뭔가 부끄럽기도했다. 성당 한켠에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주황빛이 성당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사진기에 담으려고 몇번이고 다시 찍었다. 100% 만족하는 사진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결과물이 나와줘서 괜히 뿌듯했다. 성당내부에서 잠시 쉬기도 하고 이야기도듣고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1시간정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마드리드 왕궁(Palacio Real de Madrid)

성당에서 나와 근처 마드리드 왕궁으로 향했다. 성당안에있는 수녀님께 혹시 순례증에 도장을 받을수 있는지 물어보니 근처 어디를 가라고 알려준다. 알려준곳을 향했는데 딱히 도장을 받을만한곳도없고 다시 묻기도 그렇고 결국 헤매다가 도장을 따로 못받았다. 순례길이 끝났지만 순례증을 가지고다니며 들리는 성당마다 왠만하면 도장을 받으려고했지만 그게 잘 되지는 않았다. 내가 까먹은것도 있었고 받기 힘든곳도 있었고. 어쩄든 성당을 나와 마드리드 왕궁에 도착했다.

이제는 구름한점없는 맑은 하늘이 우릴 반겨주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왕궁앞에서 교대식을 하지만 우리가 간날은 목요일이라 못봤다. 어제도 왕궁을 방문한 준희형 친구분은 그 교대식이 매일 하는줄 알았단다. 우연히 본 교대식이 1주일에 한번씩만 볼수있었던 풍경이라니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단다. 왕궁 앞에는 말을탄 기마순찰대가 있었는데 그때문인지 왕궁 앞 광장에는 말똥이 굉장히 많았다. 준희형도 그냥 흙인줄 알고 밟았던게 사실은 말똥이었다. 지푸라기가 섞여있어서 흙인줄 알았지만 말이 지푸라기를 먹고 소화를 제대로 안시키고 같이 배설해 버린 모양이었다. 왕궁이 꽤 높은곳에 위치해있어서 마드리드 시가지를 조금 둘러본뒤 옆에 정원으로 향했다. 사실 왕궁 안에는 들어가도 별거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데다가 일단 이번 여행 컨셉이 정말 가고싶은곳이 아니면 구지 돈을 쓰면서 들어가지말고 외관만 보자는 주의였다.

그다음 마드리드 왕궁 옆에딸린 정원(Campo del Moro)으로 내려가서 본 왕궁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정원에는 개를 산책시키러 온 여자가 한명 있었는데 굉장히 신기했다. 트레이닝복 복장을하고 개를 산책시키며 사람도 열심히 같이 운동을하며 달리고 있었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준희형이 말똥밟은 이야기부터 친구분이 인도여행가서 소똥밟은 이야기까지 별 이야기를 다했다. 우리들 컨셉자체가 천천히 쉬면서 돌아다니는거라 정말 여유로웠다. 무언갈 보러다니느라 바쁜 여행보다는 이렇게 쉬엄쉬엄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의 여행지에서 내가 쉬면서 돌아다니는게 진짜 여행이 아닐까?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바쁘고 힘든 여행이라면 참 별로일것같다. 나름의 마음의 안정도 찾고 되돌아보는 시간도가지고 쉬기위해서 가는게 여행인데, 여행가서도 힘들고 쉴시간이 없다면 나중에 남는건 힘들었다는 기억밖에 없지 않을까?

 

데보드 신전(Templo de Debod)

마드리드 왕궁 정원 근처에 쉬기 좋은 공원이 있다고해서 그곳으로 향했다. 왕궁이 있는 지역이 그래도 마드리드에서는 높은 지역이었는데 그곳에서 또 조그마한 언덕을 올라가니 공원이 있었다. 그안에 인상깊었던게 이집트 신전같은게 있었는데 그 당시는 몰랐는데 지금보니 꽤 대단한 곳이었다. 이집트 외부에 있는 유일한 진짜 이집트 신전이라고 쓰여있는데 그 앞에 분수와 신전의 모양이 참 인상깊었다. 그런데 무슨이유인지 안으로는 들어갈수가 없어서 밖에서만 구경을했다. 사실 그 당시는 이게 이렇게 대단한 신전인지 몰라서 우리는 그냥 공원에서 돌아다니며 이야기하기 바빴다. 무엇보다 반가웠던건 공원 안에서 노란색 화살표를 만났다. 산티아고 대성당을 향하는 노란색 화살표. 이 화살표가 마드리드에서 출발하는 순례길을 뜻하는 화살표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공원 중간중간 화살표가 있는걸 봐선 그 길이 맞는것 같았다.

공원 안에서 왕궁을보니 꽤 멀었다. 걸으면서는 못느꼈는데 그 거리가 상당히 멀었나보다. 공원 한켠에는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냥 보는 시늉만하고 말았다. 그나저나 공원에 커플들이 왜이렇게 부러워 보이는건지... 누가 옆에 있고 없고의 부러움이 아니라 이런 자유로움이 너무 부러워 보였다.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na)

데보드 신전에서 내려와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일단 그란비아를 목표로 걷기 시작했는데 걷다보니 또 공원이 나왔다. 확실히 유럽의 도시는 중간중간 작은 공원이나 쉼터의 역할을 하는곳이 많은것같다. 도착한곳은 스페인 광장이었다. 스페인에는 스페인 광장이란 이름의 광장이 참 많은것같다. 그래봤자 아는건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있는 곳들 뿐이지만. 광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은 광장 가운데에 위치한 탑 중간쯤에 올라가서 동상 옆에 앉아 책을읽는 한 학생의 모습을 보았다. 셋이 벤치에 앉아서 그 친구를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카메라로 담고싶어서 렌즈를 바꾸고 들이댈무렵 우리를 알아챈건지 오늘 읽을만한 분량을 다 읽은건지 책을덮고 정리를하더니 탑에서 내려와서 금방 광장을 떠났다. 처음에 보자마자 찍지 못한게 아쉽지만 역시나 여유로운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곳에는 돈키호테와 산쵸의 동상이 있었다. 내일이면 돈키호테와 산쵸의 고향인 톨레도에가서 그들을 직접 느끼러 갈테지만 미리 보는 모습도 나쁘지않다. 사실 돈키호테나 산쵸나 로시난테나 전부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그 스토리는 알지 못한다. 이참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돈키호테를 한번 읽어봐야겠다. 이미 많이 쉬어서 이곳에선 조금만 쉬고 바로 그란비아로 떠났다.

 

그란비아(Gran Vía)

스페인광장에서부터 시작하는 그란비아는 마드리드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이다. 프랑스 파리에 상젤리제거리가 있다면 마드리드에는 그란비아가 있다고 할정도로 매우 유명한 거리인데 사실 별거 없었다. 너무 우리나라 명동의 풍경을 생각했나보다. 그냥 나도 그란비아를 걷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변 상점들을 둘러보며 걸었다. 스페인에 있는것중 여행자들에게 가장 불편한게 바로 씨에스타인데 마드리드에는 그런게 없나보다. 중간중간 씨에스타와 겹쳐서 쉬는 상점들도 보였지만 대부분의 상점들은 정상적으로 운영중이었다. 확실히 씨에스타가 없어지는 추세이고 대도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데 그말이 맞는것같다. 아침에 호스텔에서 시리얼과 빵을 먹은거 말고는 오늘 제대로 먹은게 없었다. 준희형과 친구도 마찬가지. 길을 걷다가 이제 슬슬 밥을 먹어야하지 않을까란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한손에 전단지를 받아들었다. 점심부페가 단돈 9유로! 처음엔 그냥 아무생각없이 지나가다가 근처에 먹을만한곳이 마땅히 안보이고 그럼 배도고픈데 부페가서 배터지게 먹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다시 온길을 되돌아 걸었다.

부페로 들어가니 1인당 결제를하고 음료를 제공했다. 맥주와 탄산음료등을 제공했는데 음료는 3번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나머지 음식들은 무제한 제공이었다. 빠에야나 피자, 파스타, 치킨등이 주 메뉴였는데 맛은 뭐 그럭저럭. 사실 맛보다는 배를 채우기 위해서 간곳이었는데 그리 맛없지는 않았다. 피자는 완전 별로... 맥주를 주문하는데 산미구엘 20cl짜리 병맥주를 주면서 엄청 자랑을한다. 마드리드는 역시 산미구엘이라면서. 분위기로 봐서는 바르셀로나의 에스트렐라를 칭찬했다가는 욕쳐먹고 쫒겨날 분위기다...

 

솔광장(Puerta del Sol)

다시 솔광장으로 돌아왔다. 밥도먹고 천천히 마드리드를 걸으니 어느덧 반나절이 지났다. 많이 쉬기도 했지만 많이 걸은 일정이라 다들 지쳤다. 이제 뭐할까 보다가 준희형과 친구는 숙소로 돌아가서 잠시 쉰다고했다. 나도 쉬고싶지만 시벨레스 광장의 우체국에서 보는 야경의 모습이 엄청 아름답다고해서 그걸 보러 가기로했다. 마침 해가 지기직전이라 시간대를 잘 맞춰가면 마드리드의 석양을 바라볼수 있을것같았다. 좀있다 다시 만나기로하고 잠시 헤어져서 각자 할일을 하기로했다.

 

시벨레스 광장(Plaza de Cibeles)

솔광장에서 시벨레스광장까지 천천히 걷기로했다. 길을 걸으면서 참 동상들을 많이봤다. 그냥 호텔 건물 옥상인데 마치 글레이에이터에 나오는 검투사들이 마차를 타는듯한 모습이 동상으로 제작되어 있어서 하염없이 바라보며 걸었다. 시벨레스 광장에 다가오자 옥상에 왠 천사같은 동상도 보였다. 광장 가운데에는 분수도 있었는데 일단은 목적지인 중앙 우체국건물로 향했다. 우체국 건물은 우체국의 역할만 하기보다는 마드리드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책도보고 쉬고 이런저런 활동도 할수있는 시설들이 층마다 꾸며져 있었다. 사전에 알아간 정보와는 조금 달랐는데 전망대에 가려면 2유로였나 하는 티켓을 사야했고 1층에서 구매를하고 올라가야했다. 그리고 무작정 올라가는게 아니라 입장시간이 30분마다 제한되어있었다. 지금 바로 올라가면 석양을 보기전에 내려와야 할것같아서 일단 우체국 건물을 돌아다니며 구경도하고 의자에 앉아서 와이파이를 잡고 노트로 필요한 정보도 찾으면서 잠시 쉬었다.

시간이 어느정도 되었을때 드디어 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에 오르니 아직 해가 떨어지지는 않고 막 지기 전이었다. 둥그런 태양의 모습과 마드리드 시가지의 모습, 그리고 석양이 만드는 빛의 색깔이 너무나 이뻤다. 구름들도 적당히 있어서 정말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드리드의 모습을 담으려고 셔터를 열심히 눌렀다. 한편으로는 레알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찾으려고 했지만 도대체가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지중해 쪽으로 태양이 지는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비록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래를 바라보니 차들도 엄청나게 많다. 확실히 대도시라 그런지 러시아워가 있나보다. 광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들의 모습도 바라보며 태양이 확실히 저 너머로 내려간걸 보고는 이내 내려왔다.

 

스페인의 시위현장

시벨레스 광장으로 내려오니 금새 어두워졌다. 중앙우체국 전망대에서 내려오는동안 더 어두워 진것같다. 이제 준희형을 만나러 다시 솔광장으로 향했다. 밤에보는 풍경은 별다를게 없었다. 어제저녁 프라도 미술관을 향하면서 봤던 풍경과 다를게 없었다. 솔광장에 다가갈무렵 뭔가 엄청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은행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뭔가 싶었는데 보니 시위현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시위현장과는 좀 다르다. 일단 시위의 주체가 주로 노인들이었다. 그리고 행진을하며 자신들의 요구를 이야기하고 시끄럽게 하는건 우리나라와 같았지만 좀 더 평화적인 시위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성향들도 있겠지만 아마 시위의 자유가 보장되어서 그런게 아닐까? 그저 시위만 한다면 통제하고 무서워하는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렇게 은행앞에서 모여서 잠시 걸으며 외치는 시위대들과 함께 솔광장으로 향했다. 솔광장에서 다시 준희형을 기다리며 시위대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다. 아마 이당시 스페인의 금융위기와 관련된 시위가 아닐까?

조금 더 기다리다가 준희형을 만났다. 친구분은 안와서 물어보니 잠들었단다. 아까 솔광장에서 나와 헤어지고 둘다 숙소에가서 그대로 잠들었단다. 많이 걸은데다가 배도 빵빵하게 불렀으니 누웠더니 바로 잠이 쏟아졌는데 준희형도 사실 쉬고싶었지만 나때문에 나온것처럼 보였다. 둘이 밤에 갈곳은없고 소피아 왕립 미술센터로 향했다.

 

국립 소피아 왕립 미술센터(Reina Sofia National Museum and Art Centre)

메트로를타고 소피아 왕립 미술센터가 있는 아토차역으로 향했다. 역에서 잠깐 헤맸지만 금방 미술관을 찾을수가 있었다. 다른건 없고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는 피카소의 그림을 볼수 있었다는점이다. 이곳도 프라도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저녁 6시 이후에는 무료로 개방했다. 만난시간이 살짝 늦어서 구경하는데 조금 서둘렀다. 피카소의 대표작품중 하나인 게르니카(Guernica)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실 그 규모를 보고 엄청 놀랐다. 미술책이나 사진으로 보기만한 그림을 실제로 눈으로 바라보니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캔버스가 그냥 A4용지나 전지수준이 아니라 가로길이만 족히 10m정도는 되어보였다. 사실 전날 프라도 미술관에서 본 대형작품들도 많이 놀랐지만 오히려 그림 하나만 봤을때는 이 게르니카가 오히려 더 감명깊었다. 무엇보다 게르니카를 중심으로 그쪽에는 피카소가 그림을 그렸던 과정부터 하나하나 세세히 알려주었다. 사실 옛날에 아무것도 모를때는 피카소가 그림도 못그리는데 왜이렇게 유명한가? 그냥 추상화란 자기 해석하기 나름이 아닐까 생각되었지만 이 작품을 보고 정말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게르니카의 충격을 간직하며 미술관을 좀더 둘러보았다. 이쪽은 프라도 미술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도 그럴것이 현대예술 작품들을 위주로 전시를 해놓았다. 그래서 돌아다니며 관람을 하고 시각적으로 혹은 직접 체험하면서 느끼는 예술작품들도 참 많았다. 문제는 이해를 잘 못했다. 설명이 있지만 그래서 왜?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도 많았다. 열심히 관람하고 나와서 준희형과 같이 내린 결론은 역시 현대예술은 어렵다는 점이다.

 

내일을 기약하며..

내일은 톨레도로 가기로했다. 세고비아에서 수도교를 관람할까 톨레도의 풍경과 구 시가지를 느껴보고 올까 고민하다가 결국 톨레도로 정했다. 둘다 가고싶지만 일정상 어쩔수없이 한곳을 선택해야했는데 내 생각으로는 세고비아는 '수도교'하나만 보고 가는곳이고(물론 주변에 다른것들도 있겠지만) 그 수도교는 순례길을 걸으며 몇몇개를 직접 경험하기도했다. 그것보다는 도시 자체를 보러가는 톨레도로 가는것이 더 나은것 같았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준희형과 내일 톨레도도 같이 가기로했다. 마드리드에서의 일정을 어쩌다보니 준희형과 전부 함께하기로했다. 아토차역에서 내가 머무는 안톤마틴역까지는 몇정거장 안되는데다가 시간도 많아서 천천히 걸어가기로했다. 걸어가며 축구이야기, K리그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누었다. 축구와 영상, 사진이라는 공감대를 마드리드 밤거리를 걸으며 이야기 하면서 많은 공감대를 나누었다. 숙소앞에 다다르고 나는 숙소로 들어가고 준희형은 호스텔로 향했다. 아까 부페를 많이 먹은데다가 사실 좀 늦은시간에 먹어서 배는 전혀 고프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내일 여행을 또 준비하고 잠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