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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30112 - 여행 30일차(바르셀로나 1일차)

새벽의 바르셀로나 거리

마드리드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바로 자려고했다. 그런데 잠이 안온다. 덜컹거리는 버스안과 그래도 넓은 자리지만 알게모르게 불편한감이 계속되었다. 처음에 타자마자는 괜찮았는데 오히려 잠이 계속 안오니까 잠을 자야겠다는 압박감도 있었고 이래저래 계속 불편했다. 잠이 안와서 노트를 꺼내서 여행기도쓰고 게임도 하고 어떻게든 잠을 자려고 노력했다. 마침 옆에 앉은 아저씨가 갤럽시탭을 쓰고있었는데 인터넷을 연결하는것 같았다. 안그래도 버스에서 와이파이가 된다고 쓰여있었는데 도대체 비밀번호를 몰라서 아저씨께 물어봤다.

"혹시 와이파이 비밀번호 아세요??"

"저기 문 가운데가면 쓰여있던데? 기억은 잘 안나"

잠시 양해를 구하고 통로로 나가서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얻은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문제는 와이파이 연결은 됐는데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네이버 검색창 들어가는것조차 힘들었다. 짜증나서 그냥 포기하고 계속 자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잠은 못잤다. 한 1시간정도 잤을까? 잠을 너무 설쳐서 정신이 없다.

겨우겨우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일단 숙소로 향했다. 메트로를타고 숙소가 있는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acia)로 향했다. 새벽의 바르셀로나 거리는 조용했다. 차도없고 사람도없고 한산한거리. 사람들이 너무없어서 마치 나혼자 동떨어진 느낌마저 들었다. 문제는 숙소를 찾는것. 숙소의 대략적인 위치도 지도에 표시를했고 주소도 있었다. 그런데 숙소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바르셀로나 도시자체가 계획적으로 만들어져서 전부 한블럭씩 정사각형의 구조로 되어있어서 길을 찾기는 쉬웠다. 문제는 왜그랬는지 숙소를 못찾았다. 분명히 숙소로 추정되는곳에 갔는데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호스텔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그래서 잘못표시했는지 계속 돌아다니면서 확인하고 와이파이잡아서 또다시 확인하고를 반복했다. 새벽이라 물어볼사람도 없고 순례길도 아닌데 바르셀로나 거리를 한 30분정도 헤매면서 다녔다. 그러다가 자세히보니 내가 맨처음 갔던 그곳이 맞다. 다른점은 입구가 일반 아파트처럼 생겨서 전혀 호스텔인지 몰랐다는점. 드디어 벨을 누르고 호스텔안으로 들어갔다.

 

정신없는 아침

호스텔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것처럼 보였다. 내가 묵는방은 4인실이었는데 전체적으로 바르셀로나의 호스텔은 다른곳들보다 가격이 좀 비쌌다. 아침제공 해주는곳도 드물었고. 관광지랑 근접성이랑 가격대랑 이것저것 고려하다보니 아침제공은 안했지만 평점도 좋고 아늑해보이는 곳으로 정했다. 그런데 아침 8시쯤에 왠 사람이 들어가니 직원이 당황한것같았다.

"예약은 했어?"

"오늘부터 지내는거로 예약을 했는데 어젯밤에 마드리드에서 야간버스타고 아침에 도착했어"

"OK 이름이??"

다행히 아침에 왔지만 받아주는것 같았다.

"아직 체크인시간은 많이남았지??? 일단 내 짐만 그냥 보관을 할수있을까??"

"음.. 잠시만 기다려봐"

그러더니 내가 묵을 방을 한번 들어갔다 오더니 키를 주며 들어가도 괜찮다고 말을 해주었다. 대신 아직 사람들이 자고있으니 조용히만 해달라고 부탁을했다. 방으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짐만풀고 정리를 마치고 나왔다.

"어차피 사람이 많이없으니 조금 잠이라도 자다가 나가는게어때? 피곤할텐데"

"괜찮아 조금만 쉬었다가 가야될것같애. 혹시 바르셀로나 설명좀 해줄수있어?"

어차피 가이드북이 있긴했지만 가이드북은 도움만 조금될뿐 그거에 의존하기보다 현지에서 정보를 얻는게 훨씬 더 좋아서 보통은 이런 방법을 이용했다. 마침 호스텔에 지도도 있어서 지도위에 볼펜으로 이런저런 표시를 해주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어차피 지금 바로 나가면 너무 아침이라 아무것도 못할것같아서 아까 설명받은 지도와 가이드북을 비교하면서 오늘 다녀올 루트를 짜면서 녹차를 한잔 가져온뒤 쇼파 위에서 잠시 쉬었다.

 

보케리아 시장(Mercat de la Boqueria)

1시간정도 호스텔에서 쉬었다가 이제 바르셀로나 여행을 시작했다. 호스텔을 나가기전에 직원이 "소매치기를 조심해!!"라면서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워낙 바르셀로나가 소매치기로 유명한 도시라서 그런것같다. 호스텔에서 보케리아 시장이있는 람블라스 거리(Las Ramblas)까지는 약 5분정도밖에 안걸렸다. 아침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일단 시장은 또 분위기가 다를것 같아서 시장부터 향했다. 시장이나 골목길처럼 사람냄새 나는곳이 더 궁금해서 이런 시장들을 갈수있으면 일부러 찾아갔다. 그리고 아침도 안먹어서 식사도 해결할겸 일단 시장부터 향했다. 시장에는 주로 해산물도 많고 하몽도 꽤 많았다. 시장 중간중간 생과일을 갈아서 파는 주스가게들이 있었는데 가격도 1~2유로로 엄청 쌌다. 파인애플 주스를 하나 구입하고 음료수를 빨면서 시장탐험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왠 한글로 된 간판을 발견했다.

'마싯따'라고 적힌 이 가게는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였다. 주로 한국음식을 위주로 한 반찬가게였는데 마침 볶음밥을 팔길래 볶음밥 한개를 주문했다. 나를 보자마자 한국인임을 알았는지 "뭐 드실래요?"라고 한국어로 물어보셨다. 원래 테이크아웃 전문가게라 딱히 먹을만한 공간은 없었지만 볶음밥을 하나 주문하고 가게 앞에서 밥을 먹었다. 바르셀로나에는 시간이 꽤 되셨다고한 주인아저씨는 스페인어 실력도 뛰어났다. 뭐 당연한거겠지만... 그리고 단골손님들도 은근히 많은것처럼 보였다. 밥을 먹으며 손님들도 구경하고 이런저런 상점의 분위기를 구경했는데 나름 유명한 가게인듯 싶었다. 가격은 식사대용은 보통 5유로 내외였는데 김밥한줄이 5유로고 볶음밥 1인분에 롤이 포함된게 5유로였다. 사실 김밥을 사서 돌아다니면서 먹고싶었지만 5유로라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그냥 볶음밥과 파인애플주스를 먹었다. 밥을 먹는데 매운거 좋아하면 뿌려먹으라고 소스도 주셔서 조금씩 뿌리면서 먹었다. 밥을 다먹고 이제 시장을 나가려는데 주인아저씨가 또 한마디 해준다.

"바르셀로나에선 소매치기를 조심하세요"

 

바르셀로나 대성당(Catedral de Barcelona)

보케리아 시장을 나와 다시 람블라스 거리로 나왔다. 람블라스 거리의 끝은 콜럼버스 동상이 있는 항구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항구쪽을 바라봤을때 왼쪽부분이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Barrio Gotic)로 연결된다. 바르셀로나에 왔으니 대성당도 가볼겸 일단은 고딕지구로 향했다. 무엇보다 오전중에 입장시 무료입장의 혜택이 있기때문에 점심먹기전에 가야했다. 고딕지구의 풍경은 뭔가 어제갔던 톨레도의 느낌이 들었다. 골목길이 풍기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역시 골목길이라는것 때문에 그런것같다. 네모반듯한 체스판같은 도시가 펼쳐진 바르셀로나에서 그래도 그런 반듯함을 느낄수 없는곳이 이 고딕지구와 람블라스 거리였다. 사실은 대성당을 가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바르셀로나 시청사가 있는 광장부터 오게되었다. 사실 큰 감흥은 없었다. 그냥 오래된 건물이구나, 시청이구나를 느끼고 일단 목적지인 대성당을 향해서 서둘러갔다.

드디어 도착한 바르셀로나 대성당. 광장에서 보는 대성당의 모습은 어마어마했다. 그 크기는 산티아고 대성당보다는 작았지만 풍겨져오는 분위기는 절대 꿀리지 않았다. 광장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안의 모습도 역시나 어마어마했다. 내부 중앙에 뭔가 벽같이 설치가 되어있고 그 안쪽은 들어가는게 통제가 되는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이 안에 들어가있는 모습도 보았지만 신자들만 들어갈수 있는것 같기도해서 나는 그냥 구경만했다. 성당을 둘러본뒤 밖으로 나왔는데 왠 거위들이 정원에 돌아다닌다. 새들도 있고 거위들도 있는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성당에서 나와 크레덴시알에 도장을 받으려고 돌아다녔는데 역시 찾지못하고 그냥 나왔다. 이상하게 대성당은 도장을 받기가 어려운것같다.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Basílica de Santa María del Mar)

가이드북을 봤는데 근처에 산타마리아 성당이 있었다. 대성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다가 왠지 가보고 싶어서 무작정 성당으로 향했다. 대충 위치를 확인하고 골목길을 구석구석 걸어다니는데 조금 헤맸다. 거리를 다니면서 보니 자전거를 빌려주는곳이 상당히 많았다. 바르셀로나 도시 자체가 꽤 크기도 크고 갈곳도 많이 있어서 자전거 여행을 위해 대여소들이 많은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많이 못봤다.

겨우겨우 헤매서 산타마리아 성당에 도착했다. 무료라는 이야기를 듣고 입구를 갔는데 매표소가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무료개방을 하는곳이 아니라고한다. 그래서 그냥 돌아가려다가 그럼 대성당에서 못받은 도장이라도 받고싶어서 크레덴시알을 보여주며 말을걸었다.

"도장 받을수 있나요?"

"오오!! 순례자?? 그냥 들어가세요"

갑자기 크레덴시알을 보면서 엄청 반갑게 맞이하더니 그냥 들어가란다. 안에 들어가면 도장을 받을수 있으니 들어가라고 해서 얼떨결에 무료로 입장을 해버렸다. 들어가서 일단 성당 내부를 관찰하는데 큰 특징은 없었다. 입구쪽에 커다란 창이 있었는데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빛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도장을 받는건지 자그마한 성당 안에서 헤매다가 한 수녀님을 만나서 사무실로 안내받았다. 오래된 탁자 안에서 도장을 꺼내고 크레덴시알에 도장을 찍어주며 웃어주셨다. 그렇게 도장을 받고 잠시 성당을 더 둘러보다가 밖으로 나오면서 아까 그분과 인사를 나눴다.

"부엔 까미노"

 

 

벨항구(Port Vell)

이제 고딕지구를 빠져나와서 벨항구로 향했다. 벨항구로 가는데 앞에서 어떤 여자 둘이 걸어간다. 왠지 뒷모습만 봤는데도 이건 한국인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내 직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계속 뒤쫒아갔다. 사실 뒤쫒아 갔다기보다는 내가 가려는길을 같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여자들이 고딕지구로 들어갔다. 아..확인을 못하겠네라고 생각되었는데 옆모습을 보니 한국어 가이드북이 꽂혀있었다. 역시 한국인이구나!! 확실히 같은 동양인이더라도 한국, 중국, 일본의 구분은 가능하다. 어차피 서양애들이 보기에는 다 똑같겠지만. 우리도 그냥 서양애들 보면 서양놈들이지 프랑스사람인지 스페인사람인지 구분을 잘 못하니까. 어느정도는 되더라도 사실 잘 안된다.

벨항구에 도착하니 가장먼저 콜럼버스 동상이 눈에들어온다. 저 꼭대기에서 바다를 가리키며 서있는 동상의 모습은 멋있었다. 위대한 탐험가의 모습을 잘 표현한것 같기도 하고. 동상을 본뒤 등지고 항구 한켠에 앉았다. 항구에서 유람선이 출발하는데 딱히 유람선을 타고싶지는 않아서 앉아서 갈매기와 사람들을 구경했다. 잠시뒤에 유람선이 출발하는데 배안에 타고있던 사람들하고 마주치자 괜히 손을 흔들어준다. 나도 같이 손을 흔들어주고 그들을 보냈다.

 

몬주익 언덕으로 향하는길

이제 다음코스로 몬주익 언덕을 향해서 걷기로했다. 일단 언덕을 오른뒤 성을 구경하고 올림픽 공원으로 가는 코스를 정해서 무작정 길을 걸었다. 버스도 있고 여러가지 있었는데 그냥 걷고싶어서 걸었다. 사실 거리로는 당연히 버스를 타고 이동했어야 하는 거리인데.. 항구를 끼고 계속 걸으면서 그냥 성을 바라보았다. 점점 가까워져 오는 성을 보면서 걸었는데 항구끝쪽에 도착해서 이제 성으로 향하려고하자 차들이 엄청나게 많다. 길이 고속도로처럼 넓은 곳이 펼쳐져있어서 건너갈수도 없었다. 애초에 그냥 무턱대고 이길을 택한 내가 멍청했지. 결국 다시 온길을 되돌아갔다.

지도를 보면서 길을 다시 찾고 원래 예상했던 시간의 3배는 더 걸린것같다. 안그래도 잠을 못자서 피곤한데 덕분에 피로가 엄청나게 쌓였다. 드디어 몬주익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 도착했는데 의자가 있길래 잠시 앉아서 쉬기위해 앉았다. 그렇게 앉아서 아 1분만더... 5분만더... 하면서 졸다가 30분을 그렇게 자버렸다.

 

몬주익 성(Castillo de Montjuic)

졸다가 정신을 차리고 걸어서 올라가니 왠 호텔에 도달했다. 몬주익 언덕에 위치한 호텔이었는데 정원도 멋있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르셀로나의 모습도 멋있었다. 망원렌즈를 갈아끼고 저 멀리서 아직도 건축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구경했다. 내일은 저곳을 직접 가봐야지! 몬주익 언덕에 있는 호텔에서 관람을 한뒤 다시 몬주익 성을향해 걸었다. 그런데 그 거리가 상당히 멀다. 지금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데다가 이렇게 하면 너무 힘들것 같아서 그냥 버스를 타고 오르기로했다. 아까 헤매지만 않았어도 그냥 걸어갔을지도 모르겠지만 버스를 타고 가기로했다. 버스타고가면 금방인데다가 어제 T-10 티켓을 구입해놨기때문에 충분히 써도 될꺼같았다.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몬주익성을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버스를타고 성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니 성까지는 금방갔다.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서 여기를 걸어갔으면 엄청 힘들었겠다란 생각이 절로들었다. 몬주익 성을올라 바라본 바르셀로나 시가지의 모습은 아까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보던 모습과는 또 달랐다. 생각보다 높은 건물들도 많이없고 왠지 부산의 느낌이 났다. 저멀리 산도 보이고 풍기는 전체적인 모습에서 그냥 부산을 떠올렸다. 성에서 저멀리 지중해와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다시한번 여행에대한 생각도 정리하고 바다에서 배를타고 침략하는 적들을 막았을 성의 모습도 떠올렸다. 유럽에 와서 처음으로 바라보는 뻥 뚤린 바다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보던 바다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몬주익 언덕(Montjuic)과 올림픽 스타디움

이곳 몬주익 언덕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때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딴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차마 언덕을 오를수는없고 몬주익 성에서 올림픽 스타디움까지 내려막길을 걸어서 내려가기로했다. 성에서 그리 멀리 있는 장소도 아니었고 내려가면서 뭔가 더 볼수있지 않을까란 기대감도 가지면서 내려갔다. 별 다를건 없었지만 내려가다가 한쪽에서 야구를 하는 아저씨들을 만났다. 사회인 야구단을 하시는지 연습을 하면서 즐겁게 웃는모습이 보기좋았다. 바르셀로나에서 축구가 아닌 야구를 하는 모습을 먼저본게 아쉬웠지만 잠시 야구관람을 하였다.

야구관람을하고 조금 더 걷자 바로 올림픽 스타디움이 나왔다. 넓게 펼쳐진 장소에서 92년 올림픽을 기념하는 이 전당의 모습은 너무 멋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올림픽 공원을 가면 평화의문도 있고 공원도 있지만 이곳에서 느낌 분위기와는 너무 달랐다. 뭔가 이곳은 진짜 올림픽을 바로 느낄수 있다고 해야할까? 마치 성과같은 분위기의 메인 스타디움도 너무나 멋있었다. 분수대도 감상하다가 잠시 쉬고싶어서 근처에 쉴곳을 찾았다. 확실히 잠을 못잤더니 계속 앉을곳만 찾는것같다. 스타디움 근처에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그곳에 앉아서 잠시 쉬기로했다.

 

휴대폰 분실

공원에 들어가니 무료 와이파이존도 갖추어져 있었다. 쉬는김에 와이파이나 잡아볼까하고 앉아서 노트에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잠시 쉬고있었다. 옆에 누가 앉았는데 사실 별 신경도 안쓰고 그냥 인터넷을 하고있었다. 이제 슬슬 일어나서 다시 돌아다녀볼까 하던찰나에 어디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옆에서 있던 사람들이 막 뭐라고뭐라고 말을건다.

"저기 새똥이 묻은거같애"

"응? 뭐라고?"

옷을보자 왠 초록색의 물질이 있었다. 새똥이 원래 이색이었나 싶어서 냄새를 맡으니 뭔가 요구르트 냄새도나고 수상했다. 사실 소매치기 수법중에 새똥을 가장하면서 닦아주는척하고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이 있어서 바로 경계를했다. 그런데 일단 피곤하기도하고 옷에 묻은게 짜증나서 이거나 닦자라는 생각으로 물티슈를 빌려서 같이 닦았다. 내 가방에 든거는 노트 10.1과 DSLR카메라밖에 없었고 일반 핸드폰도 아니라 큰거라서 사실 크게 경계를 안했다. 내 옷을 같이 닦으면서 한사람은 내 가방을 닦았다. 사실 경계를 해야하는데 피곤한거때문에 너무 귀찮고 물건도 큰것들 뿐이라 안일하게 생각한것같다. 그렇게 다 닦고 가방을 받고 헤어졌다. 혹시나해서 가방을 열어보니 카메라는 있는데 노트가 없다. 응??? 이게뭐지...

다시 자리로 돌아가보고 근처 돌아다녔는데 없다. 그러면 그놈들이 가져간건데 미친듯이 뛰면서 그새끼들을 찾기 시작했다. 근처 상점이 있길래 물어보기도하고 별 쌩지랄을 다하면서 그새끼들을 찾았는데 결국 못찼았다. 순간 내가 너무 한심해서 그냥 자리에 앉았다. 오늘 두번이나 소매치기 당하지 말라고 경고를 받았는데 지금 일어날 일에 대한 암시였던 걸까? 별의별 생각이 다들면서 너무 머리가 아팠다. 분명 그놈들은 전문가들일테고 이 공간을 떠났을테니까 찾을 방도도없고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그나마 한켠으로 든 생각은 카메라는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산지 3개월밖에 안된 핸드폰의 할부금도 생각나고.... 제일 문제는 한국하고 연락이 문제였다. 중간에 파리에서 친구를 만나 같이 다니기로했는데 그게 제일 문제네. 너무 짜증나고 답답하고 억울해서 허탈하게 앉아있었다. 그래도 일단 정신을 차리고 경찰서로 가기위해 까탈루냐 광장으로 향했다.

 

경찰서에서 문서 작성

메트로를타고 까탈루냐 광장으로 향했다. 거리를 지나면서 사람들의 얼굴만 보면서 다녔다. 혹시나 그새끼들을 찾을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너무 부러워 보였다. 지금 내 처지는 절대 웃을수가 없는 처지인데.. 까탈루냐 광장에 도착해서 근처 경찰관들에게 소매치기를 당해서 조서작성을 하고싶다고 말하니 경찰서를 알려준다. 알려준 방향대로 갔는데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계속 돌아다니며 헤매다가 겨우 찾았다. 당연히 지상에 있을줄 알았던 경찰서는 지하에 있었다.

경찰서에 들어가서 말하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조서를 작성했다. 소매치기를 당해서 경찰서에서 작성한 조서가 있어야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들어놓은 여행자 보험으로 환불이 가능하다. 그렇게 조서를 작성하던중에 한 한국인 부부가 들어왔다. 조서를 작성하는데 헤매시는것 같아서 "도와드릴까요?"물어보고 조서작성을 도와드렸다.

이분들은 두분이서 이탈리아, 스페인 여행을 오신 부부였다. 참 기막힌게 로마에 도착한 첫날 남편의 휴대폰을 소매치기당하고 오늘 바르셀로나로 넘어왔는데 백화점에서 쇼핑하다가 부인분의 핸드폰마저 소매치기 당했다고한다. 정말 이도시는 정신못차리면 큰일나겠구나. 그렇게 조서 작성을 하고 그 두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숙소로 돌아갔다. 원래 계획한게 많았는데 더이상 여행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

 

코트 구입

조서를 받고 터덜터덜 호스텔로 돌아가고있었다. 옷은 가짜 새똥으로 범벅이되어서 얼룩덜룩했다. 지운다고 지우는데도 잘 안지워졌다. 앞으로 한달은 더 다녀야되는데 이상태로 돌아다닐 생각을하니 너무 짜증났다. 그냥 이것저것 다 짜증나서 옷이나 사러 들어갔다. 마침 ZARA가 지금 한창 세일할 기간이라 코트같은거나 싸게 사서 돌아다니기로했다. 휴대폰도 잃어버리고 거기에 껴있던 돈도 잃어버려서 미쳐버렸는지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다. 그냥 기분전환이나 하고싶었다. 마침 싼 코트가 있길래 코트하나를 사고 나왔다. 기분전환은 당연히 안되었지만 일단 내일부터는 보드복을 입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호스텔로 돌아갔더니 아침에 있던 직원이 아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하고 일단 씻었다. 씻고 침대에 앉아있는데 앞에있는 흑형이 말을건다.

"어쩐일로 여행을왔어?"

"군대갔다가 제대하고 지금 유럽여행중이야 너는??"

"나는 미국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지금 여행중이야"

알고보니 이 흑형 굉장히 엘리트였다.

"그렇구나.. 나는 오늘 휴대폰을 소매치기당했어"

"저런.... 안되었네...괜찮아?"

"괜찮지 뭐. 이제 뭐해?"

"나는 저녁에 놀러가려고 너는?"

"나는 기분이 별로라 그냥 쉬고 내일 축구보러가려고. 내일 시간되면 같이갈래?"

"재밌겠다. 그런데 나는 내일 떠나"

"그렇구나. 잘 놀다와!"

그렇게 흑형과 잠시 대화를 하면서 위로를 받았더니 그나마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그런데 진짜 아무것도 먹고싶지도 않고 그냥 우울했다. 그렇게 우울해 하면서 그냥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