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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30113 - 여행 31일차(바르셀로나 2일차)

휴대폰 분실 수습

어젯밤에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정신없이 그냥 다 깽판치고 자버렸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여행을 하기로했다. 정신이 없어도 바르셀로나에서 꼭 가고싶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오늘 가려고 계획했기때문에 다른건 몰라도 그곳이라도 보러 갔어야했다. 일단은 또다른 계획이 바르셀로나에서 축구를 보는거라서 축구를 보려고 사전에 일정을 확인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팀인 FC바르셀로나는 원정경기를 떠났었고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하는 또다른 팀인 에스파뇰의 홈경기가 마침 방문날짜와 겹쳐서 축구를 보려고 계획을 세웠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단 티켓부터 예매를 할까하고 호스텔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 티켓을 예매하려고 했는데.......... 이런. 경기가 어제다. 오늘이 아니었구나. 한국시간으로 잘못본건가? 축구라도 보면서 정신좀 차리려고했는데 그만 그것마저 틀어지고 말았다.

역시나 입맛도 없고 일단은 휴대폰 분실한걸 수습하려고 전화방으로 향했다. 인터넷으로 스카이프 결제를 해서 통화를 하려고했는데 아무리해도 결제가 안된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래는 스페인어로 깔린 컴퓨터에 임시로 한글이 될수있게 설치를 해놓은거라 자세하게 해결을 하기는 힘들었다. 호스텔 직원에게 가까운 전화방을 물어보고 전화방으로 향했다. 유럽에는 국제전화를 할수있는 전화방이 있다. 우리나라 피시방과는 조금 다르지만 인터넷을 하고 프린터도 할수있는 인터넷 까페도 있고. 둘다 이상하게 이민온 중동쪽 사람들이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것같다.

어쨌든 처음으로 전화방을 가서 안내를 받았다. 별다를건 없고 국가코드와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전화를 마치면 사용한 금액만큼 카운터에서 요금을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일단 집에 전화를 해서 휴대폰 분실사실을 알리고 친구가 방문할꺼라고 말을 해줬다. 파리에서 합류하는 친구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가 가능했기때문에 친구에게 파리로 올때 집에있는 스마트폰 공기계를 받아서 와달라고 부탁을했고, 집에도 미리 말을해놓았다. 어차피 공기계여도 와이파이만 잡아서 쓸수는 있었으니까.

 

카사 바트요(Casa Batlo)

전화를 마치고 이제 다시 바르셀로나 여행에 나섰다. 사실 여행을 다닐 기분은 아니었지만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들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함께 가우디가 바르셀로나 곳곳에 남긴 건축물들 이었기때문에 억지로 다녔다. 가장먼저 방문한곳은 호스텔이 있는 그라시아 거리에 있는 카사 바트요였다. 카사밀라 주택 근처에 있는 이 건물은 인체를 소재로 한것으로도 유명했다. 마치 사람의 뼈로 조각한듯한 건물의 외형과 가우디 건축의 특징인 구불구불한 구조는 처음봤지만 정말 멋있었다. 사실 바르셀로나의 거리를 다니면서 보이는 건물들은 별다른 특징들이 없었다. 그냥 '아 유럽이구나'라고 느낄정도? 톨레도의 골목길과 같은 느낌도 없었고 그냥 집일 뿐이었다. 한국에서도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일반적인 주택들과 모양만 다르지 느낌은 비슷했다. 그런 상황에서 가우디의 건축물을 봐서 그런걸까?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절로들었다. 사실 어제 휴대폰을 분실해서 정신이 없는 상황인데도 이런걸 느낄 정도였으니 다른 날씨좋고 기분도 좋은날 구경했으면 얼마나 멋있었을까? 안그래도 날씨마저 어제와 다르게 꾸리꾸리한게 마치 내 기분같아서 더 기분이 안좋았다.

 

카사밀라(Casa Mila)

카사바트요를 구경하고 근처의 카사밀라로 향했다. 카사밀라는 현재도 사람들이 사는 주택인데 1층에 기념품 샵이 들어서있고 중간에 주택 한곳은 구경을 할수있게 해놓았다. 그리고 카사밀라의 백미는 역시 옥상인데 나는 올라가지 않았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어제 휴대폰을 잃어버리면서 50유로정도를 잃어버렸다. 안그래도 돈이 넉넉한편이 아니었는데 어쩔수없이 바르셀로나에서는 최대한 아끼기로했다. T-10티켓이 있으니 대중교통은 문제가 안되고 입장은 오직 사그라다 파밀리아만 하기로했다. 결국 카사밀라도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밖에서만 구경을 하고 말았다.

카사밀라 옥상에 있는 조형물(이라고 불리는 굴뚝)을 밖에서 조금이나마 볼수가 있었다. 마치 중세 유럽의 기사들이 썼던 투구 혹은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의 투구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굴뚝들의 뒷모습만 볼수있었다. 구불구불한 건물의 외형도 특이했지만 역시 카사밀라는 안에 들어가봐야 할텐데 밖에서만 보니 아쉬운느낌이 많이들었다. 그냥 밖에서 겉모습만 봤을때는 카사밀라보다는 카사바트요가 더 느낌이 강렬했다.

 

구엘공원(Parque Guell)

카사밀라를 겉모습만 구경하고 구엘공원을 가기위해 근처에서 버스를 탔다. 사실 기분이 좋아도 걸을만한 거리가 아닐뿐더러 별로 걷고싶은날이 아니기때문에 오늘은 열심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했다. 버스를 이용해서 구엘공원으로가니 정문이 아니라 옆문쪽으로 들어갔다. 공원으로 들어서니 바로 보이는 가우디 박물관은 현재 리모델링중이라 입장이 불가능했다. 사실 문을 열었어도 오늘은 안들어 갔을테지만.

처음에 만난 구엘공원은 그냥 공원 그이상의 느낌도 없었다. 흙바닥과 많은 나무들은 다른 공원에서도 볼수있는 풍경이었다. 이제 뭐가 나타날까 생각하면서 점차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가우디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아름다웠다. 가운데에 있는 광장으로 향하자 광장을 테두리로하는 벤치가 돋보였다. 역시 구불구불한 직선이 없는 의자와 화려한 타일들은 역시 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공원이 높은 지대에 있기때문에 바르셀로나 전역이 보였는데 광장 끝에서 보는 바르셀로나와 대서양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날씨가 흐려서 기분이 안좋았는데 역시 바다를 보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내륙쪽은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바다쪽이 햇빛으로 빛나는 모습도 정말 아름다웠다.

구엘공원은 사실 그냥 공원이라기 보다는 가우디가 설계한 하나의 건축물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원래 공원 자체를 건축물로 보는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원이 아닌 예술작품속에 들어와서 구경을 하는 느낌이었다. 광장, 계단, 오르막 등등 공원 전체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공원 꼭대기에 올라가는 길이 있어서 꼭대기에 올라갔더니 한켠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가 한분 계셨다. 자기가 직접 사비를 들여 음반을 만들었는지 음반판매도 함께 하고있었다. 노래자체는 자작곡은 아니고 유명한 곡들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부른것 같았는데 음악과 함께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역시나 그곳에서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며 빨리 가고싶단 생각만 들었다.

공원을 구경하고 나오면서 벤치에 잠시 앉았다. 벤치에 앉아있는데 한쪽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비둘기들에게 계속 빵조가리를 주고있었다.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더니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괜히 내가 너무 관찰했나 싶어서 바로 눈을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원을 나오는도중에 운동장이 보이길래 다가갔다. 공원 윗쪽에서 볼수있는 운동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쪽에서 축구를 하고있었다. 조기축구회 처럼 아저씨들이 운동을 하고있었는데 전부 유니폼도 맞추고 부심과 주심까지 있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냥 조기축구회가 아니라 사회인들의 리그경기가 열리고 있는중이 아닐까? 오늘 축구도 못보는데 이거라도 보자는 마음으로 한 20분정도 축구를 구경한것같다. 프로선수들처럼 화려함은 없었지만 그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역시 유럽은 축구다.

 

상파우 병원(Hospital de Sant Pau)

이제 사그라다파밀리아로 향하려고했는데 중간에 상파우 병원부터 들리기로했다. 이곳 지역에 지어진 최초의 현대식 병원이기도 하고 병원 창문에서는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보이게 설계가 되어있기도했다. 사실 상파우 병원이 사그라다 파밀리아보다 먼저 지어져서 가우디가 병원에서 보이게 건설을 한거긴 했지만. 버스에서 중간에 내려서 잠시 걸으니 저 멀리 상파우 병원이 보였다. 그런데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날씨가 꾸물꾸물하더니 비가오늘걸까? 아직 가끔 한두방울 정도만 내려서 그냥 걸었다. 사실 외관의 모습은 병원이라기 보다는 성당이라고 해도 될정도로 너무 멋있었다. 역시 꾸물꾸물한 날씨가 안도와주긴 했지만. 게다가 일요일인데다가 상파우 병원은 주택가 주변에 있어서 더욱더 조용하고 우울했다. 게다가 병원이 보수공사 중인지 천막도 쳐져있어서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너무 우울했다.

공사중이었지만 한번 들어가볼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병원 안쪽으로 향했다. 알고보니 옛 병원부지는 그대로있고 그 뒷편에 현대식 병원이 있었다. 지금은 그 현대식 병원의 후문이지만 예전에는 이쪽이 정문이지 않았을까? 안으로 들어가서 공사중이긴 했지만 병원의 옆모습들도 구경하고 안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중간중간 인부들이 왔다갔다 하는걸보고 그냥 포기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화장실도 갈겸 병원 뒷문을 통해서 병원 안으로 들어갔는데 굉장히 조용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병원에 들어온거 걸리면 어쩌지란 느낌도 들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메트로를 타고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가기위해 1층으로 올라갔다. 병원 1층으로 올라갔는데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천막도 쳐져있고 지금 시위를 하는것 같았다. 지금은 주말이라 조용하지만 평일에는 어떤 모습으로 시위를 하려나?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메트로를타고 금새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향했다. 드디어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는구나. 유럽여행에서 목표로한것들이 몇개가 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내 눈으로 직접 보는게 그 목표중 하나인데, 드디어 그걸 이룰수가 있구나. 약 100년이 넘는시간동안 건축을 했으며 아직도 건축중인 이 어마어마한 성당은 가우디의 역작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비록 지금은 가우디가 죽고 없지만 공사는 계속 진행중이다. 세계대전과 여러가지 사정으로 중간중간 중단된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사가 느린건 기부금만으로 공사자금을 충당했기 때문이라고한다. 그리고 워낙 만들기 힘든 디자인과 구조로 되어있기도했다.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의 입장료도 같이 포함되니 공사가 조금 빨리지지는 않을까? 2030년을 일단 완공목표로 잡았다고하는데 그때가 되면 바르셀로나는 완공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기위한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겠지?

그런데 밖으로 나오니 비가 엄청나게온다. 아까 메트로를 타기전만해도 한두방울 이었는데 그새 비가 엄청내리기 시작했다. 어제 처음산 코트가 하루만에 비에 젖고있다. 어째 바르셀로나는 나한테 좋은기억을 남겨주질 않는구나. 우산을 사려고 했지만 이미 티켓을 구입하기위해 줄을 선 상태라서 우산을 사려고 벗어나면 또 긴줄을 기다려야했다. 빨리빨리 들어갈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줄이 천천히 줄었다. 지금 비수기라서 한 10분? 20분도 안되서 입장을 했는데 성수기때는 이 성당에 들어가려고 몇시간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기다려서라도 꼭 들어가고 싶은곳이다.

드디어 비를맞으며 기다리다가 티켓을 사고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입장했다. 입구쪽은 현재 공사중이라 탑쪽 부근만 볼수있어서 아직 감동을 하지는 못했다. 드디어 문을 통해 사그라다 파밀리아 안쪽으로 향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높은 천장과 반대편에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꼭대기의 불빛과 성당을 지탱하고있는 기둥들 모든것들이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분명 건물안에 들어왔는데 마치 숲속에 들어온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일단을 성당의 구석구석을 먼저 둘러보기로했다. 한바퀴를 돌고 있는데 한쪽에는 지하의 모습이 보이는 유리가 있었다. 지하 깊은곳에 예배당처럼 보이는곳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곳에서 미사를 드렸는지 우르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예배당 안쪽에 가우디의 묘도 있다고하던데 도대체 그쪽을 향하는 길을 찾으려고 했는데 못찾았다. 미사시간에만 개방하는건가? 그리고 한쪽에는 이곳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쓰인 가우디의 건축양식에 관한 설명들이 있었다. 가우디는 자연의 모습을 모방하며 건축을 하는것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지탱을 하고있는 거대한 기둥들은 나무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한다. 그래서 처음 들어갔을때 마치 숲속에 들어온듯한 느낌을 받았나보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모티브를 얻은것들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알면서 볼때마다 정말 엄청난 천재라는 생각밖에는 안들었다.

지하에 내려가기전에 일단은 성당 안쪽에 잠시 앉아서 감상을 하기로했다. 성당의 중앙에는 십자가에 못박힌채 하늘을 바라보며 마치 올라가려는듯한 모습을 한 예수상이 눈에띄었다. 정말 이곳은 예수상 하나마저 평범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본 어느 예수상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예수상 근처에도 자리가 있었는데 그곳은 서서 관람은 못하고 오직 앉아서만 관람을 할수가 있었다. 근처에 직원들이 일어서서 관람을하면 제재를 가했다. 그래서 그냥 그곳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성당 자체를 느꼈다.

입구 반대쪽으로 나가서 일단 성당의 전경을 찍기로했다. 밖으로 나간다음 반대편으로 건너가면 충분히 담을수도 있겠지만 비가와서 차마 그쪽으로는 나중에 못갈것같고 지금 빨리 찍으려고 나가서 후딱 찍고 나왔다. 우산도없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비를 맞으며 성당을 찍었다. 카메라가 비에 맞아도 지금은 성당 외경을 찍는게 더 중요했다. 그래도 너무 젖으면 안되니 대충찍고 어느정도 나와서 만족하고 바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내부에서 구경을 어느정도 한뒤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가우디의 동상들과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모형, 작업실 풍경등이 펼쳐져 있었다. 완공이 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습도 미리 만나볼수가 있었는데 그 모습도 너무나 웅장했다. 특히 가장 인상이 깊었던건 추같은 것들을 이용해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표현한것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여러개의 추를 늘여뜨려 놓았는데 그 추가 늘어진 모습이 지금 짓고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그 모습을 바탕으로 기본 골조를 만들었다고하니 이 건축물 자체가 그냥 하나의 자연이라고 볼수도 있는걸까? 지하에서 여러 장면들을 보고나서 정말 이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지하 관람을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기념품샵에 잠시 들렸지만 딱히 살만한건없었고 다시 성당 내부로 들어와서 앉아있었다. 비는 아직도 내리고 성당을 떠나긴 싫어서 가만히 앉아서 성당을 느꼈다. 이런저런 생각들도하고 성당도 바라보고 그냥 편안하게 있었다. 어차피 더이상 갈곳도 없고 가고싶은 마음도 없어서 엄청 여유로웠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건 추가 비용을 내야해서 따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사실 별로 아쉬운건 없었다. 나중에 완공되면 그때는 꼭 올라가봐야지! 성당 안에서 좀더 시간을 보내다가 아쉬움을 뒤로한채 성당을 빠져나왔다. 아무것도 안해도 그냥 계속 성당내부에 있고싶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가야하니 나왔다. 확실히 어제의 그 사건이 성당 안에서 여러 생각들을 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이미 잃어버린거 계속 우울하게 있으면 앞으로의 여행도 망치겠지. 더이상 돌아올일도 없으니 좋게좋게 생각하고 여행에 집중하기로했다. 우울한건 딱 오늘까지만!! 그동안 그토록 가고싶었던 곳을 방문도 하고 많은 깨달음도 얻고 길을 나섰다.

 

누 캄프(Estadio Camp Nou)

이제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누캄프로 향했다. 세계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이름! FC바르셀로나. 마드리드에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다녀왔으니 오늘은 누캄프를 가야겠다! 메트로를 타고 누캄프가 있는곳으로 향했다. 약 10만이 가까운 관중들이 관람을 할수있는 누캄프는 사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보다 더 가고싶은 축구장이었다. 만약 원하는 축구장에서 한번 축구를 할수 있다고하면 주저없이 관중들이 꽉찬 누캄프에서 축구를 하고싶다고 말할정도로 내 마음속에는 가장 가고싶은 축구장이다. 메트로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었더니 드디어 저 멀리 누캄프가 나왔다. 그런데 너무조용하다. 그냥 조용한 거리였다. 경기장 근처에는 엄청나게 큰 주차장들이 있었는데 이거 너무 조용하다. 날씨가 꾸리꾸리한것도 있는데 너무 조용한데? 경기가 없는날이라 그런가하고 점점 경기장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입장이 안되었다. 사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경우에는 경기장 사방이 일반 도로였다. 주차장은 지하에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암튼 경기장 주위에는 크게 뭐가 없었다. 그런데 누캄프 근처에는 일단 어마어마한 주차장이 둘러싸고있었다. 경기장안에는 어차피 안들어가고 주위를 둘러보며 보려고했는데 주차요원이 막아선다. 오늘은 입장불가.

알고보니 스타디움 투어가 가능한날도 시간대가 지나면 아예 주차장부터 출입을 막았다. 아무것도 없어도 그냥 못들어 간단다. 말도 잘 안통하고 방침이 그렇다니 어쩔수없이 물러났다. 하아... 역시 바르셀로나 맘에안들어. 사실 준희형도 그렇고 사람들이 바르셀로나가 너무 좋다고해서 기대가 엄청 많았다. 나역시 바르셀로나에 기대하는것들도 많았고. 그런데 도대체 뜻대로 풀린게 거의없었다. 바르셀로나는 정말 최악의 도시였다. 오죽하면 그당시에 너무 열받아서 페이스북에 Fucking Barcelona라고 적었을까?

아무튼 누캄프는 저 멀리서 바라보는게 전부였다. 구단용품샵도 문을 안열어서 가지도 못하고 할수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내렸던 메트로역 말고 경기장을 지나치는 메트로역으로 향했다. 걸어가면서라도 계속 보려고. 어쩔수없이 내가할수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저~멀리서 삥 돌아가면서 누캄프를 바라보며 걸었다. 경기가 있는날. 특히 레알마드리드와의 엘클라시코가 있는날의 누캄프의 분위기를 상상하며 걸었다.

 

바르셀로나의 야경

걸어서 메트로에 탔다. 사실 오늘은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서 심하게 걸은건 없었는데 그냥 기운이 빠졌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기운을 얻고 누캄프에 갔는데 바로 기운이 빠졌다. 젠장.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뭘먹을까 찾아봤다. 사실 먹물빠에야가 유명하다고해서 먹으러 가려고했는데 왠지 이놈의 도시에서는 뭘 하면 안될것같아서 그냥 포기했다. 마트에가서 저녁먹을꺼나 사오자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그냥 나가기는 아쉬워서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그리고 다른곳은 가기 귀찮고 멀고 근처의 카사밀라와 카사 바트요로 다시 향했다. 야간의 모습은 어떨까? 카사밀라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사는곳이라그런지 별다른건 없었다. 카사바트요는 야간입장도 가능했고 모습도 굉장히 화려했다. 낮의 모습보다 밤의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 그렇게 간단하게 구경하고 근처의 대형마트로 가서 저녁장을봤다. 내일 아침에는 새벽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넘어가야해서 간단하게 먹을것을 사고 저녁거리도 사서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혼자 조촐한 저녁식사를 하고 조금 쉬다가 바로 잠들었다.

 

사실 바르셀로나는 누가 추천을 하기전부터 굉장히 기대했던곳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우디의 수많은 건축물들, FC바르셀로나와 누캄프, 대항해시대를 느낄수있는 지중해의 풍경,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린 몬주익 언덕등 너무나 기대한게 많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들 하는소리가 날씨가 너무좋아서 반바지입고 다닐정도라고했다. 그런데 현실은 시궁창. 그때도 생각했는데 사실 모든 원인은 아침에 도착해서 쉬지않고 무리하게 일정을 잡은데에 있던것같다. 야간버스에서 잠을 설쳐서 제정신도 아닌데 그저 많이 보겠다고 쉬지않고 돌아다녔다. 사실 원래 여행스타일이 그렇지는 않은데 바르셀로나에선 보고싶은 것들이 많아서 조금 서두른면이 없지않았다. 역시 무리를 하면 안된다는걸 다시한번 깨닫고 역시나 바르셀로나는 거지같은 기억만 남긴 도시라고밖에는 생각이 안든다. 그렇지만 그래서 다음에 꼭 다시갈꺼다. 그때는 좋은 기억을 남겨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