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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30114 - 여행 32일차(바르셀로나 - 로마)

바르셀로나 야간버스 탑승

어제 자기전에 짐을 다 꾸리고 아침에 출발할 복장을 아예 입고 잠을잤었다. 짐을 꾸리다가 바르셀로나에서 새로 산 코트때문에 가방이 꽉차버려서 사실 가져와서 베개로만쓰던 우비를 그냥 숙소에 두고왔다. 가방을 메고 다시 새벽의 바르셀로나 거리로 나섰다. 새벽에 도착해서 새벽에 나가다니 뭔가 기분도 싱숭생숭하고 사실 이놈의 도시는 빨리 떠나고 싶었다. 야간버스를 타기위해 까탈루냐 광장으로 향했다. 비행기가 7시에 출발하는 비행기여서 아무리 늦어도 6시까지는 공항에 도착을 해야했는데 공항버스를 타면 첫차를 타더라도 늦을것같고 야간버스를 타기로했다. 지금은 서울에도 작년부터 실시한 일명 올빼미버스로 서울 주요구간을 심야버스가 30분간격으로 운행을 하고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게 전혀 없어서 바르셀로나의 이런 시스템이 너무 부럽기만했다. 환승도 다되고 교통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라고 자부할정도의 도시이지만 야간버스가 없다는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면서 우리나라도 야간버스를 만들만한 인프라가 충분히 되는데 왜 안만들까? 만들면 참 좋을텐데 라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작년에 생겨서 너무 반가웠다. 어쨌든 그렇게 야간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검색대에서 걸리다

공항에 도착해서 어젯밤에 삶아놨던 계란과 사과를 먹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시간이 너무많이 남았었다. 수속하는곳에 가서 짐도 부치고 앉아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출국을 하기위해 게이트를 들어가려고 했는데 순간 가지고간 보조가방에 들은 가글이 생각났다. 비행기에는 액체류를 100ml이하는 반입을 할수가 없는데 산티아고에서 마드리드를 이동할때는 짐을 부친 가방에 넣었는데 오늘은 깜빡하고 그냥 보조가방에 넣어버렸다. 이미 짐은 수화물쪽으로 가버린 상태라서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근처 약국에서 기내에 반입할수있는 용기를 판다고해서 약국에서 하나 구입을했다. 그리고 화장실로가서 가글을 나누었다. 일단 100ml의 용량을 이용해서 가지고있던 음료수 페트병에 세번담고, 빈 가글통에 100ml통을 이용해서 용량맞춰서 한번담고 100ml통에 또담고 그래서 총 300ml 의 용량으로 나누었다. 남은 가글은 아쉽지만 버려버리고. 무슨 약물 제조하는것도 아니고 화장실에서 별짓을 다하고 수속을 받으러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잡더니 가방을 꺼내보란다.

"가방좀 열어주세요"

"아..이거 기내에 100ml밖에 반입못해서 이거 통으로 용량맞춰서 100ml만 딱 맞춘건데요?"

"그래도 안됩니다."

"아니 100ml 맞췄다니까?"

"기내에는 통이 100ml가 넘는게 아예 반입이 안됩니다."

"아....용량맞춰도 통 자체가 반입이 안된다고? 그럼 이거 두개만 놓고가면 되나요?"

"네 저기다 두고가세요 저희가 버리겠습니다"

젠장 쪽팔리게 잡혀가지고 실랑이 하다가 결국 내가 건진건 약국에서 샀던 병에담긴 가글뿐이었다.

 

이번엔 탑승게이트에서..

겨우겨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바르셀로나 공항은 국제공항이라 굉장히 컸다. 공항 내에서 터미널이 1,2 두개로 나뉘었는데 보통 저가항공은 2터미널이고 주로 아는 항공사들은 1터미널이었다. 오늘 타는 뷰엘링은 저가항공임에도 1터미널에 배정을 받았다. 공항은 새벽이었지만 사람도 많고 엄청나게컸다. 리스본으로 들어갈때 들렸던 히드로공항은 무려 터미널이 5개인데다가 터미널 사이를 버스로 오갈정도로 컸지만 순수하게 터미널 한개씩의 크기로보면 바르셀로나 공항의 터미널이 더 큰것같다. 한창을 걸어서 드디어 내가 타야할 게이트앞에 멈췄다. 잠시 티비를 보다가 사람들이 하나둘씩 줄을 서길래 낼름 앞쪽으로 섰다.

조금 더 기다리다가 드디어 탑승시작! 게이트에 미리출력한 탑승권(저가항공은 인터넷에서 인쇄한 용지를 탑승권으로 대신한다)을 제출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잘 통과하는데 나는 뭔가 오류가 생겼다. 뭐야 분명히 비행기를 몇번이나확인하고 수속까지 잘 마쳤는데 어떻게된거지? 직원이 잠시 기다리라면서 일단 다른사람들부터 탑승시켰다. 확인하더니 뭔가 자체적으로 오류가 있었는지 내가 원래 타려던 자리가 아니라 다른 자리로 바뀌어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탑승을 못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서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나저나 이놈의 바르셀로나는 떠날떄까지 말썽이구나.

 

드디어 로마 도착!

아침 7시 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이동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었고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지중해에서 해가 뜨는 장면을 볼수있지않을까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원래 타려던 자리는 창가였는데 바뀐자리는 통로쪽이었다. 자리가 좁아서 상관없긴했지만 그래도 뭔가 걸리적거렸다. 사실은 원래 바르셀로나에서 로마를 가는 페리를 타고 가면서 아침에 배에서 일출을 맞이하려고했는데 시간이 안맞아서 못봤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을 조금 기대했는데 결국 오늘도 실패. 그냥 짜증나서 잠이나 자버렸다.

드디어 로마에 도착해서 바로 테르미니역으로 향했다. 조금 시간이 걸리고 버스가 좋지는 않았지만 시내까지 싼값에 이동할수있는 버스가 있어서 바로 탑승했다. 다행히 시간대가 맞아서 바로 탈수있었다.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는데 내가 생각한 풍경과는 조금 달랐다. 크긴 큰데 별로 좋아보이지도 않았고 바로 옆은 슬럼가라더니 어째 그런분위기도 많이 들었다. 사실 테르미니역이 로마의 중심역이지만 바로옆에 중국인과 흑인들이 모여사는 조금 위험한 동네이기도하다. 마치 우리나라 서울역에 노숙자들이 많은것과 같은걸까나. 집시들도 굉장히 많았고 바르셀로나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어째 바르셀로나보다 조금 더 위험한 느낌. 이미 잃어버릴껀 잃어버리고 더이상 뭔가 잃어버릴것도 없었고 그 뒤로 경계도 많이했다. 어쨌든 짐을 가지고 바로 숙소로 향했다. 이번에는 숙소까지 길을 헤매지않고 바로 도착했다. 조금 허름하고 그동안 묵었던 숙소중에 제일 안좋았지만 그래도 값이 너무쌌다. 값도 싼데 까지 제공했으니까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다. 방마다 화장실도 딸려있었고 그래도 꽤 지낼만한것같았다. 가방을 정리하고 바로 여행을 위해 나섰다. 어제 일찍자고 비행기에서도, 버스에서도 잤으니까 기력은 충분했다!

 

아르데아티네 동굴 기념관(Eccidio delle Fosse Ardeatine)

로마에서 첫 목적지는 다름아닌 카타콤베였다. 처음에는 무덤으로 시작해서 기독교의 박해가 시작되어서 피난처로 사용되었던 카타콤베는 로마에서도 그 수가 꽤 많았다. 게다가 안에 길이도 너무 넓어서 아직도 발굴중이라고 하고 지금도 관광객들이 관람을 할수있는 구간은 꽤나 한정되어 있다고한다. 아무래도 로마 외곽에 있다보니 오늘 여유롭게 한번 다녀오기로했다. 로마 내에서 메트로와 버스를 이용할수있는 판매하고있는데 이게 1일권이지 24시간권이 아니었다. 그런데 호스텔에서는 시간단위로 24시간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즉, 오늘사면 내일 예정인 바티칸 투어를 가는길까지 사용을 할수가 있었다. 게다가 가격도 조금 더 싼편이었다. 호스텔에 물어보니 이미 오늘 한정수량은 다 나갔다고한다. 어떤 시스템을 이용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쉽네.

먼저 메트로를타고 카타콤베를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향했다.

버스를 타는곳은 라테라노 대성당(Basilica di San Giovanni in Laterano)이 있는 광장앞이었다. 일단은 카타콤을 먼저 가고싶어서 전경 사진만 찍고 곧바로 버스를 올라탔다. 점심시간에 걸리면 입장을 못하기때문에 조금 서둘렀는데 이놈의 버스가 출발할 생각을 안한다. 버스가 있길래 바로탈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막상 버스를 타니까 안가서 또 걱정이다. 그렇게 한 5분? 10분정도 있다가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버려서 마지막 입장시간을 놓쳤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대성당을 구경하고 조금 여유롭게 들어가는건데... 뭔가 할게 없을까 하다가 주변 산책을 나섰다. 조금 길을따라 걸었는데 안쪽에 왠 기념관 같은곳이 있었다. 천천히 그곳을 관람하는데 마치 현충원과 비슷한 느낌으로 무덤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무덤 주인인것같은 사람들의 사진과 이름도 무덤마다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사진이 없고 꽃도 없는 곳도 많았고.. 천천히 그 무덤들을 살펴보는데 나이들이 죄다 어리다. 14살 15살 소년병들도 있었고 대부분 20대를 채 넘지 않은 병사들이 대부분인것 같았다. 이곳을 설명해주는곳도 있었는데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2차세계대전당시 학살이 일어났던 장소임에는 틀림없었다. 세계대전 당시의 유품들로 보이는 것들과 사진들도 많았다. 이곳에서 생각치도못한 2차세계대전의 참혹한 현장을 발견했다. 동굴들도 있었는데 피난장소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엄청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마치 지하벙커같은 느낌도 많이 들었고.(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2차세계대전당시 나치의 독일군이 동굴 안에서 민간인과 정치범들을 학살한 아르데아티네 대학살의 장소라고한다. 실제 내가 봤던 장소가 그 학살이 일어났던 장소였던것 같다.)

 

산 칼리스토의 카타콤베(Catacombe di San Callisto)

기념관을 둘러보고나서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조금 더 걸었다. 계속 가면 뭔가 이제는 안나올것 같았고 아까 내렸던 버스정류장 근처에 카페가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점심도 못먹어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면서 기다리기로했다. 안에 들어가서 파니니와 커피를 하나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서 천천히 먹었다. 그런데 천천히 먹어도 시간도 천천히 갔다. 결국 다 먹고 조금 더 시간을 보내다가 카타콤베 근처 산책을 하기위해 일어났다.

카타콤베 근처에 정원도 꾸며져있고 이것저것 뭔가 많았다. 정원이나 이런게 잘 꾸며져있어서 또 주변을 돌아다녔다. 뭔가 특이한 동상들도 있었는데 크게 기억에 남는것 없었고 그냥 산책을 한다는 생각으로 걸었다. 버스를 타고 그렇게 멀리 온것도 아닌데 이런 시골이 있다니 뭔가 또 색달랐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맞이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길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제 이탈리아에 도착했구나.

슬슬 카타콤베 입장시간이 다가와서 천천히 걸어갔다. 사실 이곳을 선택한 이유중에 하나가 가장 유명하고 큰것도 있지만 한국어 가이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그런데 그런거 없음. 우리 타임에는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 영어 총 3가지 언어로 구성된 투어가 진행중이었다. 카타콤 안쪽은 워낙 복잡하고 그래서 꼭 가이드와 동행을 해야했다. 어쩔수없이 영어 투어를 선택하고 드디어 카타콤베 안으로 입장했다. 나 말고도 신혼여행으로 왔다는 부부 1쌍도 있어서 그분들과 중간중간 이야기를 하면서 투어를 시작했다. 일단 입구부터 느낌이 뭔가 싸했다. 카타콤이라는걸 사실 어렸을때 디아블로를 하면서 처음 접했는데 그때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 그런 내가 지금은 카타콤에 실제로 들어오다니 뭔가 기분이 색달랐다. 카타콤 안쪽은 사진촬영이 불가라서 열심히 눈에 담았다. 사람들이 잠을 자기위해 벽에 구멍을 뚤어서 침대식으로 만든 공간과 식당이나 예배당으로 추정되는 공간들도 있었다. 사실 다른것보다 침대를 봤을때가 가장 인상깊었다. 지금 내가 들어가려고해도 겨우겨우 들어갈공간. 마치 그곳에서 잠을 잔다고하면 관속에 들어가서 자는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니 관보다 더 작은곳에서 몸을 움직일 공간마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누군가 죽으면 또 한쪽으로 옮길테고. 그 당시 사람들은 이 말도안되는 생활을 감수하면서 종교에 대한 의지를 저벼리지 않을걸보면 종교라는게 참 대단하단 생각마저 들었다. 성당이나 교회를 짓는것부터 시작해서 정말 종교, 특히 천주교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라함은 너무 민감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지지하는사람과 그렇지 않은사람들까지 너무 반대성향이 다들 강하고 그들이 행하는 행동들마저 '반기독교'를 부추기는것만 같은 행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느낀 종교는 너무나 달랐다. 물론 이쪽은 카톨릭 위주이고 우리나라의 교회는 개신교 위주의 사회라서 다른면도 분명 있겠지만. 아무튼 이곳 카타콤에서 그당시 사람들이 받았을 고통과 모습을 상상하니 다시한번 종교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어로 설명해주시는분이 발음이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이탈리아어를 쓰시는 분이라 그런걸까? 사실 이것도 핑계이지만 어쩄든 설명은 들었지만 알아들은건 절반정도 이해를 또 그거에 절반정도밖에 못했다. 같이가신 분들도 "설명 뭐라고 하는지 아시겠어요?"라고 묻길래 "저도 절반밖에 못알아 들어요"이랬더니 그래도 절반이나 알아듣는다고 대단하다고 말해주셨다. 말이 절반이지 이해는 얼마나 하려는지. 지금도 사실 그때 무슨이야기 했는지 까먹었다.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Monumento Nazionale a Vittorio Emanuele II)

카타콤베를 나와서 이제 다음장소로 향했다. 사실 많은 생각을 하고 분명 기억에 남는곳임에는 분명했지만 살짝 실망했다.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비해서 둘러보는 시간이 적은데다가 뭔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사실 거의 같은 구조라서 더 둘러봐도 딱히 뭔가 나오지는 않았겠지만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했나보다. 그리고 기다린 시간도 워낙 길었으니. 좋긴 좋았지만 기대를 100%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이제 이곳에서 볼일은 끝났고 버스를 타고 다시 도심으로 향해야했다. 내렸던곳 반대편에서도 버스를 타고 갈수가 있었지만 그냥 모험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도 아까 그곳으로 돌아가는데 그곳보다는 조금 더 걸어서 다른버스를 타고 베네치아 광장을 가기로했다. 그렇게 무작정 걸었다. 동네 풍경들도 둘러보고 열심히 걸었다. 걷다보니 버스정류장을 발견해서 노선을 확인하고 일단 아무버스나 탔다. 주요 버스 노선표를 가지고 있었기때문에 대충 어느버스가 어느쪽으로 가는지를 알아서 바로 탑승했다. 그런데 워낙 이 버스가 관광객이 타지 않는 노선이다보니 어째 나만 빼고 다 동네주민같이 보였다. 그래서 조용히 구석에앉아서 열심히 책을보며 이동했다.

드디어 베네치아 광장에 도착했다. 로마의 왠만한곳은 이곳에서 조금만 이동해도 전부 갈수가 있었다. 어차피 오늘 목적은 로마 외곽을 둘러보는거라 일단은 광장에 왔으니 광장부터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실 광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보이는건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었다. 광장 한켠에 어마어마하게 있는 이 기념관은 마치 케이크를 연상시키기도했다. 나만 그런걸까? 아무튼 거대한 이탈리아 국기와 기마상들과 거대한 대리석 건물은 내가 로마에 왔다는걸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기념관 안쪽으로 들어가지는 않았고 그냥 주변을 돌아다녔다. 길을 건너니 바로 한켠으로 보이는 콜로세움!! 이곳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맨날 지나가면서 보는 광화문과 비슷한 느낌이겠지? 일단 콜로세움은 오늘 갈곳이 아니어서 바로 다른곳으로 향했다.

 

포로 로마노(Foro Romano)

일단은 콜로세움 근처에 있는 포로로마노로 향했다. 고대 로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정말 엄청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꽤 보존이 잘되어있었다. 사실 이곳을 방문하자마자 가장 먼저 생각되는건 '문명'이었다. 정말 조금의 지체도 없이 문명이 생각났다. 옛 문명을 떠올리니 문명 게임이 하고싶어졌다니 참 놀러와서 무슨생각인가 싶다. 포로 로마노에 입장을 하려면 따로 입장료를 내야했는데 어차피 로마를 둘러보면서 따로 입장을 할꺼라서 오늘은 그냥 주변을 둘러보기만했다. 밖에서 안쪽을 구경하는건 공짜니까.

 

캄피돌리오 광장(Piazza del Campidoglio)

천천히 포로로마노 주위를 한바퀴 돌아서 다시 베네치아 광장쪽으로 향했다. 광장쪽으로 올라가다가 계단을 힙겹게 올라가니 캄피돌리오 광장에 도착했다. 이곳을 오르면서 보는 포로로마노의 풍경은 또 색달랐다. 캄피돌리오 광장은 미켈란젤로가 설계한것으로도 유명한데 무엇보다 이곳이 유명한건 역사적으로도 엄청난 장소였다. 광장 한켠에는 옛 시청이 자리잡고있고 그 말은 이 광장에서 수많은 역사가 쓰여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광장에 있는 조각들의 모습마저 계속 눈을 사로잡았다. 광장 가운데에 서서 주위를 쓱 훑어본뒤 다음 장소로 향했다.

 

마르첼로 극장(Teatro di Marcello)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내려와 한쪽 골목길로 들어가니 마치 작은 콜로세움같은 건물이 보였다. 마르첼로 극장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은 실제로 당시 연극이나 노래를 했던 극장의 역할을 했다고한다. 작은 콜로세움과 같이 아치들이 주변부를 둘러싸고있었고 가운데에는 또 다른 건물이 있었다. 가운데 건물은 나중에 만든것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현재 박물관같은 용도로 사용중인것 같았다. 한쪽에는 대리석이 뜯겨나간 흔적도 있었고 근처에 신전이 있었는지 근처에 기둥만 남은 흔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바로옆은 집이있는데 집앞에 이런 유적지가 있다니 참 신기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별다른 느낌이 없으려나? 역시 로마는 도시 자체가 유적이라고 부르는게 맞는것같다.

 

테베레섬(Isola Tiberina)

마르첼로 극장을 지나서 테베레섬으로 향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테베레강을 지난 로마 외곽에 위치한 자니콜로 언덕이었다. 언덕위에서 바라보는 로마의 시가지 풍경을 보고싶었는데 지나가면서 겸사겸사 테베레섬도 같이 들렸다. 테베레섬과 함께 유명한 파브리키우스 다리(Ponte Fabricio)와 케스티우스다리(Ponte Cestio)도 지날수가 있었다.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기도 한데 사실 다리보다는 섬 자체가 궁금해서 방문을 해보았다. 섬 안에는 병원과 성당만 있는데 이 섬은 예전부터 치료의 목적으로 이용했던 섬이라고한다. 사실 치료의 목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것이 과거에는 전염병 환자들만 섬에 가둬놓고 못나오게 감금시켰던 용도였다고하니 지금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병원은 성행중이었다. 어디서 사고가 난건지 내가 갔을때도 구급차가 오고 꽤 긴급한 상황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섬에 있는 성당도 들리고 싶었지만 일단은 섬을 지나 자니콜로 언덕부터 도착을 해야 해가 떨어지기전에 로마 시가지를 구경할수 있을것 같아서 바로 다리를 건너 로마 외곽으로 향했다.

 

산타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in Trastevere)

다리를 건너서 테베레 강 건너편으로 향했다. 이곳은 같은 로마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분위기가 달랐다. 안쪽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옛날의 느낌도 많이나고 보존도 잘 되있는 반면 뭔가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없지않아 있었다. 약간 도시같지 않다고 해야하나.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을 건너와서 느낀 거리의 풍경은 좀 더 사람사는 분위기가 나는 동네같았다. 아무래도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그런게 아닐까? 일단 언덕을 향하기전에 트라스테베레 성당으로 향했다.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중에 한곳인 이곳은 사실 가이드북에 설명이 나와있을걸 보고 신기해서 가보았다. 성당 앞에는 분수대가 있었는데 날씨가 꾸물꾸물해서 그런지 앉아있는 사람도 없고 뭔가 휑한 느낌이었다. 원래는 이곳에 앉아서 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그다음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사실 그닥 특징적인것은 없었다. 그래서 성당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앞에 제단쪽에 불이 확 켜지면서 천장을 비추었다. 천장에는 금박으로 된 장식이 화려하게 되어있었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다시한번 천천히 성당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천장에 그려져있는 그림들과 장식, 대리석 기둥과 바닥의 장식들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는 로마에서 처음 방문한 성당이었는데 확실히 이탈리아 성당이라는걸 느끼게 해주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탈리아의 성당하면 역시 천장에 그려진 벽화니까!

 

자니콜로 언덕(Gianicolo)

성당을 나와 이제는 자니콜로 언덕으로 향했다. 거리가 꽤 되는 곳이라서 걸어가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았는데 솔직히 다를건 없었다. 그래도 확실한건 지금 여행을 했던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전부 골목길의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아무래도 특징적인것들도 있을테고 그냥 풍기는 분위기도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가까운 일본의 골목길만 가더라도 우리나라의 골목길과 분위기가 다르니까. 천천히 동네를 가로지르며 걷다가 언덕길을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목표는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대! 생각보다 오르는길이 힘들어서 조금 천천히 걸었다. 오르면서 무슨 분수같은것도 보고 가리발리 동상도 보았는데 점점 해가 떨어지고 있어서 사실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언덕을 올라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사람은 많이 없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구름이 잔뜩 끼어서 사실 멋있지는 않았다. 아니 분명 멋있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맑은 날 이 장면을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도 구름들과 저 멀리 로마의 모습들을 보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소매치기당한게 남아있긴했는데 좋은 풍경들을 보면서 점차 잊혀져 가는것 같았다.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달아서 내가 갈곳도 미리 한번 봐주고 언덕 위에서 로마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로마는 높은 건물을 찾아볼수가 없었다. 고대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 다시한번 서울의 화려한 야경과 높은 빌딩들이 과연 그저 좋다고만 할수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서투른 목수가 연장탓한다는 속담처럼 높은 건물을 짓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서울의 풍경을 보면 우리는 잘나가고 있다고 과시를 할뿐 실속이 없어보이는게 아닐까란 생각도 해보았다.

 

테베레 강변 산책

자니콜로 언덕을 이제 내려갈시간. 내려가면서 그냥 지도없이 막 내려갔다. 어차피 길은 연결이 되어있고 강변으로만 내려가서 쭈욱 따라가면되니까 어찌됐든 내려가기로하고 무작정 걸었다. 뭐 길을 잘 내려가고 있다가 왠지 저쪽으로가면 지름길이 나올것만 같아서 그쪽으로 향했다. 점점 들어가는데 CCTV가 달려있고 뭔가 사유지 같아서 고민하던중 일단은 그냥 들어가봤다. 안쪽에는 왠 별장같이 보이는 건물이 있고 사람이 있는것 같았다. 가로등도 있어서 공원가는길인줄 알았더만 그냥 언덕 중턱에 위치한 집이었다. 분명 내가 들어오는것도 CCTV에 찍혔을텐데 괜히 걸렸다가 말도안통하는데 경찰서 끌려갈까봐 마치 도둑놈마냥 다시 돌아가서 원래길로 향했다.

무사히 내려와서 강변까지 도착했다. 내려오는 동안도 시간이 꽤나 지났는지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이제 강변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는데 무슨 차가 이렇게 많은지 도로에 차들이 한가득이다. 퇴근시간도 되어서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걸까? 차들도 구경하며 지나가다가 이탈리아의 무인주자 시스템도 구경했다. 길 중간중간에 주차 정산기가 설치되어있고 그냥 알아서 무인으로 돈을 지불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뭔가 돈을 안내고 도망가도 될것같은 시스템으로 기억하는데 솔직히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과연 사람들이 돈을 내고 갔을까란 생각도 해본걸보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강변을 산책하며 무심코 뒤를 한번 돌아봤는데 저멀리 바티칸 대성당의 돔부분이 보였다. 이제 내일이면 저곳을 갈수있겠지? 천천히 바라보며 다시 길을 걸었다. 바르셀로나에서도 비가 많이 왔는데 이곳 로마도 어제까지 비가 많이왔나보다. 테베레강이 많이 불어서 유속도 빠르고 강 주위의 산책로도 전부 물에 잠겨있었다. 그것만 아니면 그냥 아래로 내려가서 산책로를 따라 걸었을텐데 그게 조금 아쉬웠다.

 

포르투누스 신전(Tempio di Portuno)

테베레 강을 따라 걷다가 다시 로마 중심부로 향하기위해 다리를 건넜다. 테베레섬을 조금 더 지나서 걷는데 이쪽 다리에서 보는 섬과 강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고 다음장소로 향했다. 일단은 콜로세움의 야경을 보고 숙소로 가는 루트를 생각하고 길을 걸어가는데 무슨 신전이 보였다. 가이드북을보니 포르투누스 신전이라는 곳인데 솔직히 이제는 이런걸 너무많이봐서 감흥은 없었다. 내가 각각에 얽힌 이야기를 안다면 사정이 달랐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니고 있으니 역시 공부좀 하고올걸그랬다. 뭐 조금은 했지만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사실은 신전보다 신전 옆에있던 원형신전(?)의 모습과 그 앞에 분수대에 좀더 시선이 갔다. 야경도 잘나오기도했고 그 분수를 들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천천히 둘러보니 정말 놀라울 정도로 섬세했다. 무슨 벌을 받는건지 표정이 일그러져있는데 조각으로 저런게 가능하다니 새삼 놀라웠다. 내일 바티칸 박물관을 가면 얼마나 더 놀랄까?

 

대전차 경기장(Circo Massimo)

이제 콜로세움으로 향하면서 대전차 경기장도 들렸다. 아무것도 없는 넓은 공터. 예전에 이곳에서 벤허의 한장면처럼 대전차 경기를 했다는 흔적만 남은 이곳이 왠지모르게 끌렸다. 그래서 갔다. 아무것도 없다. 밤이라 어둑어둑한데 주변에 가로등도 별로없고 그냥 공터일 뿐이었다. 사실 뭔가 보고 구경할만한건 없고 장소의 의미만 있는 곳이긴 한데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지는 몰랐다. 어둑어둑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 경기장을 옆으로 두고 계속 걸었다. 아쉽지만 어쩔수없지. 그래도 이 경기장과 함께 걷는다는걸로 만족했다.

 

콜로세움과 콘스탄티누스 개선문(Colosseum & Arco di Costantino)

경기장을 따라 걷다가 길을 꺽으니 저멀리 콜로세움이 보였다. 야간에도 주황색 조명을 받으며 한껏 위용을 펼치고 있는 콜로세움의 모습은 너무 웅장했다. 아까도 잠시 봤지만 점점 걸어가며 다가갈수록 정말 콜로세움을 눈으로 볼수 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점차 다가가니 콜로세움 앞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도 보였다. 가장 유명한 프랑스의 개선문과는 조금 스케일이 작지만 로마의 통일을 기념한 이 개선문이 오히려 더 역사가 깊은 개선문이다. 개선문 앞에는 한무리의 여행객들이 있었는데 어째 한국인들 같았다.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온건지 사진을 찍고 앞에서 현수막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하다가 우르르 또 모여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올바른 관광을 하고있구나. 그게 바로 관광이지. 그런데 그러고 남는게 뭐가있을까 모르겠다. 여행가면 남는게 사진이라는 말은 그것때문에 나온게 아닐까? 나는 이렇게 걸으면서 로마를 느끼고 있는데 버스를타며 보는 시선들과 명소에 도착해서 설명조금듣고 사진찍고 이동하는건 참.. 그렇다고 내가 꼭 올바른건 아니고 아이들도 어쩔수 없겠지만 너무 아쉬웠다. 직접 돌아다니며 보고 느끼는것들과는 분명 다른건데.

그리고나서 바로 앞에있는 콜로세움에 도착했다. 역시나 웅장한 모습. 천천히 둘러보니 외벽이 부셔진 부분이 있고 보존되어있는 부분도 있었다. 그것때문인지 약간은 부분부분 모습들이 달랐다. 지금도 보수작업을 하고있는지 가림막이 쳐져있는 부분도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미 시간이 늦어서 들어가보지는 못했고 천천히 2바퀴정도 둘러본것 같다. 생각보다 크기도 커서 둘러보는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야경사진도 찍고 감상을 하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드디어 숙소로

콜로세움을 마지막으로 오늘 일정이 끝났다. 사실 이정도로 걸을줄은 몰랐는데 너무 많이 걸었다. 숙소로 돌아가는길이 왜이렇게 힘든지 빨리 가서 눕고싶은 생각뿐이었다. 약 10분정도 걸어서 드디어 숙소에 도착해서 일단 슈퍼부터 물어봤다. 저녁은 먹어야하니까 주방에 뭐가있는지 물품을 대강 살펴보고 슈퍼에 가서 장을 봤다. 개인적으로 대형마트를 들려서 해당 지역의 물가를 살펴보는 편이었는데 이탈리아가 물가가 생각보다는 비쌌다. 다른 먹거리나 숙소들에 비례했을때 생각했던 물가보다는 조금 비쌌지만 그래도 여전히 싼편이었다. 이제 파리나 스위스가면 살인적인 물가일텐데 여기서 비싸다고 하면 안되겠지. 로마에 3박4일간 있기때문에 쌀도 하나사고 이것저것 조금 많이 구입했다. 어차피 내일 또 오면되긴하지만 일단 많이 구입하고 추가적으로 하는게 나을것 같았다. 당연히 고기도 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너무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밥을먹고 씻고 눕자마자 거의 바로 잠들었다. 원래는 누워서 폰으로 일기도쓰고 게임도하다가 잠들었는데 여기선 그냥 잠들었다. 하아.. 방에서 와이파이 되는곳을 이젠 안찾아도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