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30124 - 여행 42일차(파리시내)

오늘부터 파리지앵

파리에서 첫날 아침이 밝았다. 뭐 파리에대한 혹평(?)들을 많이 들어서 사실상 큰 기대를 한 도시는 아니다. 물가가 비싸다 어쩌다 이야기를 많이들어서 최대한 파리에선 가난하게 지내기로했다.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하는데 미리 장을 봐놓은것도없고 아무런 준비가 안되있어서 오늘은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먹기로했다. 무료제공은 아니고 따로 3유로인가 5유로정도를 지불하고 먹었는데 식단은 다른 호스텔 아침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모닝빵과 크로와상, 우유와 시리얼을 먹고 오늘 어디를갈까 천천히 지도를 보며 살폈다. 일단 파리에서 머무는건 4일이지만 실제 하루종일 여행하는건 2일밖에 안되서 고민하다가 오늘은 그냥 파리시내를 돌아다니기로했다. 지도를 보고 대충 루트를 짠뒤 드디어 출발

 

자전거는 포기

파리에는 공공자전거 시스템인 벨리브(Velib)가 존재한다. 지금 우리나에도 많이 퍼져있는 공공자전거 시스템의 원조라고 봐야하나?(사실 파리가 최초인지는 모르겠다) 파리 전역에 엄청난 자전거 대여소가 설치되어있다. 거의 1블럭당 1개꼴로 있다고 볼수있는데 총 대여시간은 30분밖에 안된다. 하지만 하루종일 무제한으로 갈아탈수가 있는 장점이있다. 즉 30분이 다될때쯤 근처 대여소로가서 반납하고 다시 빌리면 된다. 1일권 1주일권 이런단위로 할수있는데 사실 관광객이 아니라 파리 시민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우리도 처음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이게 우리입장에선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었다. 자전거 보증금으로 약 15만원 가량의 금액을 결제를하고 최종반납시 그 금액을 돌려주는데 그렇게되면 30만원 정도가 통장에 있어야하지만 현금이랑 뭐랑 이것저것 따져보니 도저히 할만한 상황이 안되었다. 그래서 그냥 포기. 오늘은 튼튼한 두 다리로 걷기로했다.

 

몽파르나스 타워(Tour Montparnasse)

숙소가 위치한곳이 몽파르나스 타워에서 걸어서 10분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곳이었다. 그래서 일단 첫번째 목적지는 몽파르나스 타워로 정했다. 다른이유는없고 우리가 루트를짤때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곳이기도했다. 그곳앞에서 길을따라 쭉 걸으면 되는거라 일단 타워로 향했다. 그리고 뭐 중요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파리에서 가장 높은빌딩이기도 한 이 건물을 보려고 갔었다. 겸사겸사 다음날 갈 베르사유 궁전에 갈 RER을 타는 곳이 이곳에 있는 몽파르나스 역에서 시작되기도 해서 다음날 여행을 위해 미리 방문해서 한번 쓱 둘러보고 나왔다.

 

바스티유 광장(La place de la Bastille)

다음 목적지는 바스티유 광장으로 잡았다. 지도상으로봤을때 한 2km정도 되었나? 천천히 파리시내나 걸으면서 돌아다니자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간도 많고 갈곳은 대략 정해놔서 큰 걱정이 없었다. 파리에 왔지만 파리시내를 걷는게 오히려 주 목적이라고 할 정도로 계속 걸었다.

중간에 잠시 헤매서 한시간정도 걸었을까? 드디어 프랑스의 세느강(la Seine)을 만나고 다리를 건넜다. 중간에 있는 시테섬을 바라보고 날씨가 흐린탓에 꼭대기는 보이지않는 에펠탑도 바라보며 세느강을 건넜다. 한가롭게 유람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별로 날씨도 안좋은데 유람선은 안타도 되겠다는 생각만 했다. 사실 머릿속에 그렸던 세느강이랑은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강 옆에 강변을 끼고 산책할수있는 도로가있고 한적한 느낌이 드는 그런강을 생각했었는데 얼추 비슷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상했던 그모습은 아니었다.

다리를 건너고 드디어 바스티유 광장에 도착했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났던 그 장소.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던 바로 그 장소에 도착했다. 가운데 광장에는 혁명이 일어났던 7월을 기념해서 7월 기념비(Colonne de Juillet)가 세워져있고, 평상시에는 차들이 다녀서 탑 앞쪽까지 가지는 못했다. 그 뒤로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많이 발생했는데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 뭔가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애초에 나치 추종자를 다 처벌하고 몰살한 프랑스와 친일파가 떵떵거리며 잘살고있는 우리나라와 비교를 한다는것 자체가 웃기긴 하겠지만 역시 선진국은 괜히 선진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파리 시청(Hotel de Ville)

바스티유 광장에서 천천히 파리시청쪽으로 향했다. 시청을 구경하고 노트르담 성당으로 향하려고 했는데 날씨가 은근 쌀쌀해서 잠깐 몸이나 녹일겸 아이쇼핑이나 할까하고 H&M으로 들어갔다 스페인에서 코트샀을때도 그랬는데 아직까지 세일이 한창이었다. 오히려 이제 사이즈 빠질만한건 다 빠져서 더 싸게 파는 품목들도 많이있었다. 친구가 코트 구경하던중 39유로밖에 안하는데다가 옷도 괜찮아서 그자리에서 바로 질렀다. 충동적인 느낌이 있긴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사는 가격생각하면 거저먹기로 사는 수준이였으니 횡재했다고 생각하고 나왔다.

나와서 프랑스 시청으로 향했다. 단순히 시청이라기 보다는 이곳도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시절부터 많은 역사들과 함께했던 장소였다. 우리가 아무리 단일민족에 역사가 깊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민주주의의 역사로 따지면 아직 한참이나 어린애 수준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곳에 올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었다.

시청앞에는 서울시청처럼 스케이트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회전목마도 있었다. 스케이트장은 서울에서도 보던건데 회전목마는 뭔가 좀 웃겼다. 시청을 천천히 지나간뒤 노트르담 성당이있는 시테섬으로 향했다.

 

노트르담 성당(Cathedrale Notre-Dame de Paris)

프랑스에는 수많은 노트르담 성당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 가장유명한건 역시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이다. 예전부터 이 노트르담 성당에대한 막연한 동경같은게 있었다. 한번은 꼭 가보고싶다. 바로 그곳에 내가 드디어 도착했다. 다른건 아니고 노트르담의 꼽추를 보면서 봤던 그 모습이 어린나이에 너무 인상깊었나보다. 성당 입구 앞에는 계단처럼 앉아서 쉴수있는곳이 설치되어있었고 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있었다. 우리도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성당 안으로 향했다.

성당에 도착한게 마침 12시쯤이라 12시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미사를 진행하는 신부님이 흑인 신부님이었다. 원래 프랑스가 다인종도많고 그런곳이지만 그래도 프랑스의 대성당인 노트르담 성당에서 흑인신부님이 미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너무 생소했다. 그리고 감명을 받았다. 괜히 자유, 평등, 박애가 나오는게 아니구나. 원래 미사진행할때는 방해하기 싫어서 사진을 안찍었었다. 산티아고에서 미사를 할때도 안찍고 가만히 있었는데 이때는 결국 셔터를 눌렀다. 뭔가 이 장면은 놓치기가 너무 싫었다. 성당안의 웅장한 모습보다 미사를 진행하는 신부님의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성당안을 천천히 한바퀴 둘러본뒤 밖으로 나왔다.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의 모습은 기존에 갔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성당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구지 비교하면 포르투갈 성당들과 조금 닮은모습이랄까? 경건한 마음으로 성당을 나와 다음장소로 향했다.

 

소르본 대학(Universite de la Sorbonne)

프랑스에도 파리에도 많은 대학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대학중 하나인 소르본 대학으로 향했다. 시테섬에서 다리만 건너면 바로 있는것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학생 식당이 싸고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학생식당을 향해 찾아갔다. 특이한점은 다른 나라들처럼 캠퍼스 중심의 대학이 아니라 그냥 길가에 대학건물들이 여러개 있었고 그렇게 그 해당블럭을 중심으로 대학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정말 한시간정도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움직였지만 식당을 못찾았다. 중간중간에 와이파이를 잡아가면서 블로그보고 찾았지만 역시 실패. 근처에 프랑스의 판테온도 있었는데 일단 식당찾는게 급해서 눈으로만 보다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대학식당은 구경하지도 못하고 프랑스 대학생들만 실컷구경하다가 너무 배가고파스 그냥 보이는데 들어가서 먹기로했다. 결국 근처 서브웨이가서 점심해결....

 

루브르 박물관(Musee du Louvre)

계획에 있는 점심은 아니었지만 어쨋든 배를 채우고 다시 시테섬으로 향했다. 시테섬으로 다시 들어갈 목적이 아니라 유명한 퐁네프 다리(Pont Neuf)도 한번 건너고 다음 목적지인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했다. 그전에 친구가 파리의 상공회의소를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마침 근처에 있길래 방문했다. 입장은 못하고 그냥 눈으로 대충 보고 저기가 그곳이구나....라고 느끼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루브르 박물관 하면 떠오르는 피라미드 형태의 지하철역 입구와 ㄷ자 모양의 건물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곳으로 가는길은 개선문부터 시작해서 상젤리제 거리를 지나 오는길에서 바로 보이는곳이고 우리쪽에서 들어가려면 그냥 평범한 건물사이로 지나쳐 들어갔다. 누구나 생각하는 그 모습을 봤을때 왼쪽문으로 드디어 루브르 박물관으로 아니 루브르 박물관 광장으로 입장했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보이는것은 아니고 안에 건물이 하나 더 있어서 또 문을 하나 지나친다음에 드디어 마주할수 있었다. 세계 3대 박물관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에 드디어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안들어 갈꺼다. 들어가봤자 내가 아는것도없고 시간만 날린다고 생각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남들이 다 들어가니까 들어가서 눈으로 보느니 그냥 그 시간에 다른걸 더 보고싶었다. 이건 친구도 마찬가지의 생각. 모나리자를 눈으로 보고싶었지만 그걸 보려고 들어가서 시간보내고 그 고생을 하기가 싫었다. 마치 바르셀로나가 FC바르셀로나가 유명하다고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누캄프에가서 축구를 보지 않는것처럼, 나도 파리에 루브르 박물관이 유명하다고해서 꼭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은 없다. 그냥 입구까지만 왔어도 충분한거 아닌가? 그렇게 광장에서 잠시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도하고 기념사진도 찍다가 자리를 옮겼다. 유리로 된 피라미드 지하로 내려가면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되어있다는데, 그모습이나 한번 볼까했지만 그것도 그냥 패스. 지금생각하면 그건 좀 아깝다

 

카루젤 개선문(Arc de Triomphe du Carrousel)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보면 왠 개선문과 비슷한 모양의 문이 하나 보인다. 크기는 조금 작고 위에는 마차가 있는 모양.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의 입구이기도 한 이 개선문은 로마에서 봤던 콜로세움 옆에 개선문을 본따서 만든것이라고 한다. 정원도 일직선이고 정원이 끝나고는 바로 상젤리제 거리가 시작되어서 맑은날에는 프랑스의 그 유명한 개선문도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개선문을 통과하고 정원 산책에 나섰다. 오리같은것도있고, 갈매기도있고, 비둘기도있다. 그런데 날씨가 흐려서 사실 산책하는 분위기는 별로 안났다. 원래 해가 빨리지는데 흐려서 벌써부터 어둑어둑한 느낌. 정원에서 나오니 커다란 관람차가 보였다. 마치 런던의 런던아이가 생각났는데, 오늘같이 흐린날에 타봤자 별 의미가 없어보였다. 맑은날에는 개선문부터 에펠탑까지 꽤나 많은것들이 보일것 같았다. 예전에 오사카에서도 느낀거지만 우리나라에는 왜이렇게 관람차가 없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있는 관람차마저 없애고 애초에 놀이공원밖에 없었지만. 유럽처럼 도시 한가운데 만들자는건 아니지만 괜히 관람차가 점점 우리나라에선 사라지니 아쉽다

 

그랑팔레(Grand Palais)

이제 어디갈까 고민하다가 상젤리제거리를 가는도중에 그랑팔레라는 박물관이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파리에는 그랑팔레와 쁘띠팔레(Petit Palais)가 있는데 둘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일단 크기가 큰 그랑팔레로 갔는데 마침 무료전시가 있어서 구경했다. 사진은 따로 찍지 않았는데 고대 문명과 그림들을 전시했었는데 꽤나 흥미로웠다. 그냥 시간때우려고 들어갔는데 그래도 30분정도 관람을 하고 나왔다.

 

앵발라드(Hotel des Invalides)

오늘 마지막 목적지는 앵발라드였다. 군사박물관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다름아닌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어서 꼭 방문하려고했다. 그전에 또다시 세느강을 건너야 했는데 이번에 다리는 조금 화려하고 특이한 모습이었다. 알렉산드로 3세 다리라고 써있는 이곳은 다리의 양쪽 네귀퉁이에 금색으로 장식된 페가수스와 천사(?)가 그위에서 지키고 있었다. 무언가 의미가 있는것 같지만 아쉽게도 그냥 눈으로만 보고 건넜다.

드디어 앵발라드로 입장했다. 마치 궁전으로 들어가는것같은 입구로 들어가니 저 끝에 커다란 나폴레옹의 동상이 보였다. 이곳이 한때 유럽을 벌벌떨게 만들었던 나폴레옹이 잠들어잇는 장소구나. 게다가 군사박물관으로 사용되는만큼 뭔가 위엄이 넘쳤다. 문제는 입장시간이 이미 지나버려서 들어가보질 못했다. 눈으로는 나폴레옹 동상만 보고 그 무덤을 가보지는 못했다. 그냥 이걸로 끝이구나.

 

오늘은 여기서 끝

오늘 아침부터 하루종일 걸었더니 힘이 없었다. 어차피 내일은 주간에 베르사유궁전을 다녀오는것 말고는 별다른 계획이 없어서 오늘은 그냥 이것으로 마치기로했다. 근처에 에펠탑도있고 개선문도있고 상젤리제거리도 있었지만 그냥 빨리 들어가서 쉬고싶었다. 내일도 시간있으니까 그냥 오늘은 쉬자고. 그래서 버스타고 돌아갈까했지만 그냥 걸어갔다. 애초에 계획을 잡은 코스가 있어서 천천히 걸어가면서 파리를 둘러봤다. 퇴근하는 파리지앵들 틈에서 우리도 같이 오늘의 여행을 마치고있었다.

가는길에 마트가 있어서 들어갔다. 간단히 먹을것과 오늘 저녁거리를 장을보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일단 씻고 쉬다가 요리를 하려고 내려갔는데 영 주방상태가 별로다. 어제는 확인을 못하고 오늘에서야 제대로 확인을 했는데 딱히 가스렌지가 있는것도 아니고 전기로 열을내서하는(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암튼 그게 가스렌지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마저 1개가 고장이났다. 그래서 오래오래 기다리면서 겨우겨우 자리를잡고 요리를 시작했는데 불도 약해서 한 20분만에 끝낼요리를 기다리는것까지 거의 1시간가량 한것같다. 그냥 뭐 오늘은 정말 배고파서 배채우려고 먹는거지 맛으로 먹는건 아니었다. 일찍 끝내고 할게 없어서 친구와 맥주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침대에 누웠다. 오늘부터 진짜 동행이 생기고 같이 다니는 여행. 솔직히 불편한게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친구도 친구나름대로 나를 배려해주고 있을테고, 혼자다닐때와 둘이다닐때의 느낌은 또 다르니 이제는 같이다니는 여행의 재미를 느껴보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