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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30123 - 여행 41일차(니스 - 마르세이유 - 리옹 - 파리)

새벽부터 역으로

어제 티켓을 예매를 못하는바람에 새벽부터 일어나서 씻기도전에 바로 역으로 향했다. 유레일패스로 예약할수 있는 자리도 한정적이라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예약을 못했다. 일단 가장 최선의 방법은 어제 예약을 못했던 니스 - 파리 까지가는 떼제베를 예매를 하는건데 창구에서 물어보니 그표는 지금 없단다. 어제 마감전까지 표가 있었는데 없냐고 다시한번 물어보니 역시나 같은대답. 계속해서 물어봤지만 현재 니스에서 파리까지 가는방법은 전혀없었다. 로컬을 이용하면 워낙 거리가 멀어서 오늘내로 도착은 불가능하고 어쩔수없이 떼제베를 타야하는데 유레일패스 안쓰고 타자니 요금이 너무 많이들었다. 그럼 방법이 없는지 창구에 물으니 일단 마르세이유로 가보란다. 마르세이유에 가면 일단 마르세이유 출발 떼제베를 타서 갈수있을지도 모르니 그방법을 알려주었다. 어제 그 직원과는 너무다른 모습에 고맙기까지했다.

 

벌금 300유로

가장 빠른 마르세이유 출발열차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바로 숙소로 가자마자 씻고 나갈준비를 했다. 빨리 기차역으로 다시 향했다. 마르세이유까지는 멀지 않은거리라 로컬열차를 타고가면 충분했다. 열차를타고 자리에앉아서 일단은 마음을 추스렸다. 어떻게되든 마르세이유까지 가서 해결을 하자는 생각을하며 앉아있는데 검표가 시작되었다. 첫날 유레일 패스를 사용하면서는 검표를 안했는데 유레일 패스를 사용하고 쓰는 첫 검표. 나름 긴장하고있는데 검표원이 다가오자 바로 티켓을 보여줬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유심히 보더니 뭐 돋보기 같은거도 꺼내면서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갑자기 나를 부른다.

"너 티켓을 고친거 같아서 벌금을 물어야된다"

"뭔소리냐 나는 티켓을 고친적이 없는데?"

"내가보기엔 니가 티켓을 고쳤다. 이거봐봐"

이러면서 돋보기로 내가 날짜를 기입한칸을 보여준다

"이거봐봐 고친거 맞지?"

"아니 이건 펜으로 쓰면서 덧칠하느라 이렇게 된거다 이게 무슨 고친거냐"

"아니다 니 고친거다 유레일패스 조항에보면 날짜 고치지 말라고 써있자나"

"안고쳤다니까 와...이게 어떻게 고친거냐고"

"모르겠다. 경찰서가던지 벌금을 내던지해라"

이때부터 판단력이 흐려지고 너무 짜증이났다. 오늘 어떻게든 파리를 가야하는데 이런문제까지 생겨서 골치아파졌다. 일단 더이상 실랑이 하기도 그렇고 울며겨자먹기로 벌금을 내기로했다.

"그래서 벌금이 얼만데?"

"300유로"

"와...안내면 어떻게되는데?"

"니가 지금 쓰는티켓은 회수당하고 경찰서가야지"

"벌금내면 티켓쓸수있냐?"

"벌금내면 오늘날짜는 쓰는데 이상없고 나머지 빈칸도 잘기입하면 이상없다"

내가 이때 플렉시패스를 사용해서 날짜를 기입하는 방식이었다

"카드되지?"

"물론"

그렇게 카드기에 카드를 넣었는데 핀번호를 입력해도 결제가 진행이 안된다.

"결제가 안되는데?"

"아 진짜.. 그럼 어떻게해야되?"

"이번에 도착하는 역에서 내려서 돈인출해서 줘라. 기다려줄꼐"

"알았다"

너무 열받아서 짜증이 나는게 아니라 헛웃음이났다. 지금 돈도없어서 가난하게 여행하고있는데 300유로라니. 휴대폰 잃어버렸을때보다 더 짜증나고 화났다. 오늘 꼭 파리를 가야하는 마음에 급한것도 있는데다가 갑자기 기차안에서 경찰 어쩌고 이딴소리해대고 여기는 유럽이고 가뜩이나 인종차별 한다는 프랑스라서 기분이 있는대로 다 상했다. 그렇게 역에 도착했다.

"일단은 짐 가지고내려."

"왜? 기다려 준다며"

"일단은 가지고 내려 그게 규정이야"

짜증나게 짐을 가지고 내리면서 대기하고있던 경찰에게 짐을 맡기고 역밖으로 나갔다.

"기차 떠나야하니까 빨리해"

그렇게 ATM기계에 카드를 넣고 300유로를 인출했다. 사실 지금 휴대폰도 없어서 내 통장에 잔고가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돈이 뽑힐까 의문이였다. 만약 돈이 안뽑히면 진짜 복잡해지는데 별 생각을 다하면서 화면을 바라보는데 인출이 성공했다며 300유로가 나왔다. 그렇게 50유로 6장을 같이 동행한 검표원에게 지불했더니 영수증같은걸 끊어준다.

"만약 오늘 누가 뭐라고하면 이거보여주면된다"

"알았어 나 빨리갈께"

너무짜증나서 가방을들고 다시 기차로 탔다. 정말 나를 기다려준건지 내가 타자마자 기차가 다시 움직이며 역을 떠났다. 당연히 기차안에 있던 사람들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아무도 없는 구석자리에 앉아서 혼자 있는욕 없는욕 다하면서 짜증을냈다. 처음 프랑스에서 만난 사람에게 호의를 받고 인상이 좋았는데 역무원부터 시작해서 검표원까지 도대체 프랑스 기차하고는 나랑 인연이 아닌가보다. 그렇게 생돈 300유로를 빼앗기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우리나라돈으로 대략 50만원정도. 지금 아끼면서 다녔던 이유가 친구를 만나면 조금 여유롭게 쓰려고했는데 이건뭐 그럴여유가 없고 그냥 굶어야 할 판이다. 일단은 최대한 아껴보면서 쓰기로하고 마음을 비웠다. 그런데 비운다고 비워지나 그냥 계속 짜증만났다.

 

다행히 파리행 열차표 획득

마르세이유역에 도착하자마자 내려서 바로 매표소로 향했다. 일단은 오늘 파리로가는 티켓을 사야하는게 가장 급했다. 300유로를 뜯긴마당에 열차표가 얼마일지 긴장하면서 매표소로 향했다.

"리옹까지 가는 표 있나요? 유레일 사용할껀데"

"몇자리 남았네요"

"얼마?"

"9유로"

"그럼 리옹에서 샤를드골 공할까지 가는건?"

"음.. 있긴있는데 1등석밖에 안남았네요"

"얼마?"

"40유로(정도로 기억한다)"

"그럼 그렇게해서 둘다주세요"

생각보다는 싸게먹혔는데 이렇게되면 49유로인데 어제 니스에서 샤를드골까지 바로가는 열차와 가격이 다를게 없었다. 게다가 그거 그냥 예약했으면 오늘처럼 벌금 300유로 낼일도 없었을지도 모르고, 열차가 늦게출발하는거라 천천히 니스 관광도 할수있었는데 그냥 완전 망해버렸다. 어쨌든 오늘 파리로 가야하니 예매를 할수밖에...

 

우울한 마르세이유(Marseille)

일단은 리옹까지 가기는 시간이 남아서 마르세이유를 잠깐 둘러보기로했다. 기분은 이미 상할대로 상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할것도없고 천천히 돌아다녔다. 도시는 정말 이쁘고 괜찮은데 도저히 돌아다닐 기분이 아니었다. 사진을 찍긴 찍어도 찍는둥 마는둥. 안내소에서 지도한장을 받아서 왠지 유명해보이는 성당으로 향했다. 저멀리 보이는 금색동상이 서있는 성당을 가고싶지만 갈 힘도 시간도 없어서 다른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안은 조용한 분위기. 그냥 자리에 앉아서 한숨을 푹쉬면서 마음을 추스렸다. 순례길을 걸을때도 느꼈지만 성당을 들어서는순간 알게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쉴수잇는 공간이라 그런걸까? 아까 벌금은 이미 뺏긴거니 잊으려고 노력을 했다. 잊으려고 한다고 바로 잊혀지는것도 아니지만 열심히 혼자 마음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마르세이유 시내를 돌아다녔다.

이곳도 바닷가가 인접해있는 곳이라 항구로 향했다. 항구에 도착하니 막 생선을 잡아왔는지 파는 상인도있었고 사람들과 갈매기도 많았다. 바닷가를 바라보며 앉아서 또 멍때리며 생각을했다. 한참을 바다를 보다가 이제는 슬슬 역으로 돌아가서 시간을 때워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역으로 향했다. 처음 왔던 길과는 다른길로 갔었는데 이곳에도 파리의 개선문과 비슷한 모양의 문이 있었다. 크기는 조금 작은데 무슨 사연이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다시 역으로가서 리옹으로 가는 열차가 올때까지 멍때리며 앉았다.

 

리옹(Lyon)

드디어 떼제베를타고 리옹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KTX가 떼제베를 모티브로 약간 변형시켜 만들어서 그런지 정말 내부가 비슷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떼제베가 그나마 조금 더 편한느낌. 자리에 앉아서 그래도 오늘 파리에 가는게 어디냐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놓았다. 빠른속도로 이동하는 기차안에서 별생각은 없었다. 그저 파리까지 가는게 감사할뿐.

리옹에 도착했다. 어마어마하게 큰 중앙역. 거의 공항수준으로 사람도 많았다. 리옹에서 파리까지는 1등석을 타느라 혹시 서비스를 받을수 있는지 궁금했다. 떼제베 라운지같은곳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라가서 1등석 티켓을 예매했는데 라운지 이용을 할수있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퇴짜맞았다. 뭔가 VIP카드같은게 있어야 하나보다. 리옹시내를 돌아다니기에는 시간이 넉넉하지않아서 그냥 가방을 메고 역 주위를 천천히 돌아다녔다. 자전거를 빌려주는 시스템도있고 올림피크 리옹의 광고판도 있었다. 프랑스의 축구팀이 국가대표에 비해서 많이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명문팀중 하나인 올림피크 리옹이 연고지인 도시. 그런데 생각보다 특이한건 없었다. 오히려 기존 유럽의 모습과는 다른 현대적인 모습이 가득했던 도시였다. 대충 구경하고 다시 역으로 돌아가서 내가 탈 열차가 올때까지 가만히 앉아있었다.

 

겨우겨우 친구와 만남

안그래도 열차가 비행기 시간하고 거의 비슷하게 도착해서 한시가 급했는데 기차가 연착까지 되었다. 겨우겨우 열차를 타고 시간계산을 해보니 내가 더 늦게도착할꺼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비행기가 도착하고 수화물찾고 입국신고 하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내가 먼저 도착할수도 있었다. 내가 무슨 호사를 누리겠다고 떼제베 1등석에 앉아서 있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다 여유로워 보이는데 나만 급한것같고. 잠도 못자고 그냥 멍하니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엄청 서둘렀다. 내 짐도 무거워서 도저히 뛸정도는 안되었고 빠르게 걸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도착편, 출발편이 표시된 전광판을 살펴보며 친구가 도착하는 비행기가 왔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무사히 도착. 그러니까 더 서둘러야했다. 역에서 친구가 내린 터미널까지도 거리가 꽤나 걸려서 엄청 서둘렀다. 거의 뛰다싶이 가고있는데 저 멀리서 한국인 여자 3명을 만났다. 아무리봐도 지금 이시간에 한국인이 있는거면 친구가 탄거랑 같은 비행기일꺼 같다는 생각에 이제는 뛰기 시작했다. 게이트앞에 도착하자 친구가 앉아있다. 다행이다...

"왜이렇게 늦었냐"

"기차가 연착됐다 미안 오래기다림?"

"10분정도 기다렸다. 연락도 안되서 뭔일있나했네"

어느정도 순화해서 표현했지만 사실은 욕으로 난무한 대화. 어쨌든 잘 도착하고 잘만나서 다행이다.

 

숙소찾아 삼만리

이제는 숙소로 찾아가기만 하면되었다. 내가 폰도잃어버리고 상황이 안되서 파리숙소는 친구한테 맡겼다. 최대한 괜찮은대로 알아봐달라고했는데 파리 호스텔 가격치고는 괜찮았다. 너무 외곽에 있는 숙소도 아니었고 나름 평도 괜찮은 숙소였다. 숙소까지 찾아가는데 다행히 한번에 찾긴했지만 동네가 조금 위험해 보이기는 했다. 밤에 함부로 나가지는 못할꺼같은 그런곳. 주택가 근처이긴 하지만 왠지 위험해보였다. 사실 집앞에 흔한 동네와 마찬가지인데 파리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정적이라 그런걸까? 중간에 숙소를 찾아가느라 메트로를 2번이나 갈아탔다. 10개가 훨씬넘는 우리나라보다 복잡한 라인을 가지고있는 프랑스 메트로인데 사실 길을찾는건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환승통로가 너무 복잡해서 헷갈릴때도 있었지만 나름 표시도 잘 해놨다. 문제는 너무 더럽다는점. 역에는 찌린내가 진동한다. 이때만큼 우리나라 지하철이 깨끗하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었다. 사실 일본갔을때도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별다른 감정을 못느꼈는데 유럽의 메트로는 정말 최악이다. 그중에 프랑스가 제일 최악이다. 그나마 최근에 생긴 호선들은 조금 상태가 양호했는데 오래되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은 너무 최악이었다. 특히 환승통로와 개찰구쪽에 찌린내는 도대체 어떻게 할수가 없었다.

어쨌든 숙소에 잘 도착해서 짐을풀려고 방으로 갔다. 4인실이었는데 우리말고 먼저 방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2명이 있는데 자리는 비운상태. 그런데 씻으려고 화장실에 가니 팬티가 눈에띈다. 그것도 T팬티로. 아...여자들인가보다. 뭐 처음겪는건 아닌데 뭔가 그냥 짜증난 상태에서 불편할 생각까지하니 괜히 짜증났다. 다행히 파리에 묶었던 4일동안 얼굴을 마주친적은 많이 없었지만. 씻고 마음을 추스리고 집에 연락부터했다. 친구가 폰을 가져와서 바로 와이파이를 잡고 집에 무사하다는 연락도하고 다른 친구에게도 연락을했다. 뭘 먹고 그럴힘도 없었다. 일단은 잠이나 자자. 오늘은 너무 길고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