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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30120 - 여행 38일차(베네치아 - 밀라노, AC밀란 홈경기)

새벽공기를 마시며 떠나다

새벽6시 기차를 타고 밀란으로 이동해야하기때문에 5시쯤일어나서 준비를했다. 어제 저녁에 샤워다하고 머리다말리고 잠을자서 아침에는 그냥 세수와 양치만하고 준비를 끝냈다. 나혼자 잤으면 편했겠지만 캐나다친구가 들어와버려서 조심조심 짐을싸고 제대로 앞도 안보여서 엄청 조심하면서 짐을쌌다. 밖으로 나와서 맞이한 새벽의 베네치아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사람도 거의없는 텅빈거리에 물이 주변에 있어서 물안개도 핀것같고, 뭔가 알수없는 분위기지만 좋았다. 마치 텅빈 세트장에 온것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렇게 산타루치아역까지 걸어가서 기차를 탔다.

 

첫 눈

오늘의 목적지는 밀란이다. 사실 이렇게 새벽차를 탈 이유는 없었는데 할인티켓은 새벽꺼 말고는 없어서 어쩔수없이 새벽차를 타고 갔다. 이제 점점 북부 이탈리아쪽으로 향해서 그런지 논에 눈이 있었다. 멀리서 보는거 말고 바로앞에서 보는거는 유럽와서 처음보는 광경. 새삼스래 많이 위쪽으로 올라왔구나라고 느꼈다. 그리고 지금까지 따뜻한 곳에서 돌아다녔는데 이젠 추운곳에서 다녀야 한다는 아쉬움도 같이 찾아왔다. 약 3시간정도 달려서 기차는 밀라노에 도착했다.

 

또다시 숙소찾기 시작

밀라노에 도착했더니 역시 날씨가 추웠다. 게다가 비까지와서 더 추웠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숙소주소와 대략적인 위치를 지도에 표시를 해놓아서 잘 찾아갈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냥 메트로를 타고갈까 걸어갈까 하다가 생각보다 멀어보이지않아서 걸어서 찾아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멀다. 처음이라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서 그런지 20분남짓 걸린것같았다. 길 자체는 단순해서 잘하면 10분정도 걸려서 갈수있을것 같기도했다. 내일 아침에도 일찍 출발할 예정이라 길을 확실하게 알아야해서 일부러 천천히 걸은것도 있었다. 일단은 숙소 근처에 도착을 했는데 또 헷갈리기 시작했다. 호스텔이 대부분 건물의 한층정도를 쓰면서 일반 주택과 공용으로 사용하는 곳들이 많아서 딱히 호스텔이라는 표식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제 유럽의 주소체계가 익숙해져서 주소만 알아도 길을 잘 찾을수 있었다. 잠깐 헤맸지만 그래도 성공적으로 주소를 찾아서 숙소로 올라갔다.

 

드보나와 만남

카운터로 갔는데 사람이 한두명있고 짐이 카운터앞에 굉장히 많았다. 서있는 사람한테 물으니 자기는 직원이 아니고 자기도 지금 직원을 기다리고 있단다. 그사이에 왠 한국인 4명정도가 카운터에와서 짐을가지고 떠났다. 친구들끼리 놀러온거 같았는데 그냥 조용히 있었다. 한국인이면 한국인이지 그냥 여기서 만나니 반갑다고 이야기할정도로 반갑지는 않아서 그런걸까? 그러다 심심해서 아까 말을걸었던 외국인과 대화를 했다.

"너도 여기서 묶으려고??"

"아니 나는 어제 여기서 잤는데 너무 안전하지 못해서 다른곳으로 옮기려고"

"왜??"

"샤워 문도 안닫히고, 시끄럽고 불안해서 못있겠어"

"그렇구나... 나는 어차피 하루만 잘꺼라 그냥 견디고 자야겠다."

"응 싼건 정말좋지만 아무래도 못있겠어 나는. 너는 그래도 남자니까 괜찮겠다"

"그치. 이가격에 하룻밤 잘수있으니 감수해야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직원이 왔다. 아침 10시도 되기전에 숙소에 도착해서 방을 달라하니 조금 민폐이긴했지만 어차피 짐만 놓고 나갈꺼고 대부분의 호스텔은 짐을 맡아주기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밀란의 호스텔은 대부분 방값이 싼편이었는데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거리라 그리 멀지도 않은데 하룻밤 방값이 무려 3유로였다. 3유로라니.. 아니 5유로였나? 사실 5유로라고 해도 엄청나게 싼편인데 내 기억으로는 3유로였던걸로 기억한다. 어쨌든 무척이나 싼편이었다. 직원이 와서 짐을 맡기고 방값을 우선 계산한뒤 외국인 친구와 호스텔을 나섰다. 나중에 알게되지만 이 친구의 이름은 드보나였다.

 

밀라노 대성당(Duomo di Milano)

일단 밀라노에 왔으니 밀라노 대성당을 가기로했다. 드보나는 어제 밀란을 구경했는데 오늘 할게 없다며 새로 구한 숙소를 가기전에 잠깐 같이다니며 가이드를 해준다고했다. 사실 밀라노 자체가 패션으로 유명하고 밀라노 대성당으로도 유명하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볼만한게 없는 도시기도했다. 그래서 나도 하루만 지내는거고. 대성당 주위에 볼만한게 있다고해서 일단은 대성당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가면 흑인들이 팔찌를 강매하려고하는데 절대 넘어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메트로를 타고 올라가는데 입구에서부터 흑인들이 팔찌를 팔기 시작했다. 나와 드보나는 정색하며 뿌리치고 성당을 한바퀴 삥 돌며 구경했다. 안에 들어가볼까 했는데 자기는 생각보다 별로였다고 해서 그냥 성당 앞 광장에서 사진만 찍고 안에는 들어가보지 않았다. 성당을 겉에서만 보는것 자체로도 웅장해서 꽤 오랫동안 구경을했다. 그리고 근처에 쇼핑몰과 오래된 오페라 극장이 있어서 그거 대충 구경을 하고 밀라노 구경을 마쳤다.

 

산시로로 가는길

어차피 밀라노는 구경이라기보다 쉬려고 온 목적이 강해서 대충구경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다시 메트로를타고 다른곳으로 향했다. 사실 밀란에 온 가장 큰 목적중에 하나가 이탈리아 대표 축구팀중 하나인 AC밀란의 홈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마침 오늘 경기가 있는날이여서 경기장에서 직관을 하기로했다. 드보나가 새로잡은 숙소도 그 근처라서 방향이 같아서 같이 메트로를 타고 이동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이때 이름이 드보나인걸 알았다. 무언가를 정리하다가 한글로 "드보나"라고 쓰여있는걸 발견해서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밀라노에 오기전에 전 여행지에서 호스텔에서 만난 한국친구들이 자신에게 선물로 써줬다면서 자랑을했다. 불가리아 출신의 친구였는데 이곳에 있다가 체코로 가서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한다고했다. 불가리아는 나도 아는건 요구르트랑 축구선수인 베르바토프밖에 없는데 드보나도 불가리아는 그냥 요구르트가 짱이라며 이야기를 해줬다. 베르바토프 안다고했더니 자기도 축구는 잘 모르지만 국가대표라 알고있다면서 내심 신기해하기도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드보나가 내릴때가 되었다. 이번 숙소는 좋길바란다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연락처를 받고 페이스북이나 뭐 다른수단으로 연락을 해보고싶었는데 내가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드보나 휴대폰에 내 메일주소를 써주고 메일이나 페이스북 친구신청을 해달라고 했다. 결국 나중에 연락은 안왔지만 이상하게 밀란에서 짧게만난 이 친구가 머릿속에 굉장히 많이 남아있다.

 

산시로(San Siro)

메트로에서 내려서 바로앞에 경기장이 있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멀었다. 천천히 걸어가며 드디어 산시로 스타디움을 내 눈으로 맞이했다. AC밀란과 인터밀란이 같이 쓰는 스타디움인 산시로 스타디움. 인터밀란은 주세페 메아차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부르는데 사실은 주세페 메아차가 공식명칭이다. 그래도 AC밀란 경기를 보러갔으니 나는 산시로라고 불러야지. 경기시작은 3시였는데 나는 12시에 도착했다. 경기시작 2시간전인 1시부터 입장이 가능해서 일단은 티켓을 사고 천천히 경기장을 한바퀴 둘러보기로했다. 또하나 특이한점이 티켓을 사려면 여권을 제시해야했다. 이곳 사람들도 신분증 같은걸 내고 들어간거 같았는데 어찌됐든 여권을 내고 티켓을 사니 티켓에 내 이름이 찍혀서 나왔다. 별것도 아닌데 뭔가 감격스러워서 그 티켓은 버리지않고 고스란히 지금도 간직하고있다.

경기장을 둘러보며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모여있는곳에서 파니니를 하나 사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구단용품점도 방문했다가 시간을 보내니 경기장 입장시간이 다가왔다. 경기장은 아무래도 훌리건들 때문인지 뚜껑이 있는 페트병은 반입금지였다. 페트병은 전부 뚜껑을 버려야 입장할수가 있었고 나도 그래서 뚜껑을 버려버렸다. 조금은 특이한 모양의 게이트를 지나서 드디어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유럽축구를 눈으로 직접 관람하는 역사적인날이다. 상대팀은 볼로냐였는데 사실 팀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냥 AC밀란의 경기를 본다는것 자체가 중요했다. 서포터즈들도 일찍 입장해서 술을 마시며 몸을 데우고있었다. 우리나라 야구장처럼 맥주통을 들고 맥주를 파는 사람도있었고, 어떤 아저씨는 몰래파는지 보드카를 조용히 파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러 서포터즈석에서 사람들하고 같이보려고 자리를 잡았는데 뭔가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머플러라도 하나 사서 응원할껄 그랬나?

경기자체는 2:0으로 AC밀란의 완승으로 이겼다. 유럽의 축구도보고 거친 쌍욕을 하며 관람하는 서포터즈들도봤다. 참 희안한게 뭔소린지는 전혀모르겠지만 욕인건 100%확실했다. 이상하게 어느나라든 욕하면 욕인지 안다. 경기도 이겼고 기분좋게 사람들과 같이 메트로를 타기위해 경기장을 나섰다. 이겨서 그런지 노래부르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비슷한거같은데 그냥 이 사람들은 이게 일상인것 같아서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서 야구는 많이 바뀌었지만 축구는 경기장가서 보는사람이 많지 않은 수준이니까.

 

인터넷을 써야한다

메트로를타고 숙소에 돌아와서 짐을 가지고 침대를 배정받았다. 일단은 샤워부터 하고 뭔가를 하려고 씻고나서 정리를 좀 한다음에 갑자기 숙소가 생각이났다. 내일 프랑스로 넘어가는데 니스에서 2박을 해야하는데 아직도 숙소를 예약을 안했었다. 원래 다음도시 가기전날에 예약을 하지만 지금은 휴대폰도 없는 상황이라서 예약하는거를 신경안쓰다간 어떻게 될지 몰랐다. 카운터에가서 근처에 인터넷까페가 어딨는지 물어보고 저녁도 먹어야해서 슈퍼위치도 파악했다. 겨우겨우 인터넷까페에 갔는데 엄청나게 좁은자리. 게다가 왠 찌른내같은게 나는것 같았다. 사람들도 왠지 다들 무서워보이고 꼭 안산에서 자주본 외국인 노동자들 포스가 풍겼다. 겨우 자리를 잡고 일단 가장급한 숙소부터 예약을 했다. 이제 숙소를 정할때 가장중요한건 와이파이가 아니라 숙소에서 인터넷이 가능한지였다. 겨우겨우 숙소를 예약하고 그냥갈까 하다가 이왕 온김에 잠깐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기엔 한국이 새벽이라 그시간에 페이스북에 접속했던 친구 1명하고만 잠깐 이야기를 하고 잠시 시간을 때우다가 밖으로 나왔다.

근처에 대형마트가 있어서 마트에서 물하고 저녁거리를 좀 샀는데 사실 하루만 지내는거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계란을 샀다. 6개짜리가 가장 작은거였는데 안먹고 남기면 그냥 누군가 먹겠지란 생각에 계란과 고기를 샀다. 계란이 너무나 먹고싶어서 계란을사고, 나오기전 숙소 주방을 뒤져보니 쌀이 있길래 그냥 그쌀을 쓰기로하고 따로사지않았다.

 

모델 친구를 만나다

숙소에 돌아와서 바로 주방으로 향해서 요리를 할 준비를 했다. 밥을하기위해 쌀을 담그고 이런저런 요리준비를 하는데 한 남자가 올라왔다. 아까부터 조금 신경쓰였던 사람인데 도저히 이런 숙소에서 지낼꺼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외모로 판단하는것도 웃기지만 그래도 뭔가 여행하는 사람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한국인이라 더 신경이 쓰였는데 딱봐도 '모델'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그런사람이었다. 주방에서 뭔가 요리를 하려는지 가스렌지를 키려고하는데 불을 못켰다. 이곳 가스렌지는 라이터를 이용해서 불을 켜야 불이붙는 시스템이였는데 그걸 모르는거 같았다. 그래서 라이터 있냐고 물어봤더니 없다고해서 아까 나도 요리하면서 빌린 다른 외국인한테 양해를 구하고 또 한번 빌린다음에 불을 붙여줬더니 고맙다고 인사했다. 여기까지는 전부 영어로 의사소통 그런데..

"아 근데 혹시 한국인이세요?"

라고 내가 먼저 말을걸었다.

"어 한국인이시구나. 어쩐지"

역시 한국인이었다.

일단 요리를 하던걸 서로 마저하고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나와 동갑인 이 친구는 역시 모델이었다. 딱봐도 모델포스가 나더만 역시나 모델. 그래서 내 여행이야기도 하고 이친구 이야기도 들으며 밥을먹었다. 엄청 오랫만에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어서 그런지 뭔가 신기했다. 아 이친구는 지금은 프랑스에서 살면서 모델활동을 하는친구인데, 우리나라에선 별로 활동을 안하고 애초부터 외국활동을 위주로 했다고했다. 내가 갔을 시기가 밀라노 컬렉션이 열리는 시기였는데 이곳에 참가하려고 왔다고했다. 그런데 이번에 여기에 와서 있다가 눈에 띄어서 또 다른 일이 컨텍이 들어와서 그걸 해야하는데 숙소비가 만만치 않아서 이곳에서 10일정도 머문다고했다. 아무래도 자비로 하다보니 돈을 신경쓸수밖에 없었고 잠만 자면되니까 이곳으로 왔단다. 그런데 요리도 잘 안해봐서 그냥 면삶아서 붓기만 하면되는 파스타를 사서 해먹었다는데 앞으로 남은날 어떻게 할지 조금 걱정도 되었다. 노트북이 있어서 그 노트북으로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는데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아까 인터넷까페가서 구지 예약을 안해도 될뻔알았다. 그런데 어찌보면 그렇게 시간보내고 여기올라와서 못만났으면 그냥 모델같다는 생각만 하다가 잤을지도 모르고. 밥을먹고 식당문을 닫기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보냈다. 특이하게 식당에서만 와이파이가 잡히는데 이곳 문을 개방하는 시간이 정해져있었다. 그래서 문닫기전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내려갔다. 나는 내일 아침에 떠나기때문에 미리 작별인사를 하고 잠들었다.

진짜 밀라노의 허름한 숙소에서 단 하루만 있었는데 참 신기한 인연을 2명이나 만났다. 이런 만남때문에 자유롭게 여행을 하는거고. 축구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생각보다 꽤 재밌고 알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