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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30121 - 여행 39일차(밀라노 - 제노바 - 니스)

아침부터 사고발생

호스텔에서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대충씻고 다른날처럼 똑같이 나섰다. 조금 다른점이라곤 이상하게 주방을 여는 시간을 정해놓아서 내가 떠나는 시간에는 주방을 열지 않았다는점. 그래서 미리 가져가야할건 챙겨놨다. 가난한 여행자로 다녀야하기때문에 아침은 주로 빵에 잼을 발라먹었었는데, 베네치아에선 아침이 제공이 안되어서 그때 누텔라 중간사이즈를 하나 사놨던게 있었다. 그래서 잼을 가지고 다니면서 빵만 새로사서 발라먹었는데 이날도 아침에 기차에서 빵을 먹으려고 전날 미리 잼을 발라놓고 다시 빵봉지에 넣어놨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가방을 들고 나서는데 체크아웃하면서 뭔가 빼먹은느낌. 알고보니 캐비넷에서 제일중요한 여권을 안가지고 나왔었다. 순간 너무놀라서 방으로 가서 여권을 챙기고 급하게 나오다가 보조가방을 떨어뜨렸다. 가방안에 망원렌즈와 누텔라통이 들어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쿵'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일단은 기차시간에 늦으면 안되서 그건 신경도 안쓰고 일단은 서둘렀다.

겨우겨우 역에 도착해서 기차를 타고 자리에 앉았다. 나름 1등급 쿠셋으로 예매를 했는데 2등급하고는 크게 별 차이를 못느끼겠다. 그런데 여유로울줄 알았던 쿠셋은 사람이 많아서 꽉꽉 차게 앉았다. 게다가 내 가방을 올려놓을 자리가 없는바람에 가방을 통로쪽에다놓고 사람들이 지나갈때마다 치워줬다. 그냥 사람들이 지나다니면 상관없는데 가끔 음식을 파는 카트를 끌고다니는 승무원때문에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그런데 사실 가장큰일은 앉아서 한숨돌리고 가방을 열었는데 발생했다. 이제 아침을 먹어볼까하고 가방을 열었는데 진통하는 초콜렛냄새. 알고보니 아까 떨어뜨렸을때 누텔라 통이 가방안에서 그대로 박살이났다. 가방안은 이미 초콜릿 범벅상태. 이거어떻게해하나 정신이 나갔다. 일단 렌즈부터 확인했는데 다행히 렌즈는 초콜렛도 안묻고 이상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데다가 생각해보면 누텔라통이 없었으면 그대로 렌즈가 맛이갔을텐데 천만다행이다.(그런데 그 사건이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행때는 전혀 이상없던 렌즈가 최근에 상태가 조금 별로다...)

일단은 가방을 그대로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내용물이라곤 틈틈히 여행기 적던 수첩하고 렌즈, 누텔라통이 전부였는데 이 초코범벅때문에 지우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었다. 게다가 병이 플라스틱이라 그거 제거하고 가방손빨래하고 화장실에서 별짓을 다하면서 겨우겨우 제거했다. 가방은 초콜렛을 제거하긴했지만 살짝 냄새는 나는상태이고 수첩과 펜에도 초코기름이 묻었다. 수습하는데만 시간을 엄청나게쓰면서 겨우겨우 자리에 다시 앉았다. 가방을 말리느라 잠시 선반에 올려주고 일단 배는고프니까 빵을 씹으면서 잠시 마음을 추스렸다.

 

제노바 도착

사실 오늘 일정을 엄청 고민했었다. 니스를 일찍가서 칸느와 니스 아니면 모나코라도 구경을할까... 아니면 제노바를갈까? 제노바는 아무것도없다. 가이드북에도 잘 등장하지않고 실제로 여행객이 많이 오는 장소도 아니다. 그런데 그냥 제노바로 향했다. 콜롬버스의 도시. 이탈리아 최고의 항구도시. 대항해시대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무엇보다 가고싶은 장소중 하나였기때문에 바로 제노바로 선택했다.

바닷가를 접하고 있는 도시라 아닐줄 알았는데 역은 생각보다 고지대에 있었다. 완전 높은곳은 아니지만 산을 지나는 터널을 나오자마자 바로 역이있었다. 그렇게 역에서 나오자마자 가장먼저 보이는 콜롬버스 동상. 나오자마자 이곳이 항구도시라는걸 실감했다. 높은곳에 위치해서 바다가 전부보이고 배들도 많이보였다. 아무것도 정보가 없는 나로써는 저녁에 니스까지 가는 열차를 타기전까지는 꼼짝없이 이곳에 있어야했다. 한가지 문제라면 순례길을 걸을때처럼 이 짐들을 다 어깨에 메고 돌아다녀야 한다는점. 그래서 생각보다는 움직임이 조금 굼떴다. 일단은 바닷가로 내려가기로하고 천천히 길을따라 내려갔다. 항구에 다다랐을쯤 일단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그리고 마음을 추스렸다. 아까 열차에서 있었던 짜증스런 일때문에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짐을 메고 돌아다니려니 괜히 힘들기도하고...

 

할거없는도시

조금 쉰다음에 일단은 움직였다. 근처에 배도있고 왠 2차 세계대전대 썼을법한 잠수함도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 커보이는 수족관도 있었는데 수족관은 별 관심이 없어서 패스. 수족관이 있는 건물근처에 여행안내소도 있어서 일단 그쪽으로 향했다. 우선 여행안내소로 가서 제노바 지도를 받고 간단하게 갈만한곳을 소개를 받았다. 역시 안내하는분도 수족관을 말해주고 구시가지도 가르켜준다. 유람선 같은걸 타는것도 있었는데 그거도 추천해준다. 문제는 나는 별 관심이 없다는점. 일단은 지도를 받고 앉아서 나만의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대충 루트를짜고 바다 근처에가서 앉고싶어서 항구 끝까지 걸어갔다. 그곳에 벤치에 앉아서 멍때리며 앉았다. 날씨가 흐렸는데 저 멀리 보이는 눈덮인 산맥은 날씨가 맑은지 햇빛이 쩅쨍했다. 그모습을 찍고싶었는데 건물때매 잘 보이지도 않았고 그냥 눈으로 열심히 담았다. 오늘은 그저 쉰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다니기로했다.

 

산 로렌초 성당(San Lorenzo)

일단 첫번째 목적지는 성당으로 잡았다. 유명한 성당이라고 추천을 해준곳인데 사실 성당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모른다. 성당을 가며 시가지의 골목길 구석구석을 탐험했다. 어쨌든 어디로가든 나오고 시간도 많으니 일부러 길을 빙빙 돌아서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성당에 도착했는데 마침 미사같은걸 진행하고있었다. 아무종교도 없는 나지만 오늘은 미사에 참석해보려고 자리에 앉았다. 무슨말을 하는건지도 전혀 모른다. 가끔 '예수'라는 말이 들리는것같고 '아멘'도 들리는것같다. 조금은 실례겠지만 미사에 참석해서 나는 내 나름대로 마음속의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한번 돌이켜봤다. 그리고 아침에 있었던 일도 내려놓았다. 미사가 끝나고 잠시 더 성당에 앉아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점심은 맥도날드

성당을 나와서 이곳저곳 두리번대다가 맥도날드 광고판을 발견했다. 오늘점심은 그냥 마음편하게 햄버거나 먹기로하고 맥도날드를 찾아갔다. 주문을하고 지하로 내려가서 구석탱이에 앉아서 한참을 있었다. 여행기도 좀 쓰면서 천천히 있다가 화장실도 다녀오고 다시 길을 나섰다. 제일 싼거 시켜놓고 죽치고 앉아있었으니 얼마나 궁상으로 봤을까? 내가 그 조그만한거 먹을동안 내 옆의 손님을 2번이나 바뀌었었다.

이제는 그냥 걸었다. 지도에 표시된 유명한 위치인것 같은곳만 천천히 돌아다녔는데 저 언덕위에 왠 성같은게 하나 보였다. 일단은 다음목적지는 그곳으로잡고 무작정 향했다. 계속되는 언덕길을 오르며 시가지를 돌아다니는데 생각보다 재밌기도하고 힘들기도하고 이상했다. 원래 그닥 계획을 잡고다니는 성격은 아니지만 오늘처럼 무계획적인날은 없어서 더 이상했다. 그렇다고 볼것이 많은곳도 아니고 그냥 동네산책을 하는느낌? 그래서 그런지 쉴만한곳이 보일때마다 자리에 앉아서 충분히 쉬었다. 성까지 가는길에 공원이 있길래 그곳에도 앉아서 잠시 쉬다가 드디어 성근처에 도착했다. 그런데 오늘은 문을 안열었다. 순간 힘이 빠지면서 내가 여기까지 왜왔나 싶기도하고 쉬고싶은데 쉴만한곳도 없었다. 이곳에 올라서 항구쪽을 바라보면 그림이 멋졌을꺼 같은데 괜히 아쉽기도하고.. 결국 그냥 발길을 돌려서 다른길을 통해 내려갔다.(지금 검색을 해보니 '달베르티스성(Castello d'Albertis)으로 불리는 곳으로 안에는 박물관도 있다고한다.)

 

1시간동안 멍때리기

천천히 길을 내려가다가 역에 다시 다다랐을쯤 전망대 비슷하게 조성을 해놓은곳이 있어서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다. 아까 성에서 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을 달래줄 정도는 되었다.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며 앉았다. 아무생각이 없이 멍하니 있었다. 중간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아저씨도 구경하고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도 구경하고 바다도 구경하고 정말 잉여롭게 앉아있었다. 그리고 기차시간이 다가오자 가방을 메고 다시 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해서 다시 기차를 탔다. 기차가 연착이 되어서 사람들과 같이 플랫폼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기차가 오자마자 바로 탔다. 자리에 앉았는데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모습이 찍고싶어 다시 내렸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데 내 모습을 본 한 여자분이 미소를 지어주며 웃었다. 그분은 그냥 플랫폼에서 잠시내려 담배를피고 올라가는 분이었다.(은근 열차가 서면 그 시간동안 내려서 담배를 피고 다시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이있었다.)

 

벤티미글리아(Ventimiglia)

이제 이탈리아를 떠나야 할때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유레일 패스를 이용하고 기차로 연결되어있지만 일반열차로 이탈리아에서 프랑스까지 가는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기차를타고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들어가기위해선 벤티미글리아라는 마을을 꼭 거쳐야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근처에 있는 이 마을은 이탈리아 열차의 종착점이자 프랑스 열차의 시작점이기도했다. 그래서 안내판이나 이런저런것들이 죄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가 섞여있었다. 꽤나 신기한 모습이었다. 일단 다음열차를 타야하는데 그 열차가 무슨이유인지 없어지는바람에 다음열차까지는 한참이나 기다려야했다. 오늘은 그냥 기다림의 연속인가보다. 마을을 구경하려고했지만 그닥 눈에보이는것은 없었고 근처에서 저녁이나 해결하면서 시간을 떄우기로했다.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오늘 장사 마무리할것같은 분위기가 보이는 점포로 들어갔다. 피자 한조각과 감자튀김도 맛있어보여서 감자튀김까지 주문했다. 오늘 마지막이라며 그릇 가득히 담아준다. 피자는 조금 식어서 전자렌지에 다시 데워주셨는데 조금 짜긴했지만 그냥저냥 먹을만했다. 플랫폼에 앉아서 언제 올지 모르는 기차를 기다리며 천천히 먹었다. 이건뭐 노트도없고 아무것도없으니 괜히 짜증만나고 춥고 멍떄리고 앉아있기도 지칠때쯤 기차가 들어왔다. 기차를타고 오늘 마지막 목적지인 니스로 향했다.

 

숙소가 어딘지 몰라

밀라노에서 니스 숙소를 예약해놓고 문제는 숙소가 어딘지 표시를 안해놨다. 이런 멍청한일이있나. 어떻게해야할지 망연자실하면서 길을 걸어다녔다. 왠지 이곳일거 같은곳을 기웃기웃대다가 한 호스텔에서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싼방있어요. 묶고가요"

"아...그게아니라 혹시 죄송한데 인터넷을 좀 쓸수있을까요? 숙소예약했는데 깜빡하고 안가져와서.."

"어차피 나 가는길이었으니까 같이갈래요??"

이러면서 아주머니가 내려오신곳 근처에 있는 작은 바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핸드폰으로 와이파이를 잡더니 나에게 핸드폰을 준다.

"이걸로 확인할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한번 확인해봐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서 숙소를 확인하는데 옆에서 한 아저씨가 뭔일인지 기웃기웃대면서 오신다. 아주머니는 또 내상황을 설명하면서 같이 대화를 하고계셨다. 다행히 메일로 들어가서 예약확인 메일을 보고 숙소가 어딘지 찾았다. 찾았다니까 아주머니도 자기일처럼 기뻐하면서 잘됐다고 해주시며 아저씨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바에서 나왔다. 갑작스런 요청인데 자기 핸드폰까지 빌려주셔서 도와주다니.. 게다가 자기네 숙소가 아니라 다른숙소로 간다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도와주실줄은 몰랐다.

겨우겨우 호텔에 들어가서 체크인을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원래는 호텔인데 지하에 식당을 만들어놓고 비수기때는 싼값에 여행자들에게 이용할수있도록 해놓은것같았다. 10유로가 조금 넘는가격의 방이었는데 방안에 들어가자마자 여기 내가 혼자쓰는게 맞는지하고 깜짝놀랐다. 한 3~40유로정도 내고 묶어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깔끔한 방이었다. 게다가 수건하고 샤워용품까지 다 비치해놓고 심지어 TV까지 있었다. TV를 보고싶었지만 리모콘이 도대체 보이지가 않았다. 수동으로 할수있나 이리저리 만져봤지만 역시 무용지물. 나중에 마트를 가면서 물어봤더니 그가격에 이용하는 손님한테는 TV는 이용할수가 없단다. 유일한 차별을 TV로 두는구나.. 그래도 이가격에 이정도숙소면 너무 떙큐라 군말없이 알았다고했다. 어차피 TV봐도 뭔소린지 하나도 모르고. 마트에서 간단하게 먹을껄사고 방으로와서 일찍 잠들었다. 내일은 스키장으로 가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