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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30127 - 여행 45일차(인터라켄, 티틀리스산)

알프스의 아침

스위스에서 맞이한 아침은 별것 없었다. 그냥 전날 샀던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고 잠깐 시간좀 때우다가 바로 출발했다. 그렇게 아침 일찍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왕복 기차만 6시간 가량 타는날이라 그냥 무덤덤하게 있었다. 사실 편하게 가려면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요흐로 아침일찍 가면 되지만 워낙 가는사람도 많은데다가 그냥 높은곳에 위치한 기차역에서 알프스를 보는것 말고는 큰 뭔가가 없는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비싸다. 이런저런 가격을 비교해보고 결론내린끝에 우리가 오르는 알프스는 융프라우요흐가 아니라 티틀리스로 정했다. 사실 루체른과 가까워서 인터라켄에서 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지만 그래도 아예 못가는건 아니었다. 게다가 사실 어제 탔던 골든 패스 라인의 하이라이트는 루체른에서 인터라켄으로 향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광경을 볼수있는 장점도 있었다.

 

지루한 기차에서의 시간

인터라켄 동역으로 향한뒤에 기차를 탔다. 한번에 타는것이 아니라 중간에 기차를 갈아타야했다. 대충 도착하는 시간을 알기때문에 마음편히 잘수있었다. 일단은 그다지 피곤하지도않고 라디오방송을 스마트폰에 넣어두어서 적어도 3시간 이상은 뭔가 할말한게 있었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창문으로 풍경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무생각없이 라디오에 귀를 맡기고 알프스의 풍경에 눈을 맡기고 머리는 그저 쉬고있었다. 가만히 쉬다가 졸리면자고 다시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라디오를 돌리고 다시 듣다가 자고... 이러다보니 기차를 갈아타야할 역에 내렸다.

역에서 티틀리스산을 오르기위한 엥겔베르그(Engelberg)까지 가는 기차를 또 기다렸다. 자그마한 동네를 구경하려고 했지만 딱히 구경할만한 것도 없어서 플랫폼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기차를타고 내려서 다음기차를 기다리고, 어찌보면 순례길을 걸을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했던것같다. 둘이있지만 24시간 할만한 이야기가 있는것도 아니고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가만히 있다가 도착한 열차를 타고 다시 올랐다.

 

케이블카만 3번

엥겔베르그에 도착해서 티틀리스까지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기위해 걸어갔다. 버스도 있었지만 그리 먼 거리가 아니어서 그냥 걸어갔다. 무슨 축제를 하는건지 사람들도 많고 이래저래 시끄러웠다. 한쪽에선 크로스컨트리를 하는것 같기도 했고, 뭔가 알수없었지만 다들 축제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드디어 케이블카를 타는곳에 도착해서 티켓을 끊었다. 조금 아쉽기도 한게 장비만 있으면 그냥 보드를 탈수도 있었다. 어차피 이곳이 스키장으로 개발된 곳이라서 그냥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보드와 스키를 타려고 온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프랑스 오홍(Auron)에서 보드를 이미 한번탔지만 이 사람들을 보니 또 타고싶었다. 장비야 빌리면 되지만 그러기엔 이미 리조트에 도착한 시간이 12시가 넘어버려서 시간이 아까웠다. 야간개장도 없고 일단 티틀리스 정상도 올라가야하고 이래저래 하다보면 2~3시간정도밖에 못탈텐데 아쉽지만 패스. 난 어차피 알프스에서 한번 탔으니 만족했다.

처음에 케이블카를 한번타고 내려서 갈아타고 또 내려서 갈아타야 티틀리스산 정상에 도착할수가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오르면서 점차 다가오는 알프스도 보고 보드와 스키를타는 사람들도보고 끊없이 펼쳐진 눈도보고 그냥 너무 좋았다. 왜 사람들이 스위스를 좋아하는지 알것같다고 할까나? 그렇게 마지막 케이블카까지 타고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티틀리스(Titlis)

티틀리스는 해발 3239m의 높은 산이다. 융프라우요흐가 4158m로 거의 1000m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갈수있는곳은 3545m니까 융프라우요흐와 크게 차이가 없어보인다. 게다가 주변에선 가장 높은산들중 하나여서 풍경도 훨씬 좋을것 같았다. 케이블카 승강장에 내리면 약 4층인가 5층짜리 건물이 있다. 위에는 전망대와 사진관도있고 음식점도있고 여러개가 있었다. 일단 내리자마자 눈에띄었던것이 얼음동굴. 산 안쪽에 얼음동굴을 꾸며놓아서 한번 들어가봤다. 뭔가 진짜 알프스 산맥의 안쪽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안에는 얼음조각도있고 꽤나 볼만한것들로 꾸며져 있었다.

얼음동굴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전망대로 향했다. 스위스에서 보는 알프스 산맥의 모습을 눈으로 보는데 진짜 말이 안나왔다. 너무 아름다운모습. 정말 아무생각없이 여기 하루종일 있으라고해도 있을수 있을것 같았다. 전날 빵을사서 빵에 잼을발라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왔었는데 전망대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빵을 씹어먹었다. 비록 싸구려 식빵에 잼을 바른 형편없는 식사였지만 풍경은 그 어느 레스토랑보다 멋있었다. 일단 허기를 채우고 진짜 눈을 밟기위해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이 보드를 타고 내려가는 곳이기도 하고 일반인들이 구경할수있게 꾸며놓기도했다. 밖에 있는 전망대는 눈이덮여서 오르기 힘들었는데 억지로 겨우겨우 올라갔다. 그런데 누가 오줌을 쌌는지 하얀 눈위에 누런 흔적이 남았다. 그곳에서 보는 알프스는 아까 전망대에서 유리를 통해 본것과는 또 달랐다. 그 아래로 엄청나게 높은곳에 위치한 다리가 있었다. 단단하게 고정은 했지만 그래도 그 높이가 장난아니었다. 이곳에 왔으니 다리도 건너야한다고 다리를 건너서 사진을 찍던도중에 렌즈를 갈다가 그만 렌즈 뒷캡을 아래로 떨궈버렸다. 주울수도 없는위치. 순간 멍해지면서 허망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융이 렌즈를 담는식으로 되어있어서 엄청 큰 탈은 없었다. 불편하기도하고 기스날까봐 걱정도 되었지만 알프스에 내 흔적을 남기고 간다고 좋게좋게 생각하기로했다.

한시간정도 밖에서 놀다가 다시 전망대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 있다보면 보드를 타고싶은 생각이 너무들것같았다. 그리고 춥기도했고... 일단 다시 안으로 들어와서 조금 편해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앞에 있는 통유리에는 사방이 알프스 산맥만 보였다. 그렇게 산맥을 풍경으로 하고 둘이서 낮잠을 퍼질러잤다. 알프스 산 위에서 낮잠이라... 이것도 꽤나 매력적이다

 

다시 숙소

낮잠을 자다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니 내려갈 시간이 거의 다되었다. 케이블카가 운행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강제로 떠날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다시 케이블카를 3번이나 갈아타면서 엥겔베르그로 돌아왔다. 또다시 기차를 타고 내리고 갈아타고 다시 인터라켄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기차안에선 뭔가 한건 없었지만 알게모르게 피곤해서 거의 잠만 잔것같다. 가뜩이나 겨울이라 해가 짧은데 알프스 지역이라 그런지 해가 더 짧게만 느껴졌다. 어둑어둑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그냥 잠이나 잘수밖에 없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어제사놨던 재료로 저녁을 만들어먹고 또다시 퍼질러 누웠다. 오늘도 우리방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길 바랬는데 통했는지 우리 둘만 썼다. 친구는 먼저 잠들었는데 나는 이상하게 잠이 안와서 혼자 티비보며 맥주나 마시다가 잠들었다. 이제 내일이면 스위스도 떠나는구나. 사실 스위스를 즐겼다고 하기에는 패러글라이딩도 안하고 하이킹도 안하고 호수에서 유람선도 못타고 못한것들이 참 많다. 그래도 뭐 어쩔수없지. 시간은 정해져있고 돈도 정해져있고 가장 하고싶은것만 우선순위로 할수밖에...

 

 

[사진....photo/12-13 유럽여행....Europe] - 130127 - 여행 45일차(인터라켄, 티틀리스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