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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writing/유럽여행기....Europe

121229 - 여행 16일차(산티아고 순례길 9일차, 빌라 두 콘데 - 바르셀로스)

또다시 시작된 비

어젯밤엔 잠을 통 제대로 못잤다. 날씨가 그리 좋드만 자다가 깼는데 천둥 번개가치고 빗소리도 엄청나서 잠을 계속 설쳤다. 비가 와서 신경이 쓰이는것도 있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걷냐... 내일은 비맞으면서 걷겠구나.. 이런생각만 계속 하면서 자는둥 마는둥 했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밖에부터 확인했는데 다행이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는것 같았다. 어제 왜그렇게 난리가 났는지 참.. 방을 빌려쓰는 입장이라 담요까지 원래대로 정리해놓고 길을 나섰다. 일단은 봄베이로스자체가 해변길 루트에서도 상당히 벗어난 곳이라서 지도를 보면서 중간에 합류지점까지는 그냥 가이드북없이 알아서 걷기로했다.

봄베이로스 바로옆에 축구장이 있어서 어디인지 몰랐는데 포르투갈리그 1부리그팀인 히우아베 FC의 홈구장이었다. 그렇게 크지는않고 한 2만석정도 되어보이는 구장이었는데 역시 구장이 있는것 자체가 부러웠다. 해외 축구팀의 홈구장을 보면 보통 자기네들이 구장의 주인인 홈구장이 대부분이다. 맨유의 올드트래포드라던지 레알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같은경우와같이 대부분 운영과 소유가 축구구단 자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프로팀을 보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 꼭 축구뿐만이 아니라 모든 구장은 대부분 그 홈구장 소유가 아니다. FC서울의 상암경기장이나 수원삼성의 빅버드도 보면 전부 서울시와 수원시에서 관리를 담당하지 프로팀은 그저 경기가 열리는날 돈을 주고 빌리는 사용자의 입장일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관리가 안되는것도 있는것이고. 그나마 포항스틸러스의 스틸야드는 포항제철이 직접 지은 구장으로 알고있다. 아무튼 작지만 이런 축구장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며 길을 나섰다.

 

처음으로 아침을 사먹다

어제 봄베이로스에서 저녁을 먹고 주변에 마트가 없어서 그냥 자는바람에 아침을 전혀 준비를 못했다. 중간에 카페가 나오면 그곳에서 뭔가 먹어야지 생각했지만 막상 바로 보이지는 않았다. 드디어 원래 카미노 루트와 합류하고 얼마 걷지않아서 작은 카페가 있어서 들어갔다. 카페는 늙은 할아버지가 운영을 하고 계셨는데 뭔가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는 곳이었다. 일단 들어가서 커피와 빵을 주문했더니 '그란데?'라고 물으신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냥 얘네들은 카페(커피)라고하면 에스프레소만 먹는줄 알아서 그냥 거절하고 알아서 달라고했다. 잠시뒤 버터를 바른 따뜻한 빵 한조각과 에스프레소 한잔이 나왔다. 뒤이어 들어온 손님은 동네주민인듯 커피와 빵을 시키는데 그란데로 시킨다. 나오는걸보니 '그란데'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메리카노였다. 즉 물에 커피탄거. 나는 에스프레소를 한 더블샷정도로 주는줄 알고 거절했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큰걸로 시킬껄그랬다. 그리 많지 않은 아침이지만 뱃속도 채우고 할아버지의 정도 느끼면서 다시 길을 나섰다.

 

다시 맑아진 하늘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살짝 위험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길과 인도의 구분이 없는데다가 양쪽은 벽으로 막혀있어서 차들이 그냥 옆으로 다녔다. 다행인건 그리 빠른속도로 달리지않고 다니는 차들도 별로없어서 그나마 안전하게 다닐수가 있었다. 잠시 뒤 강을 건너기위해 다리를 지나가는데 강물이 엄청나게 불어있었다. 어젯밤에 내린 비의 영향인지 조금만 더 내렸으면 홍수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 진짜 카미노 루트를 만나기전까지는 그냥 아스팔트길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날씨가 점점 맑아지고 있다는것. 다행스럽게 아직까지 비를 맞으며 길을 걸은적은 없었다. 전날 비가 엄청와서 진흙탕인 길은 많이 지나긴 했었지만. 길을 걷는데 자꾸 옆에 무슨 표지판이 신경 쓰인다.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걸봐서 내가 평소에 걷는 속도를 비교해 볼때 아마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km를 표시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그거 줄어드는걸 보는 재미로 계속 걸어갔다.

 

첫번째 알베르게와 만남

날씨가 다시 맑아져서 기분이 좋아졌다. 날씨가 맑을때 걸으면 햇볕도 좋지만 역시 구름을 보며 걷는것도 재미있다. 구름이 흘러가는걸 보면서 옆으로는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햇살과 함께 걸으면 그것만큼 좋은것도 없었다. 어느정도 걸었는데 갑자기 강아지 두마리가 저 멀리서 나타났다. 사이좋게 어디를 가는건지 나를 본체만체 하면서 둘이 좋다고 쌩 지나간다. 혹시 나를 경계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나보다.

그리고 드디어 레이츠(Rates)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알베르게가 있기도 한 마을인데 드디어 첫 알베르게를 지나가는 셈이다. 그동안 포르투갈길을 걸으면서 잘 볼수없었던 카미노 지도와 마을 성당지도, 화살표 등등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이제는 뭔가 안심하고 걸을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마을 성당을 지나고 얼마 안가서 나타난 작은 마트에서 환타 하나를 사서 잠시 쉬었다. 이 마트에서 순례자들을 위한 알베르게 키를 관리도 하고 도장도 찍어준다고 하여서 도장은 찍고 쉬는건 다음 마을에서 하기로했다. 그렇게 첫번째 알베르게는 무심하게 지나쳤다.

 

또다시 만난 흙길

마을을 지나자 산을 넘는 길이 계속되었다. 어제 비가 많이내려서 길 상태가 영 안좋았다. 그러면서 다시한번 계속 첫째날을 상기시키며 걸었다. 역시 첫째날 개고생을 하니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것같다. 중간중간 파란색 파티마가는 화살표도 가끔 보이고 지금까지 보기힘들었던 조가비 모양의 순례길 마크도 보인다. 산은 사람이 사는 마을근처에 있어서 농장도 잘 갖추어져 있었는데 당최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지금까지 사람없이 혼자 걸은게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그래도 뭔가 사람이 있길 바랬다. 지금부터는 사람들 한두명은 볼줄 알았는데... 그래도 산을 다 내려와서 다시 아스팔트길을 걷는동안 자전거 순례자 한분을 만났다. 지금까지 자전거가 마냥 편하게만 느껴졌는데 힘들게 언덕을 올라가는 모습을보니 마냥 편하지많은 않은듯했다. 게다가 산길이라도 있으면 아무래도 차도로 돌아가는편히 편할테고.. 역시 쉬운건 없나보다.

 

안토니오 할아버지와의 만남

이곳 포르투갈길에서 바르셀로스로 가는길엔 안토니오라는 분이 운영하는 음식점이있다. 순례자를 위한 식단도 마련되었고 값도 싸고 양도 많은걸로 유명하고 또 여러 순례자들이 기념품을 맡기고 가며 가이드북도파는 참 신기한 곳이었다. 원래는 마을에 도착해서 밥을 먹지만 이 음식점에 알베르게(라고 불리는 숙소)도 같이 운영하기때문에 오늘은 그냥 여기서 쉴 생각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은 밥을 먹고 뭔가를 하자는 생각에 들어갔는데 아저씨가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순례자 식단과 콜라를 시켰다. 먹을껄 기다리는동안 티비에서는 EPL이 하고있길래 오랫만에 축구를 볼수있었다. 식전 빵도 나오고 메인메뉴는 왠 고기들이 가득했다. 돼지의 한 부위인것 같았는데 마치 순대와 같은 창자인데 그 속은 우리가 먹는것과는 좀 달랐다. 그리고 고기도 자주먹는 부위는 아닌것같았고. 무엇보다 양이 너무너무 많았다. 진짜 나중에는 너무 많은데 남기는것도 미안해서 억지로 먹을정도. 아저씨는 더줄까? 물어보는데 진짜 더먹으면 죽을것 같아서 그냥 웃으면서 거절했다. 밥을 다먹고 커피까지 먹은다음에 이곳에 왔으면 해야하는것이 있다면서 엄청 큰 방명록을 꺼내오셨다. 방명록에 글도쓰고 신문을 보고있던 손님에게 부탁해서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사실은 여기서 자고가려고 했는데 시간도 시간인데다가 밥을 먹으면서 쉬어서 그런지 체력도 보충이 되었고 여기서 쉬고가겠다고하면 뭔가 실례가 되는것만 같아서 그냥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시계를 보니 밥을 먹는데만 1시간30분이 걸렸다.. 서둘러 가야겠네

 

무지개를 보다

밥을 든든하게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길을 걸은지 얼마 안되었는데 저 멀리 무지개가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잘못본줄 알았는데 계속보니 역시 무지개다. 게다가 엄청나게 크게 나타나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무지개를 보면서 또다시 기분좋게 걷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말을 하지 못하고 나 혼자와의 싸움을 하면서 걷다보니 평소에 아무렇게 생각치않았던 이런 자연풍경 날씨변화 하나하나에 내 감정이 움직이는것 같았다. 언덕을 오르면서 무지개를보고 내려가는데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인 바르셀로스(Barcelos)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눈에 보인다는거에 너무 반가웠다.

무지개를 보며 걷는데 저 멀리서 강아지 한마리가 보였다. 그냥 집앞에 앉아있길래 잠깐 쉬러 나왔나보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나를 발견하더니 강아지가 일어나서 걷기 시작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계속 걷다가 내가 잘 따라오는지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며 확인도 한다. 갈림길에서도 잘간다. 신기하게 갈림길이 몇번 있었는데 순례길만 골라서 갔다. 내가 외로워 할까봐 보내준 강아지일까? 그렇게 강아지가 약 10분동안 길동무를 해주어서 길을 너무 편하게왔다. 중간에 들린 마을성당 부근에서 강아지는 잠시 앉아서 내가 가는 모습을 구경했다. 정말 내가 길을 잃을까봐 안내해준거니..?

 

드디어 바르셀로스 도착!

아까 언덕에서 바르셀로스를 발견하고 무지개도보고 밥도먹고 강아지에게 힘도받으니 뭔가 신이나서 정말 열심히 걸었다. 평소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그런지 약 9km정도 되는거리를 2시간이 채 되기전에 주파했다. 바르셀로스를 처음 본 모습은 너무나 멋있었다. 마치 요새와 같은 느낌이랄까? 바로 앞에 강이있어서 마을로 들어가기위해선 다리를 건너야 했다. 그리고 가장먼저 맞이해주는 성당과 구시가지의 모습과 박물관은 마치 중세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것 같았다. 마을에 들어가니 바르셀로스의 상징이기도 한 닭의 모습이 보인다. 마치 르꼬끄의 마크를 연상시키게 된다. 일단 알베르게로 가기위해 구시가지를 지나가는데 한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손을들며 엄지를 치켜들고 응원을 해준다. 아..역시 이맛에 걷나보다. 왠지 잘 도착했다는 마음과 응원을 받으니 뭉클하면서 오히려 더 기운이났다. 바르셀로스의 알베르게는 아까 안토니오 할아버지가 말씀해주신 새 알베르게로 갔다. 내 가이드북도 최신판이라 나와있었는데 사실 바르셀로스에 들어가기전 알베르게가 하나 있지만 2013년 7월에 새로운 알베르게가 생겼다고한다. 안토니오 할아버지도 그곳에 뭘 했다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까먹었다. 키는 옆에있는 식당에서 얻으면 되고 순례가 식단도 있으니 그곳에서 식사를 해결하라면서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바로 새로운 알베르게로 향했다.

알베르게는 연지 얼마 안되서 시설도 깨끗하고 좋았다. 기부제로 운영되었는데 약간 아쉬운점이라면 전자레인지 하나밖에 없었다는점. 옆에 식당겸 바에서 먹을거리를 해결해도 되긴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한편으로는 전자레인지 하나라도 있는게 어디냐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나 오늘 자는사람은 나 혼자인것 같았다. 방명록도 있어서 방명록에 글도 남기고 씻고 둘러보는데 밖에 빨래방도 있었다. 세탁기는 없었지만 빨래를 할수있는 시설이 있어서 좋다고 열심히 빨래를 했다. 게다가 라디에이터도 있던지라 오늘 빨래는 뽀송뽀송하게 잘 마를것 같았다.

 

이탈리아 신혼부부와의 만남

저녁은 옆에 식당이 아니라 그냥 간단하게 먹고싶어서 근처 마트로 탐방을 나갔다. 사실 아까 점심을 너무먹어서 배가 그렇게 고픈것도 잘 몰라서 전자레인지도 있길래 간단하게 즉석식품으로 때우기로했다. 그리고 마트에서 직접 만든 감자칩을 팔길래 바로 구입했다. 가뜩이나 감자칩을 좋아하는데 유럽에선 싸게 질좋은 감자칩을 먹을수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우리나라 감자칩은 질소를 사면 사은품으로 감자를 주는 수준인데 이곳은 그딴것 없이 봉지를 꽉꽉 채워준다. 장을보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왔는데 누가 있는것 같았다. 뭔가 싶어서 들어가보니 왠 외국인 커플이 있었다. 사실 나 혼자 자는줄알고 내가 자는방 말고 옆방에도 빨래를 말려놓았는데 보자마자 미안하다고 이야기를하고 빨래를 치워버렸다. 그렇게 멋적게 첫만남을하고 잠깐 이야기를 했는데 나이가 꽤 있는 이탈리아 커플이었다. 순례길을 걷고있는데 포르투에서 기차를타고 오늘 바르셀로스에 도착해서 이곳부터 시작을 할 예정이란다. 서로 회사를 다녀서 시간도 촉박해서 중간중간에 아마 차를 이용할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결혼을 했냐고 물어보니 순례길을 걷고 산티아고에서 결혼식을 할 예정이란다. 이 얼마나 멋있나!! 신혼여행을 순례길을 하면서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결혼이라니. 나 역시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런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이커플은 방금 도착해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온단다. 그래서 이따가 볼수있으면 또 이야기를 하기로하고 헤어졌다.

잠깐 침대에 누워있는데 내일 갈 길의 정보나 그런것이 전혀 저장되어 있지 않아서 와이파이를 잡으려고 했더니 잡히지가 않았다. 조금 심심하기도하고 잠도안와서 옆에 바에가서 맥주나 마시려고 갔는데 혹시 와이파이가 잡히는지 잡아봤더니 와이파이가 잘 잡힌다. 그래서 주인에게 혹시 비밀번호 알려달라고하니 잠시뒤에 주방에서 도와주던 아들이 나와서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내일 갈 루트를 저장하고 잠시 앉아서 쉬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돌아와서 누워있는데 이제 막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왔는지 커플들 소리가 들린다. 이제 곧있으면 부부가 될텐데 내가 방해하기는 그래서 그냥 아는척을 안하고 나도 잠을 자기로했다. 때가 되면 내일 걷다가 만나겠지..

 

 

오늘 걸은 길

빌라 두 콘데(Vila do Conde) - 바르셀로스(Barcelos)

Today : 27.5km

Total : 231.2km